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처럼 글쓰기, 글처럼 살기'를 꿈꾸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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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하에게.

 

불과 6-7년전만해도 너는 존재하지 않았는데 지금은 어느덧 엄마 아빠가 '아들바보'가 되어 있구나. 삶이란 게 참 신기하지. 새해가 밝고 니가 아빠에게 "이제 나 다섯살이야. 아빠 나한테 까불지마"라고 말해서 엄마랑 한참 어이없게 웃었어.ㅎㅎ 빨리 크고싶어하는 네 동심 가득한 모습을 함께 해서 참 재미있고 기쁘다.

 

작년보다 더 말을 잘하는 너를 보면서 전전긍긍하는 아빠를 보며, 엄마는 아들의 '똘마니'가 되었다고 말하는데... 가끔 아빠는 네가 이제 다섯살 밖에 안 되었으니 아빠의 이 지극정성을 니가 기억도 못할 거라는 생각을 하면 좀 아쉽다. 기록으로라도 남겨서 묵혀두었다가 네가 철들면 생색을 낼까 싶다.

 

내 아버지는 나를 자신의 방법으로 사랑하셨지만 중요한 순간마다 나의 곁에 없었기에 함께 웃을 기회가 별로 없었다. 오래된 앨범이나 생일 카드들을 보면 지금도 그 글에는 시를 쓰는 내 아버지 특유의 감성이 묻어나지만, 솔직히 그건 아버지가 글솜씨를 뽐내기 위한 것이지 아들의 소소한 일상을 깊이 관여한 글이 아니란 생각에 조금은 씁쓸하기도 해.

 

너에겐 그런 글자랑하는 아빠가 아니고 좀더 가까이에서 살을 부비며 웃어주는 친구가 되었으면 좋겠다. 아니 그럴려고 한다. 한해도 건강하게 자라주어 고마워. 성하라는 아름다운 영혼을 허락한 하나님께 감사한다. 그리고 사랑한다.

 

- 너의 똘마니 아빠가

 

 

2013년 1월 5일

2013/01/05 00:04 2013/01/05 00: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