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처럼 글쓰기, 글처럼 살기'를 꿈꾸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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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정 스님이 추천하는 이 시대에 꼭 읽어야 할 50권
법정 스님의 내가 사랑한 책들

법정 스님의 진리와 구도의 길에 함께해 온 책들을 소개한다. 법정 스님의 구도와 진리의 길에 함께해 온 책들은 무엇일까? 모두가 잠든 밤 홀로 깨어 산중 오두막을 불 밝혀 온 책은? 스님이 스스로를 거울처럼 비춰 보던 책은 무엇이며, 늘 곁에 두고 스승으로 삼은 구도의 책과 경전에는 무엇이 있을까? 이 책은 이 같은 질문에 대한 답을 담고 있다.

'법정 스님이 추천하는, 이 시대에 꼭 읽어야 할 50권의 책'을 선정하기 위해 편집부는 그동안 2년여에 걸쳐 여러 차례 스님과 대화를 나누었다. 또한 지금까지 스님이 쓴 모든 산문과 법문들을 하나하나 찾아 넘기며 거기 소개되어 있는 책들을 죽 추려 내고, 편지 등에서 언급한 책들도 모두 정리하였다.

스님이 경전이나 주석서 못지않게 자주 펼쳐 보았다는 <어린 왕자>와 <꽃씨와 태양> 같은 동화에서부터 창간호부터 줄곧 구독해 오고 있다는 <녹색평론>과 인도철학의 꽃이라 불리는 <바가바드기타>에 이르기까지, 모두 잠든 깊은 밤 강원도 산중 오두막을 불 밝혔던 법정 스님의 독서 기록을 담았다. (출판사 소개글)


새로운 형식의 삶에 대한 실험 _ 헨리 데이비드 소로우 <월든>
인간과 땅의 아름다움에 바침 _ 장 피에르와 라셀 카르티에 <농부 철학자 피에르 라비>
모든 사람이 우리처럼 행복하지 않다는 건가요 _ 헬레나 노르베리 호지 <오래된 미래>
그곳에선 나 혼자만 이상한 사람이었다 _ 말로 모건 <무탄트 메시지>
포기하는 즐거움을 누리라 _ 이반 일리히 <성장을 멈춰라>
모든 여행의 궁극적인 목적지는 행복 _ 프랑수아 를로르 <꾸뻬 씨의 행복 여행>
자신과 나무와 신을 만나게 해 준 고독 _ 장 지오노 <나무를 심은 사람>
한 걸음씩 천천히 소박하게 꿀을 모으듯 _ 사티쉬 쿠마르 <끝없는 여정>
행복이 당신 곁을 떠난 이유 _ 버트런드 러셀 <행복의 정복>
나무늘보에게서 배워야 할 몇 가지 것들 _ 쓰지 신이치 <슬로 라이프>
기억하라, 이 세상에 있는 신성한 것들을 _ 류시화 <나는 왜 너가 아니고 나인가>
신은 인간을 가꾸고, 인간은 농장을 가꾼다 _ 핀드혼 공동체 <핀드혼 농장 이야기>
모든 사람은 베풀 것을 가지고 있다 _ 칼린디 <비노바 바베>
이대로 더 바랄 것이 없는 삶 _ 야마오 산세이 <여기에 사는 즐거움>
나는 걷고 싶다 _ 다비드 르 브르통 <걷기 예찬>
아프더라도 한데 어울려서 _ 윤구병 <가난하지만 행복하게>
신에게로 가는 길 춤추며 가라 _ 니코스 카잔차키스 <그리스인 조르바>
한쪽의 여유는 다른 한쪽의 궁핍을 채울 수 없는가 _ 장 지글러 <왜 세계의 절반은 굶주리는가>
마른 강에 그물을 던지지 마라 _ 장 프랑수아 르벨·마티유 리카르 <승려와 철학자>
당신은 내일로부터 몇 킬로미터인가? _ 이레이그루크 <내일로부터 80킬로미터>
가장 자연스러운 것은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 _ 후쿠오카 마사노부 <짚 한 오라기의 혁명>
큰의사 노먼 베쑨 _ 테드 알렌·시드니 고든 <닥터 노먼 베쑨>
풀 한 포기, 나락 한 알, 돌멩이 한 개의 우주 _ 장일순 <나락 한 알 속의 우주>
삶은 사랑하는 법을 배우는 과정 _ 아베 피에르 <단순한 기쁨>
두 발에 자연을 담아, 침묵 속에 인간을 담아 _ 존 프란시스 <아름다운 지구인 플래닛 워커>
가을매의 눈으로 살아가라 _ 다산 정약용 <유배지에서 보낸 편지>
생명의 문을 여는 열쇠, 식물의 비밀 _ 피터 톰킨스·크리스토퍼 버드 <식물의 정신세계>
우리 두 사람이 함께 _ 헬렌 니어링 <아름다운 삶, 사랑 그리고 마무리>
축복은 우리를 자유롭게 한다 _ 레이첼 나오미 레멘 <할아버지의 기도>
인간의 얼굴을 가진 경제 _ E.F. 슈마허 <작은 것이 아름답다>
바람과 모래와 별 그리고 인간 _ 생텍쥐페리 <인간의 대지>
새들이 떠나간 숲은 적막하다 _ 레이첼 카슨 <침묵의 봄>
빼앗기지 않는 영혼의 자유 _ 빅터 프랭클 <죽음의 수용소에서>
나무는 자연이 쓰는 시 _ 조안 말루프 <나무를 안아 보았나요>
용서는 가장 큰 수행 _ 달라이 라마·빅터 챈 <용서>
테제베와 단봉낙타 _ 무사 앗사리드 <사막별 여행자>
꽃에게서 들으라 _ 김태정 <우리가 정말 알아야 할 우리 꽃 백 가지>
오늘이 마지막 날인 것처럼 _ 지두 크리슈나무르티 <아는 것으로부터의 자유>
우리에게 주어진 이 행성은 유한하다 _ 개릿 하딘 <공유지의 비극>
세상을 등져 세상을 사랑하다 _ 허균 <숨어 사는 즐거움>
지구에서 가장 뜨거운 심장 _ 디완 챤드 아히르 <암베드카르>
바깥의 가난보다 안의 빈곤을 경계하라 _ 엠마뉘엘 수녀 <풍요로운 가난>
내 안에 잠든 부처를 깨우라 _ 와타나베 쇼코 <불타 석가모니>
자연으로 일구어 낸 상상력의 토피아 _ 앨런 와이즈먼 <가비오따쓰>
작은 행성을 위한 식사법 _ 제레미 리프킨 <육식의 종말>
결론을 내렸다, 나를 지배하는 열정에 따라 살기로 _ 빈센트 반 고흐 <반 고흐, 영혼의 편지>
성장이 멈췄다, 우리 모두 춤을 추자 _ 격월간지 <녹색평론>
내일의 세계를 구하는 것은 바로 당신과 나 _ 제인 구달 <희망의 이유>
내 안의 ‘인류’로부터의 자유 _ 에크하르트 톨레
어디를 펼쳐도 열정이 넘치는 책 _ 다치바나 다카시 <나는 이런 책을 읽어 왔다>


*도서 정보: http://www.aladdin.co.kr/shop/wproduct.aspx?ISBN=8993838100
*법정스님 추천에세이: http://blog.aladdin.co.kr/editors/3495240
2010/03/11 20:54 2010/03/11 2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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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하 할머니께서 친히 하사하신 정장을 입고 드디어 사진 몇 컷을 찍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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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포토제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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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의 모델 수준의 포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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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하는 업무 중...^^

2010/02/17 23:45 2010/02/17 23: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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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 관리의 대안적 패러다임을 제시하는 책!

솔직히 복상 황병구 편집위원이 프랭클린 플래너 비슷한 것을 만들었다고 했을 때 반신반의 했었다. 게다가 개인적으로 아주 효율적으로 잘 쓰고 있는 프랭클린 플래너에 대한 약간은 비판적인 시각 자체가 그리 탐탁치 않기도 했다. 스티븐 코비의 책들과 그 툴인 프랭클린 플래너가 나에게 끼친 긍정적 영향력이 얼마나 컸던가를 생각하면 내 입장도 이해가 되리라. 무엇보다 이미 검증되고 널리 알려진 플래너에 어정쩡한 기독교 플래너 하나를 더하는 느낌이 그리 좋아보이질 않았다.


몇 년이 지나 황병구 본부장(지금은 한빛누리 본부장으로 있다)이 시간 관리에 대한 책을 냈다. 사실 이 책도 반신반의했다. 이 책을 사게 된 건 그가 제작한 소명 라이프빌더라는 플래너의 사용법을 포함하고 있었기 때문. 개인적으로 플래너의 사용법을 보면 그것이 정말 효과적일 것인지 아닌지에 대한 판단이 가능한 법이라 조금 망설이다가 덥석 주문했다.

책은 훌륭했다. 첫장을 넘기자마자 책의 끝까지 단숨에 달려갔다. 때때로 머리에 망치로 얻어 맞은 것처럼 경종을 울리는 대목도 있었고 입가에 미소가 번지는 대목도 많았다. 황병구 본부장 특유의 글빨이 살아있는, 그래서 더욱 흠잡을 데가 없는 책이었다. 하긴, 그가 누구던가. 90년대에 TNT 세대론과 미답지론으로 진보적인 기독교계에 널리 알려진 탁월한 글쟁이가 아니던가.

그가 주장하는 주요한 시간 관리의 핵심은 시계 시간 프레임에서 사건 시간 프레임으로의 변화, 성취 중심에서 (인간) 관계 중심의 시간 관리, 그리고 자신의 성공이나 성취 지향적인 계획에서 하나님 중심, 이웃 중심의 나눔과 도움을 지향하는 삶의 자세의 훈련이다. 소명 라이프빌더는 이러한 철학을 실현하기 위한 툴이다. 단적으로 말해 정통 기독교적인 정신이 잘 녹아 있는 툴인 셈이다.

스티븐 코비의 책 제목에 있는 'effective'(영향력있는)이란 단어를 '성공'으로 맞교환한 한국판 번역도 문제이지만 정작 스티븐 코비가 자신이 말한 '영향력', '성취'의 목적 혹은 그 본질에 대해서는 함구하고 있다는 황병구 본부장의 지적에는 동의가 된다. 결국 프랭클린 플래너는 내가 큰 도움을 받았지만 그 도움은 나의 시간을 나의 능력의 배가를 위해 잘 다듬는 수준의 것이었다. 그것이 이타적인 목적이 됐든, 이기적인 목적이 됐든 내 몸값 올리기를 위해 적절한 툴임은 분명하다.


그런 면에서 기독교적 가치들을 돌아보려는 황병구 본부장의 문제 제기과 그 해결책으로 내 놓은 이 툴(라이프빌더)은 내게도 좋은 인생 방향 전환의 계기가 될 듯 하다. 모든 기독교인이 소명 라이프빌더를 살 필요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이 책은 한 번은 읽어보기를 추천한다. (끝)

2010/02/15 20:54 2010/02/15 2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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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은 원치 않게 부도수표를 남발하고 다닌다.
엄밀히 말하면 부도수표라고 할 수는 없겠지만
흔히들 하는 말로 '나중에 언제 한 번 보자'라는 말을 하고는
언제 한 번 볼 시간을 만들지 못하는 것 때문이다.

그런데 이번 주에는 두 후배에게 연락이 왔다.
한 명은 10시에 퇴근하는 나를 만나러 굳이 통근버스 내리는 곳에서
밤 10시에 약속을 잡아 주었다.
우리는 12시반까지 이야기를 나누었다.

다른 후배는 올 3월에 아프리카로 1년간 떠난다.
보자 보자 내가 먼저 이야기를 꺼내곤 2월이 될 때까지 못 만났다.
그 후배에게 연락이 왔다. 오늘 집으로 오겠단다.
교회 일에 내일 출근에 힘들텐데
먼길 와서 나를 만나준 후배가 고맙기만 하다.

아이가 크는 중이라 그런 지는 모르겠지만
갈수록 내 시간을 남과 나누는게 쉽지가 않다.
싫어서가 아니라 그렇게 그렇게 여건이 안 되고
내게 걸맞는 갑작스런 시간대를
타인에게 요구할 주변머리가 없어서이기도 하다.

그렇게 점점 나는 사람들과 접촉이 줄어들고 있다.
주변 회사를 다니는 동료들도 가끔 그런 말을 하긴 했지만
나에게 필요한 대화는 아니겠거니 싶었다.

다행히 이번 주에는 두 후배(혹은 동생들?) 덕에 그들과 담소를 나누는
행복한 시간을 가졌다.
사람이 사람을 만나 허울없이 얘기를 나누는 것 만큼 즐거운 일이 있을까.
아웃사이더 같은 나에게 연락해주는 후배들에게 감사를.
(흠... 너무 왕따 같나.. 다시 쓸까나..)

2010/02/08 22:58 2010/02/08 22: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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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하 돌 기념 사진 몇 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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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스튜디오 '숲')

2010/01/27 23:42 2010/01/27 23: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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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요즘 집으로 가는 버스 정류장 앞에서 한 아저씨가 붕어빵을 팔기 시작했다.
삼일 째 되던 날. 버스 정류장을 향해 가다가 끝내 붕어빵 포장마차 앞에 멈춰섰다.
날씨도 추운데 매번 아무도 사는 것 같지 않아 신경이 쓰이기도 했고
그 날 따라 붕어빵이 갑자기 땡기기도 했다.
"아저씨, 천원어치 주세요." 내 말이 끝나기도 전에 나를 뒤따라 들어온 두 커플이
똑같은 말을 반복했다. 첫 손님은 아니었겠지만 갑자기 세 그룹의 손님이 함께
들이닥치자 아저씨 얼굴에 화색이 돋았다. "허허, 갑자기 손님이 많아지니까.."
아저씨는 뒷말은 더 하지 않고 붕어빵 기계에 재료들을 급하게 넣었다.

2.
집으로 가는 버스 정류장 앞에서 다시 붕어빵 포장마차를 보았다.
저녁을 많이 먹은터라 그냥 지나려다가, 날도 추운데 붕어빵 팔아드리자 생각했다.
"천원어치 주세요." 나는 오천원짜리를 꺼냈고 아저씨는 붕어빵 기계를 뒤집느라
정신이 없었다. 잔돈을 내가 가져가겠노라고 말하고 돈통에서 천원짜리를 꺼냈다.
천원짜리 네 장을 집어들었을무렵 아저씨가 갑자기 "잠깐만"이라고 말하고는
붕어빵 뒤집는 갈고리로 내 손을 펼쳤다. 거기엔 만원짜리 한 장이 끼어 있었다.
나는 대수롭지않게 만원을 내려놓고 천원짜리로 바꾸려는데 갑자기 아저씨가
소리쳤다. "야, 너 뭐야? 이거 도둑놈아냐?"
붕어빵을 뒤집던 갈고리로 나를 쑤셔댔고 급기야 갈고리가 내 가방끈을 붙잡았다.
"이 새끼 사기꾼아냐? 너 내가 경찰에 신고할꺼야! 어? 꼼짝마 이 새끼야!"
생각도 못한 반응에 갑자기 심장이 내려앉는 듯 했다. 사기꾼이라니.. 내가?

3.
아저씨는 내가 도망이라도 가려고 했다는 듯이 갈고리를 든 손을 흔들어대며
길가에 지나가는 사람들이 다 들을 정도로 큰소리로 내게 호통을 쳐댔다.
머리 속이 하얗게 변하며 심장은 더욱 크게 쿵쾅거렸다.
자칫 잘못하다간 정말 경찰서에 끌려갈 판이었다. 그제서야 나는 정신이 버쩍 들었다.
"아저씨, 왜 이러세요?" "저 지난 번에도 여기서 붕어빵 사먹었잖아요, 기억 안나세요?"
"생각을 해보세요, 제가 만원짜리를 집어 들었으면 도망을 갔지 순순히 돈을 내려놓았겠어요?"
"아무려면 아저씨 붕어빵 장사하는데 제가 그 돈을 훔쳐가려고 했겠냐구요? 예?"
아무리 진정하고 말하려해도 평소와는 다르게 내 입에서 나오는 말은 심하게 떨리고 있었다.

4.
아저씨는 인상을 쓴 채로 나를 유심히 쳐다보고 있었다. 갈고리를 든 손이 풀렸다.
나는 재빨리 지폐를 돈통에 다 내려놓고 계속 떨리는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나는 정말 아니다, 믿어달라.. 뭐 그런 류의 이야기를 계속 떠들어댄 것 같다.
그렇게 시간이 조금 흘렀을까. 아저씨가 입을 열었다.
"나도 사람을 오해하고 싶지 않지만 상황이 그러다 보니 당신, 신뢰가 안가서."
"왜 오해할 행동을 하냔 말이지."
아저씨는 자신이 잘못 생각했을 거라고 마음을 정리한 듯 했다.
"됐으니까 변명은 그만하고 붕어빵 가지고 그만 가봐."
한참을 변명하던 나는 멈칫 서 있다가 붕어빵과 잔돈을 챙겨서 포장마차를 나섰다.

5.
집으로 가는 길. 조금 안정이 되자 이내 억울한 마음에 울컥 화가 났다.
오늘은 붕어빵을 먹고 싶지도 않았고 그저 아저씨의 지난 번 즐거워하는 모습이
눈에 선해서 도와주자는 마음으로 갔던 건데 나는 길바닥에서 그야말로 개망신을 당했다.
'나도 길길이 뛰며 화를 낼 걸 그랬나..
아저씨의 기를 팍 누르는 미운 말들을 더 쏟아내 줄 걸 그랬나..
그깟 만원 훔칠 생각도 없었다고 말해줄 걸 그랬나...'
갈고리로 멱살 잡히다 시피하며 큰소리로 망신을 주던 아저씨의 모습이 자꾸 아른거린다.
고개를 숙인 채 걷는 듯 마는 듯 너털 걸음으로 집을 향하다가 문득
내 손에 쥐어진 만원짜리를 발견하고 다급한 소리로 날 붙잡던 아저씨의 얼굴이 떠오른다.
돈통에는 많아야 3만원 정도가 있었다. 내가 들고 있던 돈은 만삼천원.
붕어빵 39개를 팔아야 하는 돈이다. 그 날 판 붕어빵의 대략 절반 정도의 돈인 셈.
하루 일당의 절반을 갖고 도망칠거란 생각에 아저씨도 갑자기 눈이 뒤집혔을 것 같다.

6.
나는 사회봉사나 구제에 관심이 많지만 때때로 노동자들의 거친 일상과 험한 입담이 싫다.
작은 일에도 버럭 화부터 내거나 고래고래 소리 지르고 술을 마시면 자신을 주체하지
못하는 부류의 이들과 함께 있으면 은근히 나는 불편해서 어쩔 줄을 모른다.
그러나 나는 안다. 지친 일상이 그렇게 사람을 만든다는 것을.
나도 회사에서 궁지에 몰리면 흥분하고 과로를 하면 짜증을 내고 일이 잘 풀리지 않을 때
사람들을 대하는 태도가 평소와 달라진다. 그런 일들이 지속적으로 사람을 괴롭히면
누구나 그렇게 또다른 누군가에게 화풀이를 하게 되어 있다. 
붕어빵 아저씨는 사실 내 속마음이 어떻든지 관심이 없겠지만,
어쩌면 만원을 잃지 않아서 다행이라고 생각하고 있을 지도 모르지만
나는 그 아저씨를 이해하고 그에 대한 마음 속 분노를 거두기로 했다.
누구나 궁지에 몰리면 누군가를 물게 되어 있다. 나는 개망신을 당했지만 오해가 풀렸고
아저씨는 만원을 잃지 않았으며 나는 도둑이 아니었던 거다. 그것으로 됐다.

7.
오늘 붕어빵 포장마차를 지나는데 다시 심장이 두근거린다.
용서하기로 마음 먹었지만 다시 어제 생각이 나니 억울한 마음이 조금 올라온다.
오늘은 붕어빵을 살까 말까.. 소심한 A형.. 별 걸 다 걱정하고 있네...
이런 저런 생각하고 천천히 포장마차로 다가가는데, 오늘은 장사를 안 한다.
왜지? 어제 일로 자학하시는 건가? 설마..
아니면 몸이 안 좋으신가. 이 길목에 장사가 잘 안 되나. 하긴 사람들이 잘 안 사먹더라..
뭐냐. 개망신 당한지 얼마나 됐다고 나는 벌써 아저씨 걱정을 하는거냐.
혼자 독백 아닌 독백을 중얼거리며 오늘도 너털 걸음으로 집을 향한다. (끝)

2010/01/26 20:17 2010/01/26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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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난히 올 겨울에는 눈이 많이 왔다.
버스를 타려고 정류장에 서 있는데 비둘기 몇 마리가 내 발 밑을 지나갔다.

눈 속에서 뭔가를 열심히 파먹고 있는 그들은
머리엔 아주 오래 전부터 그랬던 것처럼
페인트인지 뭔지 모를 파란색으로 물들어 있었고
부리는 까맣게 젖어 있었다.

그들이 쪼아먹고 있는 것은 과자 부스러기, 밤새 누군가가
쏟아 놓은 구토한 흔적들...

평화의 상징으로 여겨졌던 그들에게
더 이상 symbol의 의미는 없어졌고 누구도 그들을
순결과 평화의 이미지로 바라보지 않는다.

그런 자기들의 위상을 아는지 모르는지
도시 주변을 떼지어 배회하며 사람들이 먹다 버린
입에 단, 하지만 내장을 해치는 음식 쓰레기들로 하루하루를 연명하는
비둘기들의 모습을 본다.

문득 나와 그들이 참 많이 닮았다는 생각을 했다.
도시를 못 떠나면서 폐로는 공해를 마시며
입에는 미각을 한껏 자극하는 인스턴트 음식에 익숙해져가는
그렇게 점점 도시의 회색빛에 그 지워지지 않는 페인트에 남루해져가는 내 속살을 본다.

'구구구구' 비둘기 흉내를 내며 던져주는 모이들을
...사실 내가 주워 먹고 있다.

2010/01/16 20:16 2010/01/16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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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led under 단문모음/육아일기

성하의 돌을 맞아 돌잔치를 하지는 않았다.
대신 돌잔치 비용을 아프리카 어린이 후원금으로 기부하기로 아내와 결정했다.

해서 생일 당일에는 조촐하게 가족만 축하하는 시간을 가졌고,
주말에 경우의 주선으로 아끼는 선후배 친구들이 모여서 성하의 첫 생일을 함께 축하해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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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쁜 와중에 참석해준 모든 분들께 감사를.
특히 논문 준비에 바쁠텐데 5시간 버스를 타고 왔다가 당일 밤에 내려간 양치기 소년
(이제는 아저씨라고 불러야 할 듯...^^)과 잠간이라도 와서 자리를 빛내준 후배 정은이에
무한한 감사의 마음을 전합니다.

2010/01/13 23:40 2010/01/13 23: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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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led under 단문모음/단상
새해 첫 가정 예배를 드리고 한 해의 계획을 세우는 중.
예전에는 한 해를 정리하면서 체크 리스트 형식의 문항까지 만들어서
적어가며 정리하곤 했는데 이제는 그렇게까지는 하지 않게 되었다.
나이가 들어서일까.

나쁘게 본다면 마음 속 치열함이 예전같지 않다고 볼 수도 있겠지만
한편으로는 그렇게 세세하게 정리해서 이룬 것과 이루지 못한 것들을
분류하고, 새해에는 그것들을 다시 리스트로 정리하는 것이
내 자신의 가치를 높이는 일, 내 삶을 풍성하게 만드는 일에 실질적으로
기여하고 있는지를 잘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조금은 시들해졌다.

하지만 한 해를 돌아보고 그것을 평가하고 새해의 계획을 세우며
나의 내면과 삶의 방향성들을 점검하는 일들은 무엇보다 중요할 것이다.

망망대해에서 나침반도 없이 여기 저기 닥치는대로 노를 젓는 것처럼
인생에도 일희일비하며 매일처럼 입에 달콤한 음식과
몸에 자극이 되는 것에 집착해 살기에 너무나 적절한 요즘같은 세상에서.

무언가 나를 묶어두고 훈련하고 변화시켜가려는 원칙과 삶의 목적들을
되내어 보는 시간이 적어도 내게는 너무나 절실하다.

지난 한해 나는 어떻게 살았던가. 아니 지난 한해동안 나는 어떤 존재였던가.
사람들은 나를 어떻게 기억할까. 나는 지인들에게 어떤 친구로 살았던가.
가족들에게 나는 어떤 존재감을 가지고 하루하루를 보냈을까.

한해를 돌아보고 새해 계획을 세우는 것은,
굳이 과거를 떠올리며 나의 많은 부족함들을 재차 확인하려는 것은 아니다.
사실 원래 나는 여전히 부족한 존재이고 어떤 순간에는 악한 사람이기도 하다.
그것을 되내이며 스스로 자학을 하려는 것은 더더욱 아니다.

내가 돌아보려는 것은 단지 내 삶의 방향이 내가 하는 말과 얼마나 어울리는지,
그리고 내가 걸어가는 내 삶의 걸음걸이가 어디를 향해가고 있는지
설령 그 걸음이 한없이 더디더라도 제대로 걷고 있는지,
나는 어디쯤 와 있는 건지. 그것을 정기적으로나마 확인하려는 것이다.

돌아보면 솔직히 지난 한해동안 못 이룬 것들이 많다.
또한 더욱 삶에 자신이 없어진 나를 발견한다.
나이 서른에 나는 거칠 것이 없었지만 5년이 지난 지금 나는 점점 움츠려든다.
불혹의 나이까지 불과 5년.
한해 한해 더욱 많은 부분에서 흔들리고 자신 없어하는 나를 보며
5년뒤 내가 무슨 글을 쓰게 될지 벌써부터 식은 땀이 난다.

이렇듯 쩔쩔매는 마음으로 한 해를 연다...

2010년 1월 4일.
2010/01/04 22:57 2010/01/04 22: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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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 설계를 하면서 부차적이지만 내가 견디기 힘든 일들 가운데 하나는 협력업체 실무자들에게 과도한 업무와 일정의 압박을 주는 것이다. 가령 bracket 샘플 제작하는데 10일 정도가 소요된다고 하면 3-4일만에 제작해서 가져오라고 요구한다든지 샘플비를 제대로 지급하지 않는다든지 하는 일들이 생긴다. 물론 이러한 긴급한 일정은 위에서부터 하달된 차량 제작 단축일정에 기인한 것이지만 결국 야근에 철야까지 하게되는 업체 입장에서는 부담이 아닐 수 없다.

이런 관계로 나는 설계업무를 하면서 나름의 원칙을 세웠는데 첫째로는 일정을 업체가 제시하게 하고 그 일정을 최대한 지켜주자는 것이다. 일정이 모자란 부분은 OEM에 속한 타부서, 이를 테면 차량 제작하는 부서나 차량시험팀에 협의하여 일정을 최대한 벌어주려고 노력하고 있다. 물론 당장 가져오라고 호통치고 육두문자를 섞어가며 강압적으로 일하는 극단적인 직원들에 비해서는 다소 뒤쳐지지만(이런 압박으로 날밤 새며 하루 이틀만에 샘플 제작이 가능하긴 하다. 하지만 실무자는 고된 노동으로 인해 퇴사의 주요 원인이 되기도 한다.) 대부분 나의 선의를 헤아려 부품 공급에 차질이 없도록 업체 분들도 노력해주었다.

두번째 원칙은 비용은 반드시 챙겨주자는 것. 물론 협력 업체가 양산시에 투자비를 환급받을 수 있는 방법이 있지만 관행적으로 초기 개발에 사용되는 샘플비를 제대로 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이는 설계자가 조금만 신경쓴다면 전혀 불가능한 거은 아니다. 초기 투자비 예산 확보하여 집행함에 있어서 담당자가 절차상의 복잡함만 잘 견뎌낸다면 비용 지불을 제대로 할 수 있다. 업무에 있어 업체 샘플비 지급을 우선적으로 처리하여 내가 개발한 부품 대부분의 샘플비는 모두 지급되었다. 하지만 내가 청구한 비용이 모두 지급되는 것은 아니다. 업체와 구매팀과의 내고를 거치기 때문에 실지급액은 그에 못 미친다. 그래도 최소한 청구를 누락시키는 일은 없도록 노력하고 있다.

입사 이후로 조금씩 OEM과 협력업체의 관계도 개선되고 있다. 하지만 협력업체를 하청업체로 생각하고 상명하복을 요구하는 분들이 사내에는 여전히 존재한다. 물론 그들의 강요는 더욱 짧아진 차량개발 일정과 급박하게 돌아가는 조직의 생리에 적응하기 위해 불가피한 관행이기도 하다. 그런 일들이 일어나지 않도록 노력하고 있지만 실상 개선이 잘 되지 않기에 나도 내 협력업체 파트너가 야근, 특근을 일삼는 상황을 지켜보는 것이 매번 불편하기만 하다.

한 해를 마무리하면서 정신없이 시간이 흘러가는 통에 지인들에게는 새해 인사를 제대로 하지 못했다. 하지만 한 해를 돌아보면서 내가 회사에서 업무를 할 수 있도록 도와준 협력업체 직원들, 특별히 사원, 대리급 실무자들에게는 감사의 메일을 썼다. 그들의 도움으로 한 해를 잘 마감했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솔직히 그동안은 작은 것이지만 그런 표현조차 잘 하지 못했다. 새해에는 더욱 주변에 도움을 주는 분들에게 자주 표현하려고 한다. 흘러간 시간에 후회하는 일이 많아지는 나이가 되어간다. 바로 잡자.

2010/01/02 20:16 2010/01/02 20: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