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교계에서 아끼는 글쟁이로는 단연 필립 얀시를 꼽는다. 그의 위트와 깊이 있는 묵상 그리고 항상 그를 에워싸고 있는 듯한, 대상에 대한 애정어린 시선은 다른 저자들에게서는 발견하기 힘든 마력임에 분명하다. 필립 얀시와는 조금 다르지만 나는 교계의 또다른 글쟁이로 도널드 밀러를 꼽는데 주저하지 않을 것이다. 그는 아마존 베스트셀러인 <재즈처럼 하나님은>을 출판한 이래 '이 바닥'에서 꽤 유명해진 사람이다.
이번에 국내에 번역된 <천년동안 백만마일>은 IVP에서 번역했을 정도니 그 인지도를 무시할 수 없으리라. 본서는 저자가 자신의 베스트셀러작인 <재즈처럼 하나님을>을 영화로 만들자는 제안을 받으면서부터 비롯된다. 처음에 나는 이 책을 읽기 전부터 이런 그의 시도가 식상한 내용으로 끝나지 않을까 우려했다. 그도 그럴 것이 도널드 밀러는 이미 자신의 개인적인 이야기로 3권의 책을 냈고, 이번엔 다시 그의 책 중 하나를 영화화하는 것으로 책을 쓰려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식상할거란 내 예상은 완전히 빗나갔다. 나는 또 그의 입담과 재치 속에 숨겨진 삶과 묵상의 깊이에 푹 빠졌다. 책을 읽다가 때론 사람들을 의식하지도 않고 크게 웃기도 했고 때론 그의 삶에 내 삶을 포개놓고 정직하게 나를 돌아보기도 했다.
도널드 밀러. 그는 책을 한 권 쓸 때마다 영혼도 성장하는 듯 한 느낌을 받는다. 이번에도 그는 책을 썼다기 보다는 그의 삶 자체가 진일보하였음을 증명했다. 그는 그의 책을 통해 시종일관 자신의 깨달음이나 생각을 구체적인 일상과 삶으로 살아내는 일에 관심을 둔다. 나는 그런 그의 삶의 태도와 글쓰기의 방식이 좋다. 계속 그의 멋진 글들을 보게 되길 꿈꿔본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