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처럼 글쓰기, 글처럼 살기'를 꿈꾸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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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대세인 혁오의 와리가리를 들으며 잠을 청하던 중.
...
성하: 아빠 이거 기타소리야?
나: 응.
성하: 기타 치면서 노래부르는거야?
나: 그렇지... 왜?
성하: 멋있다... (허공을 쳐다보다가 눈감는다)
...
그렇게 우리 둘은 
발가락을 꼼지락 거리며 음악이야기를 나누었다.
2015/08/03 00:05 2015/08/03 0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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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날 세배 후에 세뱃돈을 챙긴 성하.
며느리는 수고했다고 큰아버지에게 용돈을 받고,
결국 아빠만 빈손으로 돌아옴. 
---
아빠: 성하야, 아빠 만원만 줘라. 
성하: 싫어. (..라고 하며 아빠 눈치를 살핌)
아빠: 아빠는 오늘 받은 돈도 없잖아.ㅠㅠ
성하: ...
(10초의 망설임 끝에 만원짜리를 던져줌.-_-++)
아빠: (던진 돈을 공중에서 붙잡으며) 고마워.
성하: 아빠는 오늘 한푼도 못 받았으니까.
아빠: 흙... 성하 쵝오!
(엄마 등장...ㅋㅋㅋ)
엄마: 성하야 엄마도 줘라. 
성하: (뭐지 이건...이라는 표정)
엄마: 성하는 맨날 아빠만 좋아하구! 엄만 안주구!
성하: 안돼. (햄릿의 고뇌가 느껴지는 순간...)
엄마: 줘라~~잉.
성하: ...
(다시 10초의 망설임 끝에...)
성하: (아빠에게) 아빠 만원 다시줘. 엄마땜에 안되겠어.
아빠: 야... -_-+++++
2015/01/02 11:33 2015/01/02 1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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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성하랑 주일에 기도하는 재미에 쏙...
나: 오늘은 뭐라고 기도할거야?
성하: 음... 아빠랑 재미있게 놀았던 일 잊지 않게 해달라고. 내가 커도.
나: 성하가 커도?
성하: 응. 나중에 아빠가 하늘나라에 가도.
나: 어...^^;;;
기도 중...
나: 기도 다했어?
성하: 응. 근데 한번 더 할래.
나: 그래.
잠시 후...
나: 뭐라고 기도했어?
성하: 음, 너무 길게 말해서 다 말해줄 수 없겠어.
나: 어,,, 그래...
성하: 마지막에는 이렇게 기도했어. 엄마아빠 안 싸우게 해주세요.
나: 음,,, 그랬구나...(아놔, 찔린다...)
집으로 가는 길...
성하: 아차, 기도 하나 안 했다.
나: 무슨 기도?
성하: 뛰다가 안 넘어지게 해달라고 기도하려고 했는데.
나: 맞아. 너 요즘 잘 넘어지더라.
성하: (시무룩..)
나: 다음에 와서 또 기도해.
성하: 근데 말이야, 기도했으니까 아이스크림 사줄거야?
나: 아.니.거.든.
2014/09/13 21:22 2014/09/13 2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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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하: 아빠..
나: 왜..
성하: 아빠는 약점이 뭐야.
나: 음... 너무... 멋있다는거?
성하: 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
나: ...;;;;
...
기분나빠-_-
2014/09/13 21:21 2014/09/13 2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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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하: 아빠 내일 회사가?
나: 응
성하: 안가면 언돼?
나: 그럼 돈없어서 니 장난감도 못 살텐데?
성하: 괜찮아.
나: 정말?
성하: 응. 아빠는 집에서 푹 쉬어. 내가 돈 주워올게.
(ㅋㅋㅋㅋ)
나: 돈을 어디서 주워와?
성하: 음.. 소파 밑에서도 줍고 냉장고 밑에서도 줍고 방에 청소기 안에서도 주우면 돼. 밖에 주차장 차밑에서도......
나: (급감격하여...) 고마워.ㅠㅠㅠㅠㅠㅠㅠ
...
그러다 금새 잔다. 나도... 금새...
2014/07/19 19:32 2014/07/19 19: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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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적으로 나를 예민하게 만드는 일 중 하나는 단연... 아이와의 약속이다. 요즘 성하는 하루종일 쫑알쫑알 말도 많고 원하는 것도 많다. 집에 있으면 내가 전담하므로 간단히는 물줘..에서 시작하여 배고파 밥줘, 뭐 사줘, 이거(치킨, 돈까스) 시켜줘, 실내놀이터 가자, 어디 놀러가자, 장난감 사줘, 과자 사줘 등등 입 안에 무슨 순서대로 원하는 걸 말하는 스피커가 달린 것처럼 쉬지 않고 말을 해댄다.

문제는 내가 이 아이를 대하는 태도인데, 아이니까 하는 마음으로 대충 대답할 때도 있고 밤늦게 뭘 먹고 싶다고 우기면 쉽게 내일 사준다고 달랜다거나 어딜 놀러가고 싶다고 하면 오늘은 안 되고 다음에 가자고 둘러댄다. 이건 마치 어정쩡하게 친한 지인을 만났을 때 간단한 안부를 묻고는 헤어지는 인사로 '담에 밥...이나 먹자고'라고 하는 말과 유사한 '중요도'를 같는 표현이다.

더 큰 '문제는' 나는 그 시간을 무마하는 용도로 사용한 표현들을 아이는 잊지 않고 기억하고, 더 나아가 그것을 약속으로 받아들이고 더 나아가 기다리고 기대하고 있는 경우가 많다는 사실이다. 요즘은 자주 놀라곤 하는데, 아빠 지난 번에 내가 원하는 날에 OO에 놀러간다고 했지? 라고 말하거나 어제는 늦어서 내일 아침먹으면 아이스크림을 준다고 했지? 라고 말할 때... 솔직히 나는 이마에서 식은 땀이 흐른다.

내가 아이를 대하는 태도가 어떤 면에서는 내가 내게 있어 중요하지 않은 사람들, 혹은 권력구도에서 흔히 '약자'라고 표현되는 이들을 대하는 어떤 바로미터 같은 느낌을 받기 때문이다. 나는 아이가 선하지 않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대부분의 부모들은 자기 아이가 착하지 않다는 걸 경험한다. 엄밀히 말하자면 선악의 개념으로 아이를 판단하는 건 옳지 않다. 아이는 자기가 원하는 것에 대해 포장하지 않을 뿐이다. 그 원초적 욕구, 욕망에 대해 옳고 그름의 당위를 입히는 건 어른이다.

조금 다른 얘기지만 노동자, 농민, 장애인이 선한 것은 아니다. 그들은 물리적으로 혹은 사회구조적인 측면에서 약한 것이지 약한 것이 선한 것으로 자연스레 연결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대체로 동물의 왕국이건 문명화된 사회집단이건 간에 약자의 목소리는 간과되거나 축소되거나 무마되기 싶다. 약자의 도덕성에 결함이 없어서가 아니라 약자이기 때문에 고려되어야 할 무엇이 존재한다.(...고 나는 생각한다.)

대부분의 고과권자는 자신이 개별 직원들에게 어떤 등급을 줬는지 일일이 기억하지 못한다. 하위 고과를 받은 직원만이 머리를 쥐어뜯으며 왜 저새끼가 나를 제대로 평가하지 않았는지를 두고 수십개의 시나리오를 세운다. 누군가가 자신에게 적대적일 때 권력자는 왜 이들이 이렇게 사납고 거친 모습인지 이해할 수 없다는 순진한 표정으로 자신의 억울함을 토로하기도 한다.

이 지점이 내가 불편한 어떤 지점인 것 같다. 사실상 나도 나름대로 너무도 바쁘고 주말에는 좀 늘어져 있고 싶은데, 아이에게는 또 나름대로 좋은 아빠라고 불리고 싶다. 결국 나는 그런 타협점을 찾기 위해 그 시간들을 무마할 수 있는 가장 그럴 듯하고도 부드러운 방식, 다음에 OO할게, 내일은 꼭...이라는 말을 쓴다. 다음에는 좋은 고과를 줄게, 다음엔 꼭 내가 밥을 사지, 다음엔 국민이 원하는 방식의 구조를 세우겠어. 뭐 여러 표현들이 있지만 다 일관된 본질을 갖는다는 말이다.

솔직히 요즘 나는, 오늘을 살기 위해 분투하고 있다. 세월호로 대변되는 재난 앞에서 뭐 대단한 걸 하고 있지는 않지만 내가 꼭 해야겠다고 생각되는 일들은 되도록 즉시 하고, 내가 (그저 타인에게) 보이고 싶어 안달하는 어떤 류의 loss는 신경쓰지 않고 산다. 그 분투에는 소박하게도 내 아이와의 아주 사소한 약속도 '관리'하는 것이 포함된다. 협력업체의 나이어린 사원 대리와의 업무 분장도 그렇다. 내가 잘못한 건 사과하고 그들이 잘해준 건 반드시 메일로 감사한다. 오늘을 살지 않으면 그들은 내일 회사를 떠나고 나는 다시 그의 선의를 잊은 채 일상에 매몰될 게 분명하다.

소중한 것을 먼저 하라...는 스티븐 코비의 유명한 시간관리의 법칙이 있다. 나는 자주 되묻는다. 내가 과연 소중한 게 무언지 구분할 수 있을까. 내가 승진이 명백한 어떤 성과를 내기 위해 분투했던 과정에 들인 시간을 쏟을 수는 있지만 아이가 지나치듯 말했던 사소한 선물을 기억해서 어느 저녁에 아이의 손에 쥐어주는 것은 그냥 지나칠 수도 있다. 하지만 빠른 승진이 빠른 퇴사를 부를 수도 있겠고 노년의 어느날 내 아이가 그 사소한 선물을 기억해주며 고맙다고 말할 기회를 잃을 수도 있다. 뭐, 모를 일이다.

중요한 건, 중요하지 않다고 굳게 믿는 어떤 관계가 살면서 정말 중요할 수도 있다는 사실을 나는 6살난 아이를 통해 매일매일 경고를 받고 있다는 사실이다. 그게 내겐 꽤 불편하다.
2014/06/30 23:07 2014/06/30 2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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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하와 잘때 나는 자주
잠들 때까지 머리를 쓰다듬어주면서 사랑한다고 말한다.
아마도 1, 2년 사이에 성하는 혼자 자게 될 것 같다.
4살의 아이와 5살의 아이는 다르다.

말하는 것, 생각하는 것, 좋아하는 것들이
하루가 다르게 변해간다.
새끼 강아지가 성견이 되는 것을 지켜보는 것보다 훨씬 더
아이가 자라는 걸 지켜보는 것은 놀랍기만 하다.
...
그 놀라움과 비례하여 아빠인 나의 존재감은 작아진다.
내가 이 아이에게 할 수 있는 부분이 참 작다는 생각.
도리어 아이에게 나의 부정적인 습속을 강요하면서도
그것을 아빠의 의무, 도리라고 여길 확률이 더 높아진다는 생각.

나에게서 났지만 나와 다르고
조만간 독립된 '성인'이 될 이 아이를 그저 어떤 정해진
시간동안 맡았다는 생각을 하면서는
어떤 시기를 붙잡을 수 없는 것에 대한 아쉬움, 미련도 남는다.

조그만 다리를 내 허벅지 위에 턱 올려놓고 쌔근거리는
아이의 숨소리를 들으며 한참을 지켜보다 잠드는기억,
좋을 땐 표정을 숨기지 않고 팔짝팔짝 뛰며 달려오는 모습.

나에게 전적으로 의지했던 시간이 무색하게
이제는 정색을 하고 스스로 하겠다고 무서운 표정을 지어보이는
모습을 보면서,
한편으로는 신기하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걱정도 되고
또한편으로는 이런 상황이 많이 아쉽고 그립기까지 하다.

돌아보면 어린 시절의 기억 중에 어떤 것이 소중하게 기억될까.
부모는 대체로 아이에게 선행하는 어떤 지식이나 물질을
물려주고 싶어하지만 그것이 아이가 커서 기억될 무엇일까 하는
생각이 자주 든다.

내 결핍인지는 모르겠지만,
나는 유년시절 살갑게 사랑받았다는 기억을 아이에게 주고 싶다.
세상에 혼자 던져진 채 살아가는 순간순간마다
아빠의 손길을 통해 정서적으로 사랑받았음을 떠올리면서
누군가에게도 따뜻한 사람이 될 수 있는 용기를 내면 좋겠다.

세상이 자주 아이를 홀대하고 억울한 일을 당하여
마음의 상처를 입을 때에도 마음 깊은 곳에서 타오르는 온기를
잃지 않고 '아빠, 나 씩씩하지?' 하며 웃을 수 있는 정서적 안정감을
가진 사람이 되면 좋겠다. 뭐, 굳이 아빠에게 말하지는 않아도 좋다.

오늘도 성하가 잠이 들 때까지 머리를 쓰다듬고
두 볼을 손으로 감싸주고 작은 다리를 올릴 수 있게 허벅지를 내준다.
내일의 이 아이는 오늘의 그가 아닐 수 있다는 생각을 하면서...
2014/04/13 13:01 2014/04/13 1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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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하가 어린이집 가방에서 초콜릿을 꺼냈다.
막 먹으려던 찰나.
...
나: 성하야 초콜릿 어디서 났어?
성하: OO(여자아이)가 줬어.
나: 아빠는 안 줘?
성하: OO가 나 혼자서만 먹으라고 했어.
나: 아... 그렇구나.
성하: (한큐에 냠냠)
나: 성하는 좋겠다....
성하: (냠냠) 왜?
나: 아빠는 어릴 때 초콜릿 받은 적 없거든.
성하: ...(계속 냠냠)
...
뭔가... 사소한 일로 비참해지는 이 느낌은 뭐지...
2014/03/09 00:23 2014/03/09 0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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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하: 아빠 이제 아무데도 가지마.
(어제 놀다왔더니 심심했던 둣 ㅋㅋ)
나: 아빠 내일 회사가야 되는데?
성하: 회사도 가지마.
나: 음.. 그럼...
성하: 회사는 내가 갈거야. 알았지?
나: ^^ 그래. 성하 회사 가면 아빠 장난감도 사주라.
성하: 어. 알았어. 음, 아빠 무슨 장난감 사줄까.
나: 음... 글쎄. 무슨 장난감 살까.
성하: 아빠.
나: 응.
성하: 아빠가 사고 싶은 거 다 사줄테니까 천천히 잘 생각해봐.
(ㅋㅋㅋㅋㅋㅋㅋㅋ 이건 내 레파토리인데)
나: 어,,,, 알았어.
성하: 집에가서 천천히 생각하고 나한테 알려줘.
나: 어,,,, 알았어. (고마워 ㅠㅠㅠㅠ)
2013/09/23 00:21 2013/09/23 0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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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처럼 성하와의 잠자기전 대화

성하: 아빠 왜 안경썼어?
나: 어.. 눈이 나빠져서... 왜?
성하: 아빠 결혼할거야?
나: (엥? 이건 뭔소리야? ㅋㅋㅋ)
성하: 아빠... 결혼할 때 안경썼잖아.
나: 맞아 안경 썼었어. 어떻게 알았어?
성하: 사진에서 봤어. 근데 그럼 우리집에 애기 생겨?
나: (야야... 아니거든!!!) 왜...? 아기 있음 좋겠어?...
성하: 응...
나: 너 아기 생기면 아기 더 이뻐할텐데 괜찮아?
성하: 아빠 근데 나 방학이다.
나: (짜식 비겁하게 말돌리긴...-_-;;;) 어, 그래?
성하: 아빠도 방학이지? 나 다 알아...
나: 어... 방학... 그래. (휴가거든!!!!)

이렇게 수다떨며 하루가 간다...
2013/09/13 23:24 2013/09/13 23: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