오늘따라 실내놀이터에 아빠랑 같이 나온 아이들이 많다.
엄마도 함께 왔다가 불같이 화를 내고 사라지는 풍경도 자주 연출.;;;
한주간 얼마나 육아에 시달렸는지 얼굴에 다 써있다.ㅠㅠ
아빠들은...
내일 출근인데 제대로 쉬지 못한 멍한 모습.
그래도 자기 아이들은 예쁜지... 정성껏 놀아주고 있다.^^
애잔하고도 훈훈한 놀이터 풍경이여.
'12. 10. 28.
'삶처럼 글쓰기, 글처럼 살기'를 꿈꾸며
성하가 구토와 고열을 동반한 증상으로 새벽에 응급실에 다녀왔다.
다행스럽게도 고열의 원인은 목감기였는데...
새벽에는 열이 너무 올라서(39.4도ㅠㅠ) 정말 걱정을 많이 했다.
밤새 침대시트와 이불 빨고 성하 해열제 먹이고 닦아주다가 응급실 찍고 회사에 30분 지각...
세상은 아무 일 없었다는 듯 똑같은 시간에 해가 뜨고
사람들은 로봇들처럼 어제 그 자리에 앉아서 정해진 일들을 하고 있다.
여느 때와 다름없는 조용한 사무실의 아침.
문득...
어제 이 시간의 나와 같지 않은 내 모습에서 많은 걸 생각하게 되는 아침.
'12. 10. 19
성하에게 칭찬스티커를 80장을 붙이면 장난감을 사주기로
약속했는데 어느덧 70장에 가까운 수를 모았다.
성하가 사려는 것은 변신합체 로봇. (반다이 제품 ㅠㅠ)
슬슬 준비하려고 검색해보니 가격이 만만치 않다.
리스트를 보다가 합체는 안 되지만 로봇이 3개가 들어있는
제품을 발견. 가격이 1/3정도 저렴했다.
흐뭇한 마음에 연습 조금하고 성하와 목욕하면서 물어봤다.
"성하야. 아빠가 알아봤는데 변신합체 로봇..."
"어!!!!! 변신합체로봇!!!!!!!!"
"만화에 나오는 로봇 3개가 같이 있는 장난감이 있더라.
근데 그건 변신은 안 되는데 3개가 같이 있구..."
"우와~"
"변신은 되는데 로봇이 하나밖에 없는 로봇이 있더라구..."
"..."
"성하는 어떤게 좋아? (우후후후...)"
"(단 한번 망설임도 없이) 아빠, 난 변신합체되는 한 개가 좋아."
"어... 어..."
"랄~ 랄~ 랄~ 어푸어푸... (물놀이 중)"
"알았어... 변신합체로봇..."
...
성실하게 스티커 80개 모은 아들에게 좀더 값싼 장난감 사주려는 나.
갑자기 그런 생각이 들었다.
배추가 비싸니 양배추로 김치먹으라는 정부와 닮았다는...ㅠㅠㅠㅠ
(성하야. 미안하다...)
'12. 9. 24
아이가 태어나기 전에는 일거리를 집에 가져와도 그 일만 하고 자면 됐다. 원래 수요일은 퇴근을 조금 일찍 하는 편인데 오늘도 성하가 놀이터에 나가고 싶어 했단다. 엄마는 평소와 같이 아빠가 오면 같이 가라고 설득했고 성하는 내가 오기만을 기다렸던 것. 집에오니 벌써 깜깜해졌건만 성하는 못내 뜻을 굽히지 않았다.
엄마가 아빠 오면 놀이터 가도 된다고 약속했다... 그래, 아이와의 약속을 쉽게 어기지 않겠다고 결심했지. 평소엔 아이스크림이나 과자로 꼬시면 넘어갔건만 오늘은 얄짤 없다.ㅠㅠ 결국 나는 성하르 데리고 놀이터를 나갔고 친구들이 없는 놀이터 주변을 산책하다가 들어왔다. 이윽고 잘시간이 되자, 성하는 굳이 아빠와 자겠다고 했고 나는 다시 막 시작하려던 일을 접고 성하를 재웠다.
가끔 아이를 키워야 어른이라는 말을 들을 때면, 육아 경험이 없는 청년들을 살짝 무시하는 것 같기도 하고 세대론 내지는 나이로 젊은 사람들을 하대하는 느낌이 들어 반감만 높아지곤 했다. 아이를 키우면 다 어른인가, 철이 들고 매순간 스스로를 돌아볼 줄 알아야 어른이지... 뭐 이런 생각.
성하를 키우면서. 아직 성하가 4살밖에 안 되었지만 그 아이로 인한 제약과 구속이 있다. 물리적으로 하루 세끼를 챙겨줘야하고 자주 함께 놀아야 하고, 안 자려고 버티는 아이를 재워야 한다. 유아 시기엔 자주 아파서 주말 약속을 모두 접고 잦은 감기나 기타 고열의 아이를 돌봐야 할 때도 많다.
부모가 정말 중요한 일임에도 그것에 열중할 수 없는 시간들이 생기고 그것을 일상적인 무엇으로 받아들일 줄 알아야 한다. 그런 면에서 일종의 없던 의무감, 책임감을 일상적으로 수행함으로써 삶에서 배우는 부분이 분명 있는 것 같다. 그런데, 왜 나는 성하르 재우고서도 일을 안 하고 이런 글을 쓰고 있단 말인가... 아.하.하.하. 발등의 불이 떨어져도 이런 글을 끄적일 줄 아는 대인배의 풍모... 그것도 나의 아름다움 아니겠는가. (뭐래는거야...ㅠㅠ)
'12. 9. 13
성하는 혼자 싸울 수 없으므로 자주 나에게 싸워
달라고 조른다.ㅋㅋㅋ 그래서 피곤하니까 조금만
싸우자고 달래고는 두 세번 정도 총칼을 가지고
'응대'해주곤 한다.
며칠 전에 싸우다가 나도 삘 받아서 진지하게
총도 쏘고 변신도 하고 안방에서 마루로 도망도
치다가 문득 성하의 표현이 떠올랐다.
"이야~! 아빠는 남자거든!"
그러자 싸우려고 따라오던 성하가 멈칫 서서는
눈을 똥그랗게 뜨고 나에게 말했다.
...
"아빠는 여자 아니었어?"
...
...;;;;;; 이건 뭥미...ㅠㅠㅠㅠ
"아니야. 엄마는 여자고 아빠는 남자야."
"아니야 엄마도 여자고 아빠도 여자야. 나만 남자야!"
...
아.... 뭔가 알았다. 성하에게 남자라는 게 뭔지...ㅠㅠ
'12. 9. 10
나: 성하야 너 지연이랑 결혼하겠다고 했어?
성하: 응
나: 아... 그렇구나...아하하 ㅡㅡ+
성하: 근데 나 해솔이랑도 할거야.
나: 뭐? 둘이랑 결혼한다구...?
성하: 응. 둘다 좋아.
나: ...
다시 나: 그건 안돼. 한사람과만 해야지...어..어... 엄마 아빠도 한사람하고만 했잖아. 너, 엄마가 둘이면 좋겠어? (젠장, 이게 먼소리야..ㅠㅠ)
성하: (잠시 당혹스러운 표정)
이때 아내가 황당해하며 개입!
아내: 성하는 그냥 여자친구가 둘다 좋단 소리야! 지금 무슨 말을 하려는거야?!
...
ㅠㅠㅠㅠ
난 그저 성하를 뺏기는 게 싫을 뿐이라구...쩝...
'12. 9. 5
#1.
오늘은 성하 데리러 가는 날. 어린이집에서 아빠아아 하고 뛰어 나온다. 차 창문으로 바람이 뺨을 스치고 내 무릎에 앉은 성하의 머리에 내 턱을 대고 있었다. 내 품에서 꼼제락거리는 성하를 안은 채, 해저무는 풍경을 바라보며 집으로 가는 길. 갑자기 마음이 뭉클해졌다. 행복하다, 행복하다. 언젠가 이 날을 떠올리며 나는 그렇게 회상할 것 같다.
7월 16일.
#2.
세상 '벽'과 만나면 성하는 나에게 달려온다. 놀이터의 친구가 같이 놀던 장난감을 빼앗기거나 넘어지거나 밖에서 큰 소리가 나거나 혹은 엄마가 혼을 낼 때. 성하는 두 팔을 벌려 나에게 안긴다. 너무 쌔게 안으면 부서질 것만 같다. 어떤 사물의 크기만으로도 아우라가 생기는 듯, 작다는 것 자체가 울컥한 마음을 가져다 줄 때가 있다. 처음엔 팔뚝만하던 성하는 이제는 내 한쪽 다리만큼이나 자랐건만 여전히 그를 안으면 귀여우면서도 안쓰러운 마음이 든다. 내가 이 아이의 아빠란 사실이, 이 아이가 내 혈육이란 사실이 실감나지 않을 때에도 성하는 아랑곳하지 않고 내 옷에 자기 얼굴을 묻고 비벼댄다. 조그만 손가락, 머리칼, 특유의 아이의 냄새, 턱에 쓸리는 머리카락. 멍 때리며 눈물을 닦는 표정... 언제 그랬냐는 듯 나를 밀어내고 다시 '세상'으로 뛰어가는 그 애의 뒷모습을 물끄러미 바라보다가 언젠가 다시 내 품에 안기지 않을 날을 떠올려봤다. 아버지도 이렇게 만들어지는 걸까. 난 아버지에게 안겨본 기억이 없다. 아주 어린 시절 사진에선 봤지만 그건 그냥 사진일 뿐 내 기억 속 아버진 나를 물리적으로 안아 준 적이 없었다. 성하가 커서도 나에게 안기면 좋겠다. 물론 그땐 성하가 나를 안아주는 거겠지만.
7월 23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