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처럼 글쓰기, 글처럼 살기'를 꿈꾸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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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 성하와 놀다보면 "아빠, 그냥 내 마음대로 하게 해줘"라고 말할 때가 있다. 과자를 많이 먹거나 위험한 상황이 아니면 나는 즉시 물러선다. "어.. 그래" 사실 나는 상하의 놀이에 개입하지 않는다고 하면서도 몹쓸 모범생 기질 때문에 정해진 룰을 성하에게 강요할 때가 종종 있다.

 

원치않게 정형적인 방식을 부드럽게 강요하다보면 눈치가 9단인 다섯살의 아이는 그 제약을 감지하고 아빠에게 항의한다. 아빠는 이게 바른 방법이라고, 혹은 더 재밌는 방법이라고, 혹은 반드시 이렇게 해야 한다고 아이를 교정하며 그렇게 아이는 위축되고 재량은 줄어든다. 외부세계에 주어진 룰부터 찾으려고 하며 눈치를 보며 불안해한다.

 

결국 아이는 놀이에 주도권을 잃게 되고 아빠가 노는 걸 지켜보다가 정작 본인은 흥미를 잃고 만다. 아빠주도형 놀이의 탄생이랄까. 이 모든 것을 나는 드러나지 않게 체화시키길 기대하며 은근히 아이에게 강요하는 편이다. 난 그렇게 커왔기 때문에 아들에게도 그렇게 내 DNA를 전수하는 셈이다.

 

그런 의미에서 자기 주장을 분명히 해주는 성하가 신기하고 고맙다. 그는 조용히 마치 혼자말을 하듯 내게 말을 한다. "내가 하고싶은대로 하게 해줘" 주의깊게 듣지 않으면 놓칠 수도 있을 정도의 소리로. 오늘도 나는 한걸음 물러서서 대답한다. "아, 미안. 네가 해바바"

2013/01/21 00:05 2013/01/21 0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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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아내가 준비한 모임이 잘 끝난 모임이다.
내심 내 일처럼 기쁘기도 했지만... (전환)
어제도 산더미같은 일거리를 초인적인 힘으로
처리하고 성하 픽업해와서 밥 해먹이고 씻기고
재우고 나니 아내가 자정이 넘어서 집에 왔다.
모임 참석자들 몇 그룹을 집까지 태워주고 왔단다.

 

오늘은 어제의 피로와 긴장이 풀린 아내 떡.실.신.
성하는 사슴과 같은 눈망울로 놀이터에서 눈사람
을 만들자고 조르고. 나는 나대로 휘곤휘곤.

 

하지만 한번 똘마니는 영원한 똘마니가 아니던가.
따라 나가서 열심히 눈사람 만드는 거 방관+도움.
(그래도 오늘은 루돌프 사슴은 안 했다. 날이 풀려서
눈이 많이 녹았더라. 씨바... 날씨 겁나 고마우이.)

 

아내는 저녁에 잠시 일어나서 간단히 요기하고
다시 떡실신.ㅠㅠㅠㅠ
성하도 장호삼촌네서 너무 열심히 놀았던지 잠시
짜증작렬하다가 어느 순간엔가 코골고 자는 중.
...

 

아... 이제서야 우리집은 평화가 찾아왔건만.
나도 미친듯이 피곤하고 졸립다... 안돼...ㅠㅠ
일단 일어나서 책상에 앉았는데 거 되게 졸립네. 쩝.

 

엄마들이 집에서 자기개발 못하는 데엔
다.................................................... 이유가 있다.
빨래나 마저 널고 자야겠다.

2013/01/21 00:04 2013/01/21 0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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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주 남편의 육아 분담에 대해 희생 내지는 헌신이라는 말을 하지만. 나는 때로는 가부정적 성역할이 남성에게 육아의 짐을 덜었다기 보다 오히려 어떤 '결핍'을 가져다 준다고 믿는 편이다.

내가 요리한 음식은 아이의 입에 먹여줄 때의 느낌, 한 숟갈 입에 넣고 아이가 엄지 손가락을 들어보이며 "최고!"라고 소리를 지를 때 묘한 성취감. 어린이집에 데리러 가면 아이들 속에서 놀다가 나를 발견하고는 기뻐하며 놀던 장난감들을 다 내려놓고 달려와서 작은 팔로 목을 끌어안아줄 때.

토닥여 주며 재울 때 하던 옹아리들, 이제는 단어들, 문장들. 그 시시콜콜함에 가끔 빵터지는 웃음. 숨쉴 때 몸의 오르내림. 까딱이는 손가락, 꿈을 꾸는지 뭘 먹기도 하고 뭐라고 입모양을 만들다가 내 겨드랑이 속으로 얼굴을 파묻기도 할 때 그 작은 몸뚱이의 촉감.

수시로 변하는 얼굴표정과 발달 단계에서 보이는 특유의 말들. 아이가 바라보는 것을 바라보고 듣는 것을 듣고 세상을 인식하는 순서대로 세상을 인식하는 경험들 일체를 아버지는 박탈당하는 셈이다.

사랑은 금전적 후원이나 관조적인 행위로 결코 깊어지지 않는다. 아빠와 아이의 사랑 또한 그러하다.

2013년 1월 13일.
2013/01/13 01:19 2013/01/13 0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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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하에게.

 

불과 6-7년전만해도 너는 존재하지 않았는데 지금은 어느덧 엄마 아빠가 '아들바보'가 되어 있구나. 삶이란 게 참 신기하지. 새해가 밝고 니가 아빠에게 "이제 나 다섯살이야. 아빠 나한테 까불지마"라고 말해서 엄마랑 한참 어이없게 웃었어.ㅎㅎ 빨리 크고싶어하는 네 동심 가득한 모습을 함께 해서 참 재미있고 기쁘다.

 

작년보다 더 말을 잘하는 너를 보면서 전전긍긍하는 아빠를 보며, 엄마는 아들의 '똘마니'가 되었다고 말하는데... 가끔 아빠는 네가 이제 다섯살 밖에 안 되었으니 아빠의 이 지극정성을 니가 기억도 못할 거라는 생각을 하면 좀 아쉽다. 기록으로라도 남겨서 묵혀두었다가 네가 철들면 생색을 낼까 싶다.

 

내 아버지는 나를 자신의 방법으로 사랑하셨지만 중요한 순간마다 나의 곁에 없었기에 함께 웃을 기회가 별로 없었다. 오래된 앨범이나 생일 카드들을 보면 지금도 그 글에는 시를 쓰는 내 아버지 특유의 감성이 묻어나지만, 솔직히 그건 아버지가 글솜씨를 뽐내기 위한 것이지 아들의 소소한 일상을 깊이 관여한 글이 아니란 생각에 조금은 씁쓸하기도 해.

 

너에겐 그런 글자랑하는 아빠가 아니고 좀더 가까이에서 살을 부비며 웃어주는 친구가 되었으면 좋겠다. 아니 그럴려고 한다. 한해도 건강하게 자라주어 고마워. 성하라는 아름다운 영혼을 허락한 하나님께 감사한다. 그리고 사랑한다.

 

- 너의 똘마니 아빠가

 

 

2013년 1월 5일

2013/01/05 00:04 2013/01/05 0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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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금요일 저녁부터 어제 조금 일찍퇴근해서까지 성하와 같이 지내다보니

 육아스트레스에 빠진 나... 어제는 아내에게 "아... 성하가 지겨워...ㅠㅠ"라고 했더니

충격을 받은 듯한 표정을 가식적으로 지어보인다.ㅎㅎㅎㅎ

이후에 부부가 모여서 성하 험담 삼매경.ㅋㅋㅋㅋㅋ

 만화영화 노래부르면서 좀 컸다고 가오잡고 노래한다는 둥, 지가 왕자인 줄 안다,

내 자식이지만 때때로 재수없다는 둥 한참을 뒷다마를 까댔다.^^

오늘은 다시 모범 아빠로 변신해서 잘 해줘야지. 롤롤롤~

 

 

2013년 1월 3일

2013/01/03 00:03 2013/01/03 0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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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새벽에 자다가 성하가 잠꼬대 하는 소리에 깼다.

귀엽게 옹알거리기에 귀기울여 들어보니 '추.... 추워...'

눈을 뜨고 일어나 보니 나는 이불을 누에고치처럼 돌돌 말아서 자고 있고

성하는 옆에서 웅크리고 자는 중;;;;;;;;;;;;

히잉. 아빠가 미안하다. 흙흙 ㅠㅠㅠㅠ

(회사 와서도 계속 맘에 걸리네...)


2013년 1월 2일

2013/01/02 00:02 2013/01/02 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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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하는 저녁을 먹고나면 대체로
응가를 한다. 그럼 한번에 몰아서
응가 처리도 하고 바로 뒤이어
씻기고 재우면 되서 성하가 응가
마렵다고 하면 혼자말로 "잘됐다"
라고 말하곤 했다.
어제도 성하가 응가마렵다고 하면서
나를 보며 해맑게 웃으며 말했다.
"아빠... 잘됐지?"
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
너 땜에 웃는다. 이 귀요미 같으니...!!!
ㅠㅠㅠㅠ

 

2012년 12월 21일

2012/12/21 23:50 2012/12/21 23: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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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간단히 먹고 인터넷을 잠시 보다가
빨래를 돌리고 널고 있는 중.
성하는 옆에서 혼자 재잘거리며 내 주위를 맴돌며 놀고 있다.
조규찬 음악을 틀어놓고 집안일을 어슬렁 어슬렁...
성하는 쫑알쫑알 장난감을 들고 따라다니는 모습이.^^

나른한 오후. 살짝 행.복.하.다.

 

 

2012년 12월 1일

2012/12/01 23:49 2012/12/01 23: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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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와 자주 대화하는 부분인데, 실내놀이터에서 아이들이 노는 것을 보면 배우는 게 많다. 이른바 '몰입'이다. 아이들은 놀이를 통해 학습한다. 재미가 있으면 친구와 함께가 아니더라도 30분이 넘도록 집중력을 가지고 특정한 관찰과 행동을 지속한다.
 
이때 가장 큰 방해꾼은 부모다. 부모의 놀이룰과 아이의 놀이룰이 다르기 때문이다. 아이가 몰입 단계에 들어가기 직전 부모들의 개입이 시작된다. "OO야, 그거 입에 물면 안돼", "OO야 소리지르지마, 시끄러워.", "OO야, 일어나 바닥 더러워"
 
함께 아이들이 노는 순간에도 부모들은 적극적으로 아이들 사이를 중재한다. "OO야 빨리 장난감 친구에게 줘. 니가 형이잖아", "OO야 저기 동생이랑 같이 블럭 쌓아봐" 멀리서 보고 있으면 마치 부모가
 놀이터에서 지향하는 놀이방식의 아바타 수준으로 아이는 자율성을 잃고 불안해하며 자주 노는 중간중간에 부모의 눈치를 본다.
 
부모는 아이 곁에 아예 붙어 앉아서 놀이지침을 교육시킨다. "OO야 우리 블럭으로 집을 만들어볼까" 부모는 아이에게 집을 만들어주고 자동차를 만들어준다. 아이는 부모의 작품을 감상하고 그 작품을 가지고 잠시 놀다가 이내 싫증을 낸다. 하지만 자신이 자발적으로 놀기엔 왠지 불안해졌다.

결국 아이는 엄마에게 놀이 의존을 시작한다. 엄마 이거해줘, 집 만들어줘, 여기에 올려줘, 나는 잘 못하니까 엄마가 이걸 해줘... 부모는 자기 없인 아이가 노는 것도 혼자 잘 못한다고 한숨을 내쉰다. 내 시간 없이 아이에게 올인한다고 주변 부모들과 하소연을 간간이 해댄다. 그러다 이내 자기 아이를 보고 소리친다. "OO야 그렇게 만들면 안돼. 집이 무너지잖아"
 
2-3세 영유아를 키우는 부모나 17-18세 입시생을 키우는 부모나 어떤 길을 만들어놓고 아이를 그 길로 걷게 한다는 점에서 우리 부모들은 아주 초기단계부터 아이의 자발성을 왜곡시키는 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걱정스러운 상황이 있다. 어릴수록 질병에 노출되기 쉽다. 그렇다고 바닥을 기어다니면서 온몸으로 세상을 받아들이는 아이를 물리적인 힘으로 일으켜 세우고 항균티슈로 닦은 장난감만을 고상하게 가지고 놀 수는 없다. 아이 입장에서 그것은 놀이가 아니라 하나의 역할극 내지는 무선조종에 다름 아니기 때문이다. 부모는 은연 중에 아이의 몰입에 의한 학습 발달을 방해하는 주범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할 듯 하다.

물론 그 반대의 극단도 유의할 필요가 있다. 몇몇 부모들은 아이를 놀이터에 던져 놓고 자신은 스마트폰을 하거나 책을 읽는다. (내가 종종 그렇다.ㅠㅠ) 때때로 부모는 개입하지 않음과 방치를 오해한다.

개입하지 않는 순간에도 부모는 효과적으로 아이를 교육시킬 수 있다. 부모는 아이의 세밀한 행동들을 관찰해야 한다. 아이는 도약하기 직전의 선수나 잠시 웅크린 개구리와 같다. 그러므로 그 아이의 작은 몸짓, 표정, 손길, 말 한마디들을 읽으면서 아이의 독특한 성격과 욕망, 성장의 속도를 유추할 수 있다.

때때로 적당한 시점에서의 부모의 개입은 벽을 향해 계속 걸어가는 모터 로봇을 돌려놓은 것 같은 효과를 준다. 작은 매듭에 걸려 헝클어진 실의 한쪽 끝을 풀어주면 긴 실타래가 한번에 풀리는 것처럼 아이는 더 높게 멀리 뛸 수 있다.

잦은 개입, 혹은 완전한 방치.. 그것 사이에서 적당한 거리두기, 적당한 개입, 무엇보다 좋은 관찰자로서 부모가 자리매김하는 것이 아이의 몰입에 도움이 되는 것 같다. 아직 더 배울 것이 많겠지만 현재로서 내가 느끼는 부모의 자리는 그렇다.

2012/10/30 23:30 2012/10/30 2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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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성하와 자는데 갑자기 성하가 막 울었다.

깨서 말하길 "꿈나라에서 미라클포스에 나오는 괴물들이 나를 공격헤서 내가 죽었어."

(코빨개지며 눈물이 그렁그렁..ㅋㅋ)

나는 일단 어디가 이픈게 아님을 알고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아.. 그랬구나. 이제 괜찮아. 아빠가 옆에 있잖아...했다.

그러자 성하는 나를 등지고 누우면서 한마디 더했다.

"이제 다시는 꿈나라에는 안 갈거야." ㅋㅋㅋㅋㅋㅋㅋ (자다가 완전 빵터짐)

 

 

'12. 10. 29

2012/10/29 23:48 2012/10/29 23:4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