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처럼 글쓰기, 글처럼 살기'를 꿈꾸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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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입사원 환영 회식.
끝나고 굳이 관리과장이 2차를 가자고 해서
모처럼 자리를 옮겨 또 술을 처먹었다. 

신입사원과 나의 나이차이는 15년.
그들은 좋은 인상을 보이려고 애쓰고
부서배치가 잘 된 건지 선임은 잘 만난건지
자기가 과연 직장생활을 잘 할 수 있을지 
불안함과 가능성을 함께 타진하는 듯 보였다. 

나와 관리과장은 입사시기가 비슷하여
줄거워보이지 않는 신입사원들을 앞에 두고
어쩌다 우리는 이렇게 늙었나, 한탄했다.
뭐든 할 수 있겠다 싶었던 청년은 
나이가 들어 이제 정말 안 될 것 같은, 
혹은 못할 것 같은 일들이 생기기 시작한다. 

안타까움, 때론 자신감을 잃었다는 느낌을 넘어
이제 그 상태로라도 꿋꿋이 버텨내자, 
할 수 있는 건 하고 할 수 없는 건 받아들이자,
처음부터 내것이 아니었다고.. 그렇게 받아들이자.
그리고 다음 걸음으로 나아가자고 그렇게 다짐한다.

말로 천냥빚을 갚는다지만 인간 양심상 그건 
가능성이 넘칠 때나 발행하는 일종의 어음과 같다.
남은 시간은, 갚을 수 있을만큼의 깜냥대로
천냥빚을 묵묵히 갚다가, 그렇게 곱게 죽으면 그만이다.

취기가 남았나. 
아무튼 이런 늙은티 코스프레 글은 마지막인걸로.

2017. 9. 15
2017/09/15 22:55 2017/09/15 22:5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