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처럼 글쓰기, 글처럼 살기'를 꿈꾸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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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오늘은 성하 데리러 가는 날. 어린이집에서 아빠아아 하고 뛰어 나온다. 차 창문으로 바람이 뺨을 스치고 내 무릎에 앉은 성하의 머리에 내 턱을 대고 있었다. 내 품에서 꼼제락거리는 성하를 안은 채, 해저무는 풍경을 바라보며 집으로 가는 길. 갑자기 마음이 뭉클해졌다. 행복하다, 행복하다. 언젠가 이 날을 떠올리며 나는 그렇게 회상할 것 같다.

7월 16일.


#2.
세상 '벽'과 만나면 성하는 나에게 달려온다. 놀이터의 친구가 같이 놀던 장난감을 빼앗기거나 넘어지거나 밖에서 큰 소리가 나거나 혹은 엄마가 혼을 낼 때. 성하는 두 팔을 벌려 나에게 안긴다. 너무 쌔게 안으면 부서질 것만 같다. 어떤 사물의 크기만으로도 아우라가 생기는 듯, 작다는 것 자체가 울컥한 마음을 가져다 줄 때가 있다. 처음엔 팔뚝만하던 성하는 이제는 내 한쪽 다리만큼이나 자랐건만 여전히 그를 안으면 귀여우면서도 안쓰러운 마음이 든다. 내가 이 아이의 아빠란 사실이, 이 아이가 내 혈육이란 사실이 실감나지 않을 때에도 성하는 아랑곳하지 않고 내 옷에 자기 얼굴을 묻고 비벼댄다. 조그만 손가락, 머리칼, 특유의 아이의 냄새, 턱에 쓸리는 머리카락. 멍 때리며 눈물을 닦는 표정... 언제 그랬냐는 듯 나를 밀어내고 다시 '세상'으로 뛰어가는 그 애의 뒷모습을 물끄러미 바라보다가 언젠가 다시 내 품에 안기지 않을 날을 떠올려봤다. 아버지도 이렇게 만들어지는 걸까. 난 아버지에게 안겨본 기억이 없다. 아주 어린 시절 사진에선 봤지만 그건 그냥 사진일 뿐 내 기억 속 아버진 나를 물리적으로 안아 준 적이 없었다. 성하가 커서도 나에게 안기면 좋겠다. 물론 그땐 성하가 나를 안아주는 거겠지만.

7월 23일.

2012/07/23 23:29 2012/07/23 23: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