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기억해야할 시장경제체제의 비판적 테제들
이미 2009년에 국내에서도 가장 영향력있는 저자이자 경제학자가 된 장하준 교수의 신작 <그들이 말하지 않는 23가지>는 이미 베스트셀러이 반열에 올랐다. 내가 느끼기에 이 책은 장 교수가 보다 일반인들을 겨냥하여 평이하고 단순하게 자신의 논점을 정리하고자 한 흔적이 역력하다. 따라서 장 교수가 주장하고 있는 신자유주의 시장경제에 대한 비판적 견해를 일목요연하게 볼 수 있다는 것이 이 책의 장점이 될 수 있겠다.
그런 면에서 이 책은 대부분의 일반인들에게 추천하고 싶은 책이 될 것 같다. 개인적으로는 장 교수의 다른 책, 이를테면 <사다리 걷어차기>나 <나쁜 사마리아인들>, <국가의 역할>같은 책들이 더 깊이가 있고 내용이 충실하다는 느낌이 강하다. <그들이 말하지 않는 23가지>는 대체로 그가 이전에 주장했던 내용들의 반복처럼 느껴지기 때문에 새로운 느낌이 들지 않는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이 책을 읽어야 하는 다른 이유가 존재하는데 장 교수는 이 책에서 좀더 명확하게 대안에 대해 8가지로 정리했다. 물론 이전 저작들 속에서도 유추할 수 있는 내용이긴 하겠지만 이 책에서 지적한 23가지의 문제의식과 8가지의 대안들은 우리가 시장경제 체제 하의 세계 경제를 그리고 우리나라의 경제 흐름을 지켜볼 때 기억할 중요한 테제가 될 것이라 믿는다. 일독을 권하며 아래는 그 8가지 대안에 대해 간략히 정리해 보았다.
1. 이윤동기에 아무런 규제도 가하지 않는 것이 자본주의를 가장 잘 활용하는 방법은 아니라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시장은 세심한 규제와 조정이 필요하다. 자본주의를 하되 좋지 않은 결과를 가져온 자유시장주의라는 고삐풀린 자본주의에 대한 냉전적인 사랑에서 눈을 떠 더 잘 규제된 다른 종류의 자본주의를 해야 한다.
2. 인간의 합리성은 어디까지나 한계가 있다는 인식위에서 새로운 경제 시스템을 건설해야 한다. 새로운 세계를 건설하려면 우리의 객관적 능력이 제한적이라는 사실을 받아들이고 시작해야 한다.
3. 인간의 나쁜 면보다 좋은 면을 발휘하게 하는 경제시스템을 건설해야 한다. 공익을 위한 행동들에 정부 보조금 뿐만 아니라 보다 높은 사회적 중요도를 부여하여 더 많이 보상해야 한다.
4. 사람들이 '받아 마땅한' 만큼 보수를 받고 있다는 생각을 버려야 한다. 우리는 CEO들이 받는 천문학적 보수를 제한하기 위해 주식시장과 기업 지배 구조를 개혁해야 하고 능력 위주의 사회를 만들기 위해 기회의 평등 보장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
5. '물건만들기'를 더 중요하게 생각해야 한다. 탈산업화 지식 사회는 신화에 불과하며 제조업은 지금도 경제에 필수적이며 제조업을 발전시키지 않고서는 생활수준을 향상시킬 수 없다.
6. 금융부문과 실물부문이 더 적절하게 균형을 이루도록 노력해야 한다. 특히, 금융부문은 속도를 낮춰야 한다.
7. 더 크고 적극적인 정부가 필요하다. 정부의 역할은 철저히 재평가될 필요가 있으며 사실상 오늘날 부유해진 나라들은 모두 정부가 경제 발전을 위해 적극적인 개입 정책을 구사했다.
8. 세계 경제 시스템은 개발도상국들을 '불공평하게' 우대해야 한다. 세계 경제 시스템은 개발도상국가들이 자국에 적합한 정책을 추진할 수 있는 '정책공간'을 넓혀주는 방향으로 완전히 개편해야 한다. 특히 자국시장보호, 외국인 투자 규제, 지적 재산권 등에서 더 관대한 체제가 필요하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