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처럼 글쓰기, 글처럼 살기'를 꿈꾸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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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하와 있을 때의 행복감 그 뒷면에는
아버지로부터 받지 못한 touch가 있음을
나는 자주 깨닫는다.
성하를 간지럽히고 안아주고 만져주고
쓰다듬어주고 폭풍뽀뽀 작렬할 때
성하의 입장에서 느낄 감정을 관찰하고
추정하며 나름 즐거워하는 것이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아버지가 나를 아끼지 않은 건 아니다.
하지만 아버지는 항상 내가 잘 때나 퇴근했고
아버지가 '우리 애들'이라고 말하면
누나와 내가 아닌 회사 직원들을 지칭했고
대체로 술취해서 들어오셨고
상당 기간 집에 와서는 어머니와 싸웠으며
내 친구의 이름이나 내가 좋아하는 일체를
알지 못했다.


가끔 나는 아내에게 성하가 되고 싶다는 말을 한다.
물론 그 때는 아내가 성하를 대하는 모습이
남편인 나를 대할 때보다 더 부드럽고
애정가득하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실제로 아빠와 엄마 사이에서 잠들고
밥먹고 같이 놀던 경험을 한번도 해보지 못한
나의 내면의 그림자가 드리워지기 때문이기도 하다.


아이에게 좋은 교훈이나 법칙, 지식보다는
좋은 유년시절의 정서를 주고 싶은
아내와 나의 바람.
한편으로 그 씁쓸한 바람은
내가 성하에게 해주면서도 유체이탈하여
그것을 누리고 있는 '셀프 쓰다듬'에 다름 아니다.^^


단 한번도 아버지는 내가 울때 꼭 안아준 적이 없다.
나는 오늘 아침에도 성하가 울어서 꼭 안아줬다.
진정...주면서 치유되는 '셀프 쓰다듬'이다.

2011/12/15 21:34 2011/12/15 2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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빼빼로데이에 빼삐로 사갔더니 성하가 달려와서 혼자 방으로 가지고 들어가서 폭풍흡입.

 어이가 없어서 아빠도 하나만 주라..했더니 성하기 여유롭게 나를 안심시키며

'아빠는 내가 다음에 사줄게. 걱정마, 걱정마'한다. 걱정이다, 정말.^^

 

 

'11. 11. 14

2011/11/14 23:42 2011/11/14 23: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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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지 못하는 새'라는 핸디캡을 가진 주인공. 그는 매순간 날기를 꿈꾸며 파일럿 복장을 즐겨 입는다. 과학자의 면모를 풍기며 엄청난 발명품을 만들지만 다혈질과 경쟁심 등 감정 기복이 심한 캐릭터. 노래를 못하는 새, 멸종된 외톨이 공룡, 이상향을 가지 못하고 주저 앉은 이들. 그들을 돌보는 공동체. 예쁘지만 요리를 못하는 여성, 요리는 잘하지만 외모가 출중하지 못한 여성. 다분히 마이너한 코드들이 숨어 있는 대서사극.

 

 

'11. 11. 8

2011/11/08 23:41 2011/11/08 23: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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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는 성하가 잘못한 일이 있어 아내가 꾸짖는 중에 아이가 울기 시작했다. "잘못했어요"(사실 아이가 사과는 정말 잘한다)하며 땅을 치고 울었다...가 이내 또 잘 논다. 시간이 조금 흘러 아이가 또 사고를 쳤다. 바로 눈 앞에서 일어난 일이라 나는 즉시 혼을 내려 했지만 아내가 말했다. "방금 혼냈는데 또 혼내는 건 너무 가혹하지 않아?" 성하가 내 눈치를 본다. "아빠가 화가 났지만 또 혼내지는 않을거야 대신 다시 그러면 안돼, 알았지?" 아침에 출근하여 생각하니 정말 찰나의 시간이었는데 아내의 순간적인 판단이 항상 옳다. 신이 엄마에게는 육아에 있어서는 특별한 판단력을 주시는 듯 하다.

 

 

 '11. 10. 7

2011/10/07 23:40 2011/10/07 23: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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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와 한참 얘기를 하고 있는데 갑자기 성하가 아내를 가리키며,
"얘가 여보야야?" 한다. ㅋㅋㅋㅋ
호칭을 배워가는 성하를 보며 잠시 웃었다.

 

 

'11. 10. 6

2011/10/06 23:40 2011/10/06 23: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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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혹 어린이집이나 주일학교를 가보면 문제 아동들이 있다. 그 아이들은 대체로 지나치게 산만하고, 선생님을 괴롭히고 친구들에게 폭력을 쓰거나 모임을 방해한다. 부모를 보면 참 멀쩡한데 아이는 아닌 경우 난 원인이 참 궁금했다.

나도 아이를 키우고 아이의 곁에서 혹은 모임에서 아이를 지켜보며 또 육아서적들을 읽어나가면서 나는 아이들의 문제 행동의 배후에는 대체로 그 부모에게 문제가 있음을 확신하게 되었다. 아이는 대체로 부모의 행동을 모방하고 자신에게 주어진 스트레스를 그대로 방출한다.

문제의 가정이 아니더라도 아동발달단계에 대한 이해가 없는 부모는 때때로 성인의 잣대로 아이를 다루는 오류를 범한다. 교회에서 직장에서 혹은 내가 속한 집단에서 나는 얼마든지 친절할 수 있고 가면을 쓰고 인간관계를 맺을 수 있다.

하지만 가정은 다르다. 내 본성이 가장 많이 드러나는 공간이며 아내와 불화가 생겨도 가정 안에서 그 불화를 처리해야 한다.(집을 나가거나 이혼하지 않는다면) 부모는 인지하지 못하지만 그 일련의 과정에 아이들은 노출되고 때로는 피해의 당사자가 되기도 한다. 나도 내 몸이 힘들거나 스트레스가 심할 때 아이를 힘으로 제압한다.

우리 가정은 아이에게 매를 들거나 때리는 것을 금했기 때문에 그러지는 않지만 아이가 나름의 의견을 이야기할 때 그 과정을 무시하고 아이를 끌고 가거나 억지로 목욕을 시키거나 정신없이 보고 있는 TV를 꺼버리거나 장난감 가게에서 팔을 잡아 끈다. 그러면서 자꾸만 '얘는 왜 이러지? 누굴 닮아서 저러니?'라고 아이를 꼴통취급한다. 실제로 그 부모나 가정환경이 꼴통 수준일 확률이 90% 이상이다.

'자식은 부모의 거울이다'라는 말이 있다. 나는 이 말의 의미를 밖에서 사고치면 부모 얼굴에 먹칠하는 거니까 착하게 살아라는 의미로 알고 살았다. 아이를 키우면서 나는 이 말에 소름이 돋는다. 자식은 나와 아내, 그리고 가정안에서 일어난 모든 일들에 대한 CCTV와 같다. 아이가 때로 문제행동을 보일 때 일단 나를 돌아보고 회개하는 마음을 가져야겠다. 참 아이를 통해 배우는 게 많다.



*facebook 노트: 2011년 9월 22일
2011/09/22 23:28 2011/09/22 23: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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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은 밤까지 뒤척이는데 옆에서 아이가 쌔근거리는 숨소리에 울컥한다. 네 숨소리가 아빠에겐 너바나나 글렌굴드, 키스 자렛보다 아름답게 들린다. 이런 네가 자라서 나처럼 여자를 만나 결혼하고 내품을 떠나면 참 서운할거 같아.. 우습게도 난 자주 그 생각을 하는데, 막상 그때가 돼도 난 잘해내지 못할 것 같다. 그래도 날 창피해하지말길..

 

- 사랑하는 아빠가

 

 

'11. 9. 16

2011/09/16 23:39 2011/09/16 23: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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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 건강검진 보내놓고 성하랑 놀면서 기도했다.
아픈 곳 없게 건강하다는 결과 나오게 해달라고.
아내 사랑하는 마음이 이런 때 드러나는구나 생각도 하면서
한편으론 이미 환자들로 가득한 병원에서 검진받는 아내만
무사하길 기도하는 내가 하늘나라에서는 어떻게 보일까
잠시 생각해봤다.
'거.. 누구라도 자기 아내 먼저 기도하는 법입니다.. 험험'
조용히 중얼거린다.

오늘 밤은 여러 병원에 흩어진 환자분들을 위해 기도해야겠다.


'11. 9. 14

2011/09/14 23:39 2011/09/14 23: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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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밤새 천둥번개가 치고 비가 억수같이 쏟아졌다. 성하랑 자려고 누웠는데 번개가 번쩍 하자 성하 눈이 휘둥그레져서 "이게 뭐야?"한다. 나는 반사적으로 "어, 사진찍을 때처럼 번쩍하지? 아빠랑 같이 사진찍자"라고 둘이서 사진찍는 흉내를 냈다.

옆에서 듣던 아내가 그게 무슨 사진찍는 거냐며 아이에게 거짓말한다고 어이없게 웃더니 "성하야, 번개가 번쩍하고 천둥이 쿵쿵 소리나는 건 구름들이 서로 박치기를 해서 그래. 구름이 쎄게 박치기 하면서 번개도 치고 천둥소리도 나는거야"라고 설명한다. 성하는 한동안 별 반응이 없이 누워있었고, 그렇게 여러차례 천둥번개가 쳤다. 난 그게 뭐 대수냐며 같이 멍하게 누워 있는데, 성하가 가만히 천둥번개 소리를 듣다가 "구름이 너무 많이 박치기 해서 머리에 피나겠다"고 혼자 웃으며 말했다. 아내와 나도 더불어 웃었다.

의식하지 않은 채 그냥 내뱉는 말들이 아이의 동심을 가로막는다는 생각을 했다. 아내의 '교정'은, 3살난 아이가 어차피 이해하지 못할 것이니 웃긴 말로 떼우려는 내 가벼운 생각 이상으로 아이의 상상력을 자극한다는 걸 깨닫는다. 사실 아이가 자라면서 어른들이 그들의 무한한 상상력과 창의적 생각들을 가로막는 일들이 비단 이뿐이랴. 아이에게 아내같은 엄마가 있어 참 감사하다.


(페이스북 2011년 8월 17일)
2011/08/17 23:27 2011/08/17 23: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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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하와 바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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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카메라 보기가 쉽지 않아서. 세번째 성공! ^^

(사진: iPhone 3Gs)

2011/08/16 23:20 2011/08/16 23: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