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처럼 글쓰기, 글처럼 살기'를 꿈꾸며
저작권, 카피레프트, 그리고 네티즌 (인물과사상/독자투고)
/ 김용주
온라인 컨텐츠와 저작권
컴퓨터, 특히 인터넷을 사용할 때마다 마음에 걸리는 일이 있다. 대다수의 네티즌들이 그렇겠지만 주로 MP3 파일이나 영상 파일, 소프트웨어 등의 불법 다운로드 문제와 온라인 컨텐츠의 포스팅(게시)이다. 전자는 파일의 공유 문제로, 이는 물론 컴퓨터와 인터넷 안에서만의 문제는 아니겠지만 주로 문제가 되는 경우가 파일의 공유나 다운로드에 집중되므로 인터넷 환경이 그 근본적인 원인이 될 법 하다. 후자는 흔히 글의 제목에 '펌'이라고 명시하고 무단으로 전재하는 각종 글들을 지칭하며, 이러한 행위들은 실상 저작권(copyright) 내지는 지적재산권 문제와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기 때문이다.
내가 처음 저작권 문제를 접한 건 90년대 중반 대학생 시절, 한 교수님을 통해서였다. 수업 도중에 그 분은 유학시절 도서관에서 빌린 책의 악보를 복사하려 했는데, 그것을 지켜 보던 노부인이 그것은 범죄 행위라며 크게 비난을 했다는 것이었다. 그 시절 선교단체에 있던 나는 아무 거리낌 없이 엄청난 양의 악보들을 복사하여 사용하곤 했었는데, 그 얘길 듣고 보니 그런 부분에 있어서는 그야말로 ‘무개념’이었던 내가 부끄럽기도 했다.
이렇듯 온라인 컨텐츠 문제의 시발점은 앞서 말했듯이 인터넷 환경 자체의 특수성에 기인한다. 네트워크와 소프트웨어 기반의 컨텐츠들은 언제든지 ‘COPY & PASTE’가 가능하고 변형 내지는 왜곡을 일삼기도 쉽다. (물론 그 반대로 개선이나 확장도 가능하다.) 온라인 컨텐츠의 사용을 기술적으로 제재할 수도 있겠지만, 항시 해킹을 당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사실상 기술적으로 이를 막아내기는 쉽지 않다. 그렇기 때문에 소프트웨어나 영화, 음악 파일, 온라인 컨텐츠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으며 이를 위반 시에는 제재를 받게 되어 있다.
누군가가 시간과 노력을 기울인 결과물에 대한 부당한 사용은 온라인에 한정되지는 않는다. 지적재산권이나 그 한 예인 특허권, 저작권 등이 이에 속한다. 흔히 1952년 유네스코에 의해 주창된 이유로 '유네스코 조약'이라고 불리는 세계저작권협약은, 예술 및 지적인 작품을 포함한 저작물에 관하여 저자와 저작권을 가진 자의 권리를 보호하려는 시도로 성립되었고 우리 나라에서도 1987년 개정과 함께 적용되어 지속되어 오고 있다. 흔히 ⓒ 마크는 모두 이러한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고 있음을 상징한다.
카피레프트, 오픈 소스 운동
이러한 저작권, 지적재산권의 반대편에는 컨텐츠의 공개(open) 혹은 무료(free)를 주장하는 카피레프트, 혹은 오픈소스 운동이 있다. 카피레프트(copyleft)는 지적재산권(copyright)에 반대해 지적 창작물에 대한 권리를 모든 사람이 공유할 수 있게 하려는 이들에 의해 시작된 운동이다. 1984년에 리처드 스톨먼(Richard Stallman)에 의해 시작된 이 운동은 소프트웨어의 상업화에 반대하고 프로그램을 자유롭게 사용하려는 시도에서 비롯되었고, 그런 이유로 이 운동은 ‘오픈 소스(open source)’ 운동으로도 불린다.
'오픈 소스' 운동은 프로그램의 근본이 되는 소스 코드(source code)와 그 소프트웨어의 무상 공개를 목적으로 한다. 이 운동은 흔히 GNU-"GNU는 유닉스가 아니다"란 의미를 갖는 영어 문장 "GNU's Not UNIX"의 약자로, 원래의 문장 안에 자신이 이미 들어 있는 재귀 약자이다-라 불리는 프로젝트에서 시작되었고, 이후에 리누스 토발즈(Linus Torvalds)에 의해 UNIX 환경을 PC에서도 가능하게 만든 리눅스(Linux)라는 OS가 오픈 소스로 개발됨에 따라 본격화된다. (라이센스에 대한 보수적 위치에 마이크로소프트가 있다면 그 반대 극단에 리눅스가 있다고 볼 수 있겠다.) 오픈 소스에서 ‘소스’의 정의는 '자유로운 재배포의 허가', '파생소프트웨어 배포의 허가', '개인이나 집단의 차별금지', '적용분야 제한의 금지' 등 10개 항목으로 구성된다.
오픈 소스, 혹은 카피레프트라 불리는 이 운동은 소프트웨어의 소스 코드 공개로부터 비롯되었지만 점차 모든 저작권의 공유 운동으로 확대되었고, 우리나라에서도 1990년대 중반부터 널리 알려지게 되었다. 이 운동으로 인해 많은 네티즌들은 ‘모든 정보는 공유되어야 한다’는 모토와 함께 온라인 컨텐츠를 공유 가능한 방식으로 배포하였고, 그로 인해 이제 웹페이지는 게시판, 방명록의 수준을 넘어서 지식 검색이나 위키피디아와 같은 오픈 사전, 그리고 RSS기반의 블로깅에 이르기 까지 수많은 컨텐츠들을 생산, 공유, 배포하는데 크게 기여하고 있다.
최근에는 이러한 비영리 목적의 라이센스 운동도 시작되어 대다수의 블로그에는 크리에이티브 커먼스 라이센스(CCL, Creative Commons License)를 사용하는 곳이 많아졌다. CCL은 CCI(Creative Commons International)의 일환으로 2005년 CC Korea가 제공하기 시작한 것으로 자신의 창작물에 대하여 일정한 조건하에 모든 이의 자유이용을 허락하는 내용을 명시한 라이센스(License)이다. 특히, 오픈 소스를 사용하는 대표적인 설치형 블로그인 테터툴즈/텍스트큐브는 이러한 CCL을 기본 사양으로 탑재하여 배포하고 있다. CCL은 대개 '저작자표시/비영리/변경금지'인 경우 어디서나 전재 및 배포가 가능하기 때문에 대다수의 네티즌들은 이러한 커먼 라이센스를 선호하고 있다.
오픈 소스와 카피레프트의 암(暗)
하지만 이러한 오픈 소스 운동에 대한 비판도 만만치 않다. 대부분의 경우 논란의 대상이 되는 것은 프로그래머 내지는 컨텐츠 생산자의 비용 문제이다. 오픈 소스 운동의 중심에는 비영리 목적이라는 대의가 존재하며, 이를 위해서는 개발자에 대한 보상 문제가 무시되는 일이 종종 발생한다. 때로는 광고 수익이나 기타의 방법을 쓰기도 하지만 대다수의 오픈 소스 운동 참여자들은 때때로 본업과는 별개로 이 운동에 동참할 수 밖에 없으며, 이러한 문제로 한때 오픈소스운동은 난항을 겪기도 했다. (개발자나 컨텐츠 제공자들이 무료로 제공되는 컨텐츠에 대한 일방적이고 불명확한 전달, 에러 발생 시의 A/S나 수정에 대한 책임 회피 등) 따라서, 여전히 카피레프트 운동이 목표로 하는 소프트웨어나 온라인컨텐츠의 자유로운 공유에 있어서는 이렇듯 방대한 지적 작업에 대한 보상 문제가 잘 정리되어야 함을 전제한다.
이러한 연유로 오픈 소스 운동과 저작권, 지적재산권 옹호론은 인터넷 공간 안에서 팽팽하게 대립하고 있는데, 대다수의 네티즌들은 이를 방관하거나 대충 무시하려는 경향이 짙다. 특히 많은 언론매체들이 온라인 컨텐츠를 자신의 웹페이지나 포탈사이트에는 무상으로 제공하지만, 개인 블로그의 스크랩과 같은 포스팅 행위에 대해서는 저작권 위반으로 처벌이 가능하기 때문에 네티즌들은 무시하려 하면서도 내심 찜찜한 마음으로 글이나 자료 등을 퍼오게 된다. 문제는 언론매체들이 네티즌 개인을 대상으로 저작권 소송을 제기할 경우 저작권법에 의해 최고 천만원에 5년형이 가능하며 이러한 소송 사례들이 실제로도 존재한다 사실이다. 최근에는 이러한 저작권법을 이용하여 온라인상에 유포된 공유 컨텐츠를 업로드 하는 개인에 대한 합의금을 노린 협박 사례도 늘고 있다.
내가 경험한 바로, 대다수의 기독매체와 진보매체가 온라인 컨텐츠를 전재하는 행위에 대해 저작권법 위반으로 경고를 하거나 소송을 제기하는 것을 보지는 못했다. 하지만 대다수 언론 매체의 기사와 자료들은 저작권법의 보호 아래 있기 때문에, 온라인 상에서 컨텐츠의 무료 접근성은 대부분 보장되지만 개인 웹페이지에 기사 전체를 포스팅할 경우에는 해당 컨텐츠에 대한 허가가 있어야 한다. 대체로 볼 때, 기독 매체나 진보 매체는 컨텐츠의 전재 문제에 있어 주로 '허용'을 선택하나 학회나 보수 매체에서는 간간이 '소송'을 선택함으로써 개개인의 포스팅 행위를 제재하는 듯 하다. 문제는 카피레프트를 지지하는 대다수의 네티즌들이 때론 저작권법을 어기는 문제에 있어서 무심하게 대응하다가 보수 매체들이 소송을 재기하는 경우가 발생하는 데도 적극적으로 온라인 콘텐츠 공유를 합법화할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하고 있지는 않고 있다는 점이다.
인터넷 안에서 합리적인 중간 지점을 모색해야
흔히 얘기하는 인터넷/네트워크/유비쿼터스 환경에서의 소프트웨어 및 MP3를 포함한 온라인컨텐츠들의 사용 문제는 내겐 아직 판단이 쉽지 않은 화두다. 판단하기 전에 먼저 인터넷 상에서는 그야말로 '대충' 흘러가고 있다. 앞서 말한 대로 이 흐름에 대해, 특정 제공자는 허용하고 특정 제공자는 강하게 제한한다. 이에 따라 네티즌은 어떤 때에는 무임승차도 하고 반대의 경우에는 제3자에 의해 협박을 당하거나 당사자에 의해 고소 당하기도 한다.
지적재산권을 그냥 쉽게 인정하기에 걸리는 부분도 없지 않다. 흔히 특허권은 지적재산권 보호라는 명목으로 발명자의 권리를 보호하고 있지만, 한편으로는 선진국의 기술을 개발도상국이 사용하거나 기술력 향상을 위해 이용하려는 시도 자체를 막는 결과를 가져다 주기도 한다. 결국 이러한 권리는 가진 자, 가진 나라들의 기득권을 강화시키고 서민과 후진국은 접근 자체를 차단시키는 수단으로 전락하기도 한다. 소프트웨어의 경우, 확장성이나 공용 가능성을 배제시키고 자사의 프로그램을 상업적으로 이용하기에 가장 적합한 방식으로 개발 컨셉트를 잡아 나갈 수도 있고 실제로도 그렇게 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러한 복잡한 문제들을 어떻게 풀어갈 수 있을까. 나는 이런 논의가 네티즌들 사이에서 좀더 적극적으로 이루어졌으면 하는 바램이다. 다수의 네티즌들이 MP3나 영상 파일을 공유할 때 뒷거래를 하거나, 매체의 기사들을 대충 찜찜한 마음으로 퍼가기보다는 좀더 적극적으로 방향도 설정해가고 요구도 하고 책임도 질 수 있는 열린 장을 만드는 것이 선행되어야 할 것 같다.
개인적인 의견으로는 포스팅에 대한 비용을 보다 저렴하게 부과하여 네티즌 한 사람이 감당할 수 있는 방식의 온라인 컨텐츠 비용이 산정될 수 있다면, 인터넷이나 휴대전화를 사용하듯 컨텐츠에 대해 좀더 양성적으로 대처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해본다. 갈수록 IT업계의 라이센스 관리 방식도 ‘소유’ 개념에서 ‘일시적 사용’의 개념으로 바뀌고 있으므로, 이를 저작권에 적용해 보는 것도 전혀 불가능하지만은 않을 것이다. 또한 대다수의 네티즌들은 기사를 전재할 때 영리를 목적으로 하지 않으므로, CCL방식을 따르는 곳에서는 컨텐츠의 저작권 비용에 차등을 두는 것도 하나의 대안이 될 수 있겠다. 다수의 유명 소프트웨어들도 아카데미 버전의 저렴한 라이센스를 학생들 대상으로 보급하기도 하며, 특히 Adobe사에서는 자사 프로그램인 Acrobat에 대해 라이센스를 차등화시켜 공급하기도 하지 않던가. 온라인 컨텐츠도 이렇게 라이센스를 용도별로 등급화시켜 제공하면 어떨까. 이럴 경우 그간 네티즌의 걱정도 덜고, 이제껏 그저 지켜만 보던 매체들도 또 다른 수익 모델을 창출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어쨌거나 이는 간간이 떠오르는 개인적인 생각일 뿐, 저작권과 카피레프트 운동 사이의 문제를 인터넷의 양지로 끌어들여야 이 문제에 대한 더 깊은 이야기를 할 수 있을 법 하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