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처럼 글쓰기, 글처럼 살기'를 꿈꾸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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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의 로망은 주말농장을 하는 것이다.
지인분을 수소문해서 근교에 빌릴만한 밭이 있나 알아보려던 중 아내 친구가
헤이리 예술마을 안에 조그만 밭을 얻었다 하여 그 밭을 함께 가꾸기로 했다.

모종을 심던 날.. 나와 성하도 함께 끌려가서 아내는 밭갈고 나는 아이를 봤다.
(뭔가 뒤바뀐 듯 하지만.. 쿨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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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의 친구가 빌린 밭에 고랑을 열심히 파고 있는 두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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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성하랑 노는 중. (표정이 밝다. 냐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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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은 엄마가 하고 물은 성하가 들이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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밭가는 두 친구. (밀짚모자는 아내의 부탁으로 미리 주문해서 챙겨간 것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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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하가 지겨워해서 우리는 근처 어린이도서관(?) 같은 곳에 놀러갔다.
사진에 있는 인형은 <그림책 나라의 앨리스>라는 갤러리에 전시된 것들이다.
이 갤러리 주인분이 성하를 예뻐라 하시어 빵도 주시고 놀이방에서도 계속 놀았다는 후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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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교한 인형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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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탁에 있는 인형들까지 원더랜드 앨리스를 잘 구현한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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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는 해질녁까지 밭갈고 성하는 간식으로 바나나까지 먹었다는 전래동화 같은 이야기.


(사진: IXUS i)

2010/05/18 23:58 2010/05/18 23: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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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과 은혜가 많으신 하나님 아버지,
언제나 변함없는 사랑과 은혜를 감사드립니다.

올해 유난히 많은 눈을 허락하셨던 겨울을 뒤로한 채 어느덧 봄기운이 만연합니다.
많은 꽃들이 피었고 이제는 새싹이 돋아나는 봄을 맞이하게 되었습니다.
이 모든 계절의 변화를 설계하신 하나님을 찬양합니다.
하나님, 우리에게 필수불가결한 것들만을 허락하지 않으시고 다양한 꽃들의 색깔과 향기들,
이 자연의 많은 아름다움을 허락하시고 또한 그것들을 누리고 감상할 수 있는 안목을 주심을 감사합니다.

하나님 아버지. 가정의 달입니다.
우리가 속해있는 가정, 가족이 하나님이 맨 처음 우리에게 주신 베이스캠프이자
가장 당신의 사랑을 누려야 할 기초적인 공동체임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가정 가운데 상처들을 많이 경험하고 삽니다.
부부간에 다툴 때도 많습니다. 자식을 학대하고 아버지를 미워할 때도 있습니다.

하나님. 가정의 달을 맞이하여 우리가 쉽게 해결하지 못하는 가정의 어려움들을 주님께 내려놓고
다시 가정 가운데 회복이 일어나기를 기도합니다.
우리가 그러한 변화를 위해 행동의 첫 걸음을 내딛는 시간이 되기를 기도합니다.

하나님. 우리가 살면서 대하는 많은 사람들과 일들 가운데에서도 그렇습니다.
우리가 매순간 하나님을 부르짖으며 하나님을 섬긴다고 고백하고 교회를 다닌다고 말하지만
정작 가장 중요한 일들을 결정하는 순간순간마다 하나님의 뜻과는 상관없이
저희들의 얇은 지혜로 잘못된 결정을 내릴 때가 많습니다.
또한 그러한 잘못된 결정을 유지하기 위해 주변 사람들을 이용하고
일을 할 때에도 점점 잘못된 방향으로 나아가서
종국에는 스스로 어떻게 할 수 없을 정도로 삶이 어그러지는 경험들을 하기도 합니다.

하나님. 우리가 겸손하게 주님께 우리의 삶을 내려 놓고 종용히 하나님의 말씀에 귀기울이게 하소서.
하나님의 말씀을 묵상하고 그것을 깊이 연구함으로써 우리의 삶을 바로잡고
우리를 향하신 하나님의 계획을 깨달아 그것을 향하여 살 수 있도록 은혜를 배풀어 주시기를 기도합니다.

하나님. 예배 시작하는 시간입니다.
말씀을 전하시는 목사님에게 성령의 충만함을 허락하여 주옵소서.
예수님의 이름으로 기도 드립니다. 아멘.
2010/05/09 20:19 2010/05/09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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벚꽃 구경을 하러 집에서 가까운 윤중로를 다녀왔다. 집에서 그리 멀진 않으나
걸어가긴 좀 먼 거리 같았는데 아내의 설득으로 유모차 끌고 산책 삼아 갔다.

여긴 당산 철교 아래. 당산역을 가기 전에 한강 근처 공원이 잘 되어 있었다.
가는 길에 선유도 공원으로 빠지는 길도 있다. 다음엔 선유도 공원에 가기로 합의!
주말에 날이 괜찮아서 그런지, 샴 쌍동이같이 붙어있는 커플도 많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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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 프레셔스! 성하군도 들뜬 모습..^^ 그러나 돌아가는 길엔 그냥 자버렸다는 후문이.. 쿨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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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처럼 나들이 온 김에 가족 셀카 한 방. 성하가 어색하게 웃고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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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란한 가정의 로망. 아들 목마 태우기를 실행 중인 성하 아빠.
대체 누가 아버지에게 올라탄 아들을 보며 가정의 로망이라고 했을까.ㅡㅜ
어쨌거나 성하가 이렇게 기뻐하는 줄 알았으면 좀더 태우고 다닐 걸 그랬나보다.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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벚꽃 핀 거리에서 한 장. 저 후덕한 아저씨의 모습을 보라!
(그나마 면도하고 나오길 잘했다.ㅜ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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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조 마이 프레셔스, 아내님.
이 와중에도 급하게 포즈 취하고 빨리 찍으라고 하심.^^

몇 주 째 주말마다 날이 안 좋아서 멀리 못나가고 있었는데 모처럼 산소 보충 좀 하고 왔다.
나름 즐거웠던 하루. (그러나 아내와 나는 과한 워킹으로 주말 내도록 뻗었다.ㅡㅡ;;;;;)


(사진: IXUS i)

2010/04/18 23:53 2010/04/18 23: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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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고 일어났더니 아침에 아내가 준비한 각종 선물들.
진정 서프라이즈의 진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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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일 기념으로 데코와 함께 가족사진 한 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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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IXUS i)

2010/04/06 23:51 2010/04/06 23: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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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에 아내의 권유에 힘입어 이유식 요리에 도전해보다.
이번 주에는 처음 도전해보는 연어 이유식.
14개월이 지나서 대충 어른 먹듯이 먹긴 하는데 간을 하지 않는 편이고
재료도 시기별로 먹는 것과 조절해야 하는 것 몇 가지를 제외하고는
나름 편해졌다.^^ 서론은 이만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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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 200~220g 정도를 한끼에 먹는 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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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3그릇이 나왔네요.^^ 치즈처럼 보이는 게 연어임. (부모는 맛도 못 본 연어..ㅜ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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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식을 시켜보니 성하가 잘 먹더군요. 뭔들...^^
그럼 재료가 얼마나 들어간 건데. 오늘 이유식 자랑질은 이제 그만.


(사진: IXUS i)

2010/03/21 23:49 2010/03/21 23: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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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하 할머니께서 친히 하사하신 정장을 입고 드디어 사진 몇 컷을 찍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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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포토제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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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의 모델 수준의 포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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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하는 업무 중...^^

2010/02/17 23:45 2010/02/17 23: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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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은 원치 않게 부도수표를 남발하고 다닌다.
엄밀히 말하면 부도수표라고 할 수는 없겠지만
흔히들 하는 말로 '나중에 언제 한 번 보자'라는 말을 하고는
언제 한 번 볼 시간을 만들지 못하는 것 때문이다.

그런데 이번 주에는 두 후배에게 연락이 왔다.
한 명은 10시에 퇴근하는 나를 만나러 굳이 통근버스 내리는 곳에서
밤 10시에 약속을 잡아 주었다.
우리는 12시반까지 이야기를 나누었다.

다른 후배는 올 3월에 아프리카로 1년간 떠난다.
보자 보자 내가 먼저 이야기를 꺼내곤 2월이 될 때까지 못 만났다.
그 후배에게 연락이 왔다. 오늘 집으로 오겠단다.
교회 일에 내일 출근에 힘들텐데
먼길 와서 나를 만나준 후배가 고맙기만 하다.

아이가 크는 중이라 그런 지는 모르겠지만
갈수록 내 시간을 남과 나누는게 쉽지가 않다.
싫어서가 아니라 그렇게 그렇게 여건이 안 되고
내게 걸맞는 갑작스런 시간대를
타인에게 요구할 주변머리가 없어서이기도 하다.

그렇게 점점 나는 사람들과 접촉이 줄어들고 있다.
주변 회사를 다니는 동료들도 가끔 그런 말을 하긴 했지만
나에게 필요한 대화는 아니겠거니 싶었다.

다행히 이번 주에는 두 후배(혹은 동생들?) 덕에 그들과 담소를 나누는
행복한 시간을 가졌다.
사람이 사람을 만나 허울없이 얘기를 나누는 것 만큼 즐거운 일이 있을까.
아웃사이더 같은 나에게 연락해주는 후배들에게 감사를.
(흠... 너무 왕따 같나.. 다시 쓸까나..)

2010/02/08 22:58 2010/02/08 22: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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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하 돌 기념 사진 몇 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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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스튜디오 '숲')

2010/01/27 23:42 2010/01/27 23: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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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요즘 집으로 가는 버스 정류장 앞에서 한 아저씨가 붕어빵을 팔기 시작했다.
삼일 째 되던 날. 버스 정류장을 향해 가다가 끝내 붕어빵 포장마차 앞에 멈춰섰다.
날씨도 추운데 매번 아무도 사는 것 같지 않아 신경이 쓰이기도 했고
그 날 따라 붕어빵이 갑자기 땡기기도 했다.
"아저씨, 천원어치 주세요." 내 말이 끝나기도 전에 나를 뒤따라 들어온 두 커플이
똑같은 말을 반복했다. 첫 손님은 아니었겠지만 갑자기 세 그룹의 손님이 함께
들이닥치자 아저씨 얼굴에 화색이 돋았다. "허허, 갑자기 손님이 많아지니까.."
아저씨는 뒷말은 더 하지 않고 붕어빵 기계에 재료들을 급하게 넣었다.

2.
집으로 가는 버스 정류장 앞에서 다시 붕어빵 포장마차를 보았다.
저녁을 많이 먹은터라 그냥 지나려다가, 날도 추운데 붕어빵 팔아드리자 생각했다.
"천원어치 주세요." 나는 오천원짜리를 꺼냈고 아저씨는 붕어빵 기계를 뒤집느라
정신이 없었다. 잔돈을 내가 가져가겠노라고 말하고 돈통에서 천원짜리를 꺼냈다.
천원짜리 네 장을 집어들었을무렵 아저씨가 갑자기 "잠깐만"이라고 말하고는
붕어빵 뒤집는 갈고리로 내 손을 펼쳤다. 거기엔 만원짜리 한 장이 끼어 있었다.
나는 대수롭지않게 만원을 내려놓고 천원짜리로 바꾸려는데 갑자기 아저씨가
소리쳤다. "야, 너 뭐야? 이거 도둑놈아냐?"
붕어빵을 뒤집던 갈고리로 나를 쑤셔댔고 급기야 갈고리가 내 가방끈을 붙잡았다.
"이 새끼 사기꾼아냐? 너 내가 경찰에 신고할꺼야! 어? 꼼짝마 이 새끼야!"
생각도 못한 반응에 갑자기 심장이 내려앉는 듯 했다. 사기꾼이라니.. 내가?

3.
아저씨는 내가 도망이라도 가려고 했다는 듯이 갈고리를 든 손을 흔들어대며
길가에 지나가는 사람들이 다 들을 정도로 큰소리로 내게 호통을 쳐댔다.
머리 속이 하얗게 변하며 심장은 더욱 크게 쿵쾅거렸다.
자칫 잘못하다간 정말 경찰서에 끌려갈 판이었다. 그제서야 나는 정신이 버쩍 들었다.
"아저씨, 왜 이러세요?" "저 지난 번에도 여기서 붕어빵 사먹었잖아요, 기억 안나세요?"
"생각을 해보세요, 제가 만원짜리를 집어 들었으면 도망을 갔지 순순히 돈을 내려놓았겠어요?"
"아무려면 아저씨 붕어빵 장사하는데 제가 그 돈을 훔쳐가려고 했겠냐구요? 예?"
아무리 진정하고 말하려해도 평소와는 다르게 내 입에서 나오는 말은 심하게 떨리고 있었다.

4.
아저씨는 인상을 쓴 채로 나를 유심히 쳐다보고 있었다. 갈고리를 든 손이 풀렸다.
나는 재빨리 지폐를 돈통에 다 내려놓고 계속 떨리는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나는 정말 아니다, 믿어달라.. 뭐 그런 류의 이야기를 계속 떠들어댄 것 같다.
그렇게 시간이 조금 흘렀을까. 아저씨가 입을 열었다.
"나도 사람을 오해하고 싶지 않지만 상황이 그러다 보니 당신, 신뢰가 안가서."
"왜 오해할 행동을 하냔 말이지."
아저씨는 자신이 잘못 생각했을 거라고 마음을 정리한 듯 했다.
"됐으니까 변명은 그만하고 붕어빵 가지고 그만 가봐."
한참을 변명하던 나는 멈칫 서 있다가 붕어빵과 잔돈을 챙겨서 포장마차를 나섰다.

5.
집으로 가는 길. 조금 안정이 되자 이내 억울한 마음에 울컥 화가 났다.
오늘은 붕어빵을 먹고 싶지도 않았고 그저 아저씨의 지난 번 즐거워하는 모습이
눈에 선해서 도와주자는 마음으로 갔던 건데 나는 길바닥에서 그야말로 개망신을 당했다.
'나도 길길이 뛰며 화를 낼 걸 그랬나..
아저씨의 기를 팍 누르는 미운 말들을 더 쏟아내 줄 걸 그랬나..
그깟 만원 훔칠 생각도 없었다고 말해줄 걸 그랬나...'
갈고리로 멱살 잡히다 시피하며 큰소리로 망신을 주던 아저씨의 모습이 자꾸 아른거린다.
고개를 숙인 채 걷는 듯 마는 듯 너털 걸음으로 집을 향하다가 문득
내 손에 쥐어진 만원짜리를 발견하고 다급한 소리로 날 붙잡던 아저씨의 얼굴이 떠오른다.
돈통에는 많아야 3만원 정도가 있었다. 내가 들고 있던 돈은 만삼천원.
붕어빵 39개를 팔아야 하는 돈이다. 그 날 판 붕어빵의 대략 절반 정도의 돈인 셈.
하루 일당의 절반을 갖고 도망칠거란 생각에 아저씨도 갑자기 눈이 뒤집혔을 것 같다.

6.
나는 사회봉사나 구제에 관심이 많지만 때때로 노동자들의 거친 일상과 험한 입담이 싫다.
작은 일에도 버럭 화부터 내거나 고래고래 소리 지르고 술을 마시면 자신을 주체하지
못하는 부류의 이들과 함께 있으면 은근히 나는 불편해서 어쩔 줄을 모른다.
그러나 나는 안다. 지친 일상이 그렇게 사람을 만든다는 것을.
나도 회사에서 궁지에 몰리면 흥분하고 과로를 하면 짜증을 내고 일이 잘 풀리지 않을 때
사람들을 대하는 태도가 평소와 달라진다. 그런 일들이 지속적으로 사람을 괴롭히면
누구나 그렇게 또다른 누군가에게 화풀이를 하게 되어 있다. 
붕어빵 아저씨는 사실 내 속마음이 어떻든지 관심이 없겠지만,
어쩌면 만원을 잃지 않아서 다행이라고 생각하고 있을 지도 모르지만
나는 그 아저씨를 이해하고 그에 대한 마음 속 분노를 거두기로 했다.
누구나 궁지에 몰리면 누군가를 물게 되어 있다. 나는 개망신을 당했지만 오해가 풀렸고
아저씨는 만원을 잃지 않았으며 나는 도둑이 아니었던 거다. 그것으로 됐다.

7.
오늘 붕어빵 포장마차를 지나는데 다시 심장이 두근거린다.
용서하기로 마음 먹었지만 다시 어제 생각이 나니 억울한 마음이 조금 올라온다.
오늘은 붕어빵을 살까 말까.. 소심한 A형.. 별 걸 다 걱정하고 있네...
이런 저런 생각하고 천천히 포장마차로 다가가는데, 오늘은 장사를 안 한다.
왜지? 어제 일로 자학하시는 건가? 설마..
아니면 몸이 안 좋으신가. 이 길목에 장사가 잘 안 되나. 하긴 사람들이 잘 안 사먹더라..
뭐냐. 개망신 당한지 얼마나 됐다고 나는 벌써 아저씨 걱정을 하는거냐.
혼자 독백 아닌 독백을 중얼거리며 오늘도 너털 걸음으로 집을 향한다. (끝)

2010/01/26 20:17 2010/01/26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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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난히 올 겨울에는 눈이 많이 왔다.
버스를 타려고 정류장에 서 있는데 비둘기 몇 마리가 내 발 밑을 지나갔다.

눈 속에서 뭔가를 열심히 파먹고 있는 그들은
머리엔 아주 오래 전부터 그랬던 것처럼
페인트인지 뭔지 모를 파란색으로 물들어 있었고
부리는 까맣게 젖어 있었다.

그들이 쪼아먹고 있는 것은 과자 부스러기, 밤새 누군가가
쏟아 놓은 구토한 흔적들...

평화의 상징으로 여겨졌던 그들에게
더 이상 symbol의 의미는 없어졌고 누구도 그들을
순결과 평화의 이미지로 바라보지 않는다.

그런 자기들의 위상을 아는지 모르는지
도시 주변을 떼지어 배회하며 사람들이 먹다 버린
입에 단, 하지만 내장을 해치는 음식 쓰레기들로 하루하루를 연명하는
비둘기들의 모습을 본다.

문득 나와 그들이 참 많이 닮았다는 생각을 했다.
도시를 못 떠나면서 폐로는 공해를 마시며
입에는 미각을 한껏 자극하는 인스턴트 음식에 익숙해져가는
그렇게 점점 도시의 회색빛에 그 지워지지 않는 페인트에 남루해져가는 내 속살을 본다.

'구구구구' 비둘기 흉내를 내며 던져주는 모이들을
...사실 내가 주워 먹고 있다.

2010/01/16 20:16 2010/01/16 20: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