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승호: <그 놈 목소리>를 통해 공소시효의 문제를 제기하셨는데요. 공소시효 문제를 어떻게 풀어야 한다고 생각하십니까? 감독님도 "범인이 잡혀야 이 영화가 끝난다"는 말씀을 하신 적이 있는 것 같은데요.
박진표: "범인이 잡혀야 이 영화가 끝난다"는 말에는 '우리가 기억하고 있다, 잊지 않을 것이다, 밝혀여야 한다, 자수해야 한다, 잡혀야 된다' 등의 굉장히 많은 의미가 들어 있다는 거죠.
천인공노할 반인륜적인 범죄에 대해서는 공소시한을 연장하거나 폐지하자, 공소시효가 지나더라도 소급입법을 시켜서 소급할 수 있도록 하자는 등의 다양한 주장들이 있는데요. 외국의 경우 공소시효가 없는 나라도 있더군요. 대부분 25년, 30년 이렇게 굉장히 길죠. 그런데 우리나라는 40년대엔가 일본법을 가지고 와서 했다는데, 일본조차도 살인죄는 25년으로 늘렸죠. 우리나라가 재일 짧아요. 그거라도 늘려야 한다는 게 제 생각이구요. 그런 움직임이 이미 2년전부터 시민단체 중심으로 일어나 국회에 계류 중이에요.
이 영화의 궁극적인 목적이 공소시효에 관한 거에요. 조만간 통과되지 않겠나 싶은데, 그러면 반은 목적을 이루는 거죠. 그게 제 영화적 실험이기도 하고, 사회적 실험이기도 해요.
(인물과사상, "그놈 목소리" 감독 박진표 인터뷰 중에서)
** <죽어도 좋아>, <너는 내 운명>과 같은 영화에서 사회적인 문제들을 거론하는 박진표 감독의 인터뷰에 큰 감동을 받았다. 이런 사회 참여적인 감독들이 많아지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