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처럼 글쓰기, 글처럼 살기'를 꿈꾸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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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주 남편의 육아 분담에 대해 희생 내지는 헌신이라는 말을 하지만. 나는 때로는 가부정적 성역할이 남성에게 육아의 짐을 덜었다기 보다 오히려 어떤 '결핍'을 가져다 준다고 믿는 편이다.

내가 요리한 음식은 아이의 입에 먹여줄 때의 느낌, 한 숟갈 입에 넣고 아이가 엄지 손가락을 들어보이며 "최고!"라고 소리를 지를 때 묘한 성취감. 어린이집에 데리러 가면 아이들 속에서 놀다가 나를 발견하고는 기뻐하며 놀던 장난감들을 다 내려놓고 달려와서 작은 팔로 목을 끌어안아줄 때.

토닥여 주며 재울 때 하던 옹아리들, 이제는 단어들, 문장들. 그 시시콜콜함에 가끔 빵터지는 웃음. 숨쉴 때 몸의 오르내림. 까딱이는 손가락, 꿈을 꾸는지 뭘 먹기도 하고 뭐라고 입모양을 만들다가 내 겨드랑이 속으로 얼굴을 파묻기도 할 때 그 작은 몸뚱이의 촉감.

수시로 변하는 얼굴표정과 발달 단계에서 보이는 특유의 말들. 아이가 바라보는 것을 바라보고 듣는 것을 듣고 세상을 인식하는 순서대로 세상을 인식하는 경험들 일체를 아버지는 박탈당하는 셈이다.

사랑은 금전적 후원이나 관조적인 행위로 결코 깊어지지 않는다. 아빠와 아이의 사랑 또한 그러하다.

2013년 1월 13일.
2013/01/13 01:19 2013/01/13 01: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