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처럼 글쓰기, 글처럼 살기'를 꿈꾸며

Posted
Filed under 컨텐츠/서평
대학에 들어가기 전까지 나는 착한 아들, 착한 동생, 모범 학생이었다. 학교 친구들과도 항상 원만했던 건 아니었지만 그렇다고 서로 상처를 주고 받은 관계는 없었다. 몇몇 절친과 간혹 절교를 선언하기도 했지만 며칠만 지나면 이내 다시 밥도 같이 먹고 무슨 일이 있었냐는 듯 함께 놀기를 반복했다.

짝사랑. 풋사랑, 첫사랑..
뭐라고 불러도 상관없다. 그저 착실하고 매사에 타인을 불편하게 만든 적이 없는 나였지만, 대학에 들어가고 나서 시작된 내 초반의 연애 경력은 사실 그다지 좋지 못했다. 감정의 숨김, 혹은 과잉, 상대를 조종하고자 하는 욕망, 익숙치 못한 `밀당` 등, 잠시동안의 로맨틱한 몇몇 기억을 빼면 힘들고 고통스럽고 창피해서 숨고 싶을 정도로 심경이 복잡하다. 지금도 가끔 과거를 돌이켜보면 몇몇 사건들이 떠올라 얼굴이 화끈거린다.

일년 넘게 상대를 괴롭히며 서로를 힘들게 만들었던 기억. 때로는 영원히 사랑한다고 말했다가, 불과 며칠 후엔 다시는 너를 보지 않겠다고 맹세한 메시지를 보내고, 하루는 네가 어떻든 상관없다고 말했다가 또다른 하루는 나만 소중히 여겨달라고 고집을 피우던, 까만 밤을 하얗게 새워가며 상대를, 나자신을 괴롭히던 내 초창기 연애사는, 어떤 의미에서는 지워버리고 싶은 실패의 연속이었다.

나는 그렇게, 거친 감정의 주고받음을 통해 어느정도 내 안에 있는 사랑이라는 감정의 `야수성`을 길들여갔고 어느 시기부터는 정상인이 되었다. 정상적인 연애를 하게 된 것이다. 정상적으로 사랑하는 사람을 대하고 그리고 말과 행동의 어긋남이 줄어들게 되는 과정 속에서, 솔직히 나는 내가 남들보다 조금더 늦게 사랑에 대해 이해하고 곱씹게 되지 않았나 돌아본다. 한편으로는 그 규정짓기도 민망한 `사랑의 시작들`은 상대방에겐 미안한 말이지만, 어떤 의미에서는 내게 참 쓰고도 깊은 약이 되었음을 고백하지 않을 수 없다.

결혼을 하고도 어언 8년이 지난 지금. 마리 루티의 <사랑학 수업>을 읽으니 새삼 내가 점잖게 - 마치 과거의 `행패`를 저지르지 않은 사람인 것처럼 폼잡고 - 있는 모습에 피식 웃음이 난다. 마리 루티가 언급한 안 좋은 남성의 케이스 중 어느 대목에서는 내 과거의 모습이 보이기도 했다. 또는 내가 이 수업을 들었다면 불필요한 감정의 속임, 혹은 과잉 없이 있는 모습 그대로 좀더 빨리 정상적인 연애를 할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뒤늦은 아쉬움도 든다.

하지만 그녀의 가르침을 `몸소 체험을 해야` 그것(연애)이 제대로 내 안에서 소화가 되지 않았을까 생각하면, 어쨌거나 젊은 시절의 힘들었던 연애의 기억들이 결국 나를 이전보다 조금은 더 멀쩡한 인간이 되게 해준 게 아닌가 하는 마음도 든다. 무엇보다 그녀의 `사랑학 수업`은 문화 속에서 어쩔 수 없이 행하는 남성과 여성의 정형화된 연애의 룰 자체를 허문다는 점에서 배울 부분이 많다. 특히 <화성에서 온 남자 금성에서 온 여자>로 열심히 연애 공부를 하는 싱글들에게 과감히 그 책을 이제 덮고 마리 루티의 말에 귀를 기울이라고 제안하고 싶다.

그녀는 책의 말미에서 사랑하고자 하는 이들을 위한 10가지의 조언이라는 리스트를 아래와 같이 제시했지만 이 조언보다 더 깊이 있는 통찰들이 그녀가 드는 사례와 일화들에 즐비하다는 점을 나는 꼭 강조하고 싶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첨언하자면. 개인적으로 그녀의 사랑학 수업보다 나는 초반에 쓰여진 정혜윤씨의 추천사가 더 좋았다. 솔직히 추천사를 읽고 가슴이 뭉클했던 적은 이번이 처음이다. 멋진 글로 이 책을 더욱 빛내준 그녀에게도 감사를 전한다.


<사랑하고자 하는 이들을 위한 10가지 조언>
1. 너무 애쓰지 마세요. 연애가 잘못되는 것은 당신이 부족해서가 아닙니다.
2. 너무 조심스러워하지 마세요. 용기 내어 다가가지 않으면 어떤 것도 얻을 수 없습니다.
3. 자신의 일거수일투족을 분석하지 마세요. 머리로 고민하기보다 마음의 울림을 믿으세요.
4. 자신의 강인함에 대해 미안해하지 마세요. 약해보여야 애정을 얻을 수 있다는 것은 거짓입니다.
5. 자신의 약점을 두려워하지 마세요. 사랑은 기댈 어깨를 얻기 위해 하는 것입니다.
6. 나를 원하지 않는 상대를 쫓아다니지 마세요. 가슴만 아플 뿐입니다.
7. 문제가 없는 남자는 그만 찾으세요. 누구에게나 문제가 있고 나에게도 있으니까요.
8. 사랑하는 사람을 조종하지 마세요. 당신이 조종당한다면 싫듯이 상대도 마찬가지입니다.
9. 지나간 잘못을 일일이 후회하지 마세요. 사랑에서 올바른 선택만 할 수는 없습니다.
10. 상실은 완전한 상실로만 생각지 마세요. 잃어버린 경험이 당신을 더 매력적인 사람으로 만듭니다.
2013/01/05 23:23 2013/01/05 23: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