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처럼 글쓰기, 글처럼 살기'를 꿈꾸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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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가 태어나기 전에는 일거리를 집에 가져와도 그 일만 하고 자면 됐다. 원래 수요일은 퇴근을 조금 일찍 하는 편인데 오늘도 성하가 놀이터에 나가고 싶어 했단다. 엄마는 평소와 같이 아빠가 오면 같이 가라고 설득했고 성하는 내가 오기만을 기다렸던 것. 집에오니 벌써 깜깜해졌건만 성하는 못내 뜻을 굽히지 않았다.

 

엄마가 아빠 오면 놀이터 가도 된다고 약속했다... 그래, 아이와의 약속을 쉽게 어기지 않겠다고 결심했지. 평소엔 아이스크림이나 과자로 꼬시면 넘어갔건만 오늘은 얄짤 없다.ㅠㅠ 결국 나는 성하르 데리고 놀이터를 나갔고 친구들이 없는 놀이터 주변을 산책하다가 들어왔다. 이윽고 잘시간이 되자, 성하는 굳이 아빠와 자겠다고 했고 나는 다시 막 시작하려던 일을 접고 성하를 재웠다.

 

가끔 아이를 키워야 어른이라는 말을 들을 때면, 육아 경험이 없는 청년들을 살짝 무시하는 것 같기도 하고 세대론 내지는 나이로 젊은 사람들을 하대하는 느낌이 들어 반감만 높아지곤 했다. 아이를 키우면 다 어른인가, 철이 들고 매순간 스스로를 돌아볼 줄 알아야 어른이지... 뭐 이런 생각.

 

성하를 키우면서. 아직 성하가 4살밖에 안 되었지만 그 아이로 인한 제약과 구속이 있다. 물리적으로 하루 세끼를 챙겨줘야하고 자주 함께 놀아야 하고, 안 자려고 버티는 아이를 재워야 한다. 유아 시기엔 자주 아파서 주말 약속을 모두 접고 잦은 감기나 기타 고열의 아이를 돌봐야 할 때도 많다.

 

부모가 정말 중요한 일임에도 그것에 열중할 수 없는 시간들이 생기고 그것을 일상적인 무엇으로 받아들일 줄 알아야 한다. 그런 면에서 일종의 없던 의무감, 책임감을 일상적으로 수행함으로써 삶에서 배우는 부분이 분명 있는 것 같다. 그런데, 왜 나는 성하르 재우고서도 일을 안 하고 이런 글을 쓰고 있단 말인가... 아.하.하.하. 발등의 불이 떨어져도 이런 글을 끄적일 줄 아는 대인배의 풍모... 그것도 나의 아름다움 아니겠는가. (뭐래는거야...ㅠㅠ)

 

 

'12. 9. 13

2012/09/13 23:45 2012/09/13 23:4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