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처럼 글쓰기, 글처럼 살기'를 꿈꾸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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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을 쓰기 전에 먼저 짚고 넘어갈 부분이 좀 있다. 나는 기독교적 입장에서 바라보는 많은 비평 자체에 회의감을 가지고 있다. 기독교와 문화 사이의 관계 설정에 있어-스스로도 최대 수혜자라고 여기는-개혁주의 기독교 세계관적 관점, 리차드 니버의 '변혁모델'로서의 문화 비평에 회의적이다. 기독교인들은 스스로가 진리를 아는 자, 진리를 가진 자임을 자처하면서도 자주 현실 세계에서 아마추어리즘에 만족하며 지내는 모습을 보여 왔다. 오히려 세속화를 배척하거나 격리되는 방식을 사용하는 종교 근본주의적 성향의 신자들과 달리 세속 사회 언저리를 배회하며 어정쩡하게 삿대질이나 해대는 존재, 뭐 그런 느낌을 자주 받았다.

   
▲ <아이갓 iGods> / 크레이그 뎃와일러 지음 / 황영현, 황규준 옮김 / 아바서원 펴냄 / 408면 / 1만 9500원

 

일례로 몇몇 뛰어난 연주자들을 제외하고 나는 CCM이라는 장르의 '아마추어리즘'이 싫다. 한 시대를 풍미했던 다수의 CCM 가수들은 기똥차게 노래를 잘하지도, 나름의 철학이나 내러티브를 가진 완성도 높은 음악을 만들어 내는 것도 아닌, 세속 음악계에 진입하기에는 모자란 역량을 '신심'으로 커버하려는 어떤 욕망이 느껴질 정도로 실력 면에서 아쉬운 모습을 보여 줄 때가 많았다. 결국 CCM이란 게, 음악 자체의 완성도가 현저히 떨어졌기 때문에, 한때 교회를 떠나지 못하고 배회하던 착한 교회 청(소)년들의 일시적인 소비 대상, 혹은 해소책이 되었는지는 모르겠지만 급격히 그 시장이 축소된 이유가 명확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을 한다.

메타 비평의 형식을 빌어서 풀어내는, 이른바 '기독교적 관점으로 본 OO'이라는 비평들도 CCM과 마찬가지로 태생 자체가 B급이라는 편견을 가져다 줄 때가 많았다. 심리학, 과학(특히 진화론), 인문학, 사회학, 비교종교학 등 거의 모든 영역에서 문화의 변혁자를 자처하는 기독교인들은 한 꺼풀만 벗겨 보면 근본주의자들의 텍스트와 맞닿는 듯한 착각 아닌 착각을 하게 만들었고, 어느 시점을 지나면서 나는 기독교적 관점으로 세속 사회를 바라보겠다는 '돈키호테' 식의 메타 텍스트들에게서 점점 눈을 돌리게 되었다.

서론이 길었다. 본서 <아이갓 iGods>은 부제 'IT 기술이 그리스도인의 삶에 미치는 영향'이 말해 주듯 전형적인 기독교 메타 비평서다. 솔직히 앞서 말한 이유에서 본서에 대한 편견이 없었다고 말하지는 못하겠다. 허나 단적으로 말해 이 책은 그리 나쁘지 않았다, 아니 유익하게 읽었다. 특히, 우리가 최근에 열광하는 애플, 구글, 아마존, 페이스북 등의 개별 기업이나 사이트를 언급하는 데 그치지 않고 기술 사회 전반적인 부분까지 나아간다는 측면에서 이 책은 상당히 진지하고 깊이가 있었다. 게다가 개별 기업들의 분석의 깊이가 떨어지는 것도 아니었다. (IT 역사를 이해하는 개론서로 이 책과 더불어 <거의 모든 IT의 역사>를 권하고 싶다.)

본서는 IT 기술 자체에 대해 비판적이다. 제목이 말해 주듯 'IT 신들'(iGods)은 진정하고도 유일한 신인 하나님의 자리를 대체할 수 없다. 스티브 잡스의 아이폰으로 대변되는 스마트폰이 우리의 라이프 스타일 자체를 바꾸었고 제프 베조스의 아마존은 온라인상으로도 양서를, 나아가 세상의 모든 좋은 상품을 구별할 수 있는 심미안을 가져다 주었으며, 페이스북은 또 하나의 사이버 커뮤니티를, 트위터와 유튜브는 인터넷 민주화의 도구로 활용되는 등의 순기능을 무시할 수는 없겠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자의 관점은 기술이 결코 가치중립적이지 않으며 따라서 우리는 '두 주인'을 섬길 수 없다는 것이다.

우선 나는 대부분의 각론에 있어 저자의 우려감에 크게 공감한다. 일상의 구석구석까지 침투해 있는 현대 IT 기술에 관한 해박하고도 방대한 분석이 그저 놀랍기만 하다. 특히 한때 트위터가 정치-사회적 민주화의 도구가 될 것으로 여겨졌으나 반대로 국가기관에 의해 적극 활용될 소지가 있음을 주의 환기시켜 주는 대목이라거나, 페이스북을 바라보는 관점과 분석으로부터 기인한 깊은 영적 성찰은 북미가 아닌 대한민국에서도 그대로 적용될 수 있는 혜안이었다. 특히 페이스북 특유의 문법, 이른바 '나는 자랑한다, 고로 나는 존재한다'라는 선언은 우리가 쉽게 포스팅하는 페이스북의 글들이 어떻게 부메랑이 되어 우리에게 꽂히는지를 오랜 시간 동안 조용히 묵상해야 할 화두가 아닌가 싶다.

하지만 나는 저자가 기술을 대하는 근본적인 태도에는 상당 부분 동의하지 않는다. 특히 나는 기술을 비판하는 기독인들의 이중성 자체에 불편한 마음을 갖고 있다. 그들이 자주 신봉하고 인용하는, 자끄 엘룰의 <기술 사회>에서 말하는-가치중립적이지 않으며 스스로가 생명력을 가진 채로 팽창하려는 습성을 가진-테크놀로지에 대한 우려감이 그 기저에 깔려 있는 듯한데, 나는 그런 주장을 하는 이들의 주머니와 가방 속에 스마트폰, 태블릿, 킨들 같은 것들이 들어있음을 알고 있다. 고로 그 이중적 태도의 근저에는, 스스로는 통제를 잘 할 수 있다고 믿으면서도 일반 대중, 평신도들에게 IT 기술은 위험한 존재라고 믿는 어떤 선민의식이 깔려 있는 셈이다. 그런 의미에서 나는 상당수의 엘룰주의자들을 좋아하지 않는 편이다.

또한 나는 'iGods'와 하나님 사이에서 두 주인을 섬길 수 없다는 접근에 회의적이기도 하다. '두 주인'론은 흔히 말하는 돈, 섹스, 권력과 같은 현대사회의 우상이 될 만한 어떤 대상과도 대립 구도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역사 속에서도 한때 초콜릿, 왈츠, 록 음악, 진화론, 정신분석 등과 같은 피조물과 하나님은 양립할 수 없었다. 지금도 게임, 입시, 스포츠 등 모든 피조물과 유일신은 세속 사회에서 경합을 벌이고 '능력 대결'을 펼치고 있다. 하지만 나의 입장은 여전히 흔들림이 없고 한동안 바뀔 성 싶지 않다. 사실 어딜 가나 무얼 하나 인간 그 자체가 문제라는 거다. 고로 나는 여전히 이렇게 말하고 싶다. 'IT 기술은 도울 뿐, 정작 악한 것은 인간이다'라고.

2014/04/09 21:36 2014/04/09 2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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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심해서 시작한 Bitstrips. 내러티브가 되어간다.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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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3/31 00:07 2014/03/31 0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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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사랑 라미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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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MY 3색 볼펜


(촬영: iPhone 5s)
2014/03/29 13:40 2014/03/29 13: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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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올해의 영화> - 나도 숟가락을 얹어봤음.^^

 

 

더 테러 라이브
- 속도도 좋고 내용도 간명하고

 

 그래비티
- 인생, 뭐 있어. 카르페 디엠!

 

A Late Quartet (마지막 4중주)
- 은퇴는 이렇게...라고 생각함

 

 라이프 오브 파이
- 이안 감독은 최고의 거장이라 생각함.

 

서칭포 슈가맨
- 슈가맨.ㅠㅠㅠㅠ

 

 누구의 딸도 아닌 혜원/우리 선희
- 올해는 홍상수 감독 적극적 긍정의 해

 

Metallica: Through the never
- 공연장에서도 누릴 수 없을 듯한 광경

 

 로마 위드 러브/ 블루 재스민
- 우디 알렌의 영화는 양잿물을 섞어도..ㅋ

 

 일대종사
- 양가위 영화를 보러갔다가 양조위가 아닌 장쯔이에 꽂힘

 

The Master
- 호야킨 피닉스의 재발견.

 

비포 미드나잇
- 3부작의 완성. 현실적 디테일에 몰입..

 

연애의 온도
- 김민희는 이래서 인기가 있군

 

 더 헌트
- 생각할 거리가 많았던, 그래서 기분이 안 좋았던..

 

레 미제라블
- 대선 패배의 슬픔 힐링 영화였음.

 

원데이
- 앤 해서웨이의 약진, 그리고 이상적 연애상.

 

문라이즈 킹덤
- 몇 안 되는 아름다운 성장 영화

 

 맨 오브 스틸
- 상상 속 수퍼맨이 드디어 육화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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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영화평>

 

- 누구의 딸도 아닌 혜원: http://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1843916

 

- 서칭포 슈가맨: http://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1844442

 

- 비포 미드나잇: http://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1873025

2014/01/30 23:44 2014/01/30 23: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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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읽은 책 중 인상적인 것들

 

 

 라캉과 정신의학 - 브루스 핑크
- 라캉 이해의 폭을 넓힌 책. 임상 중심이라 더더욱...

 

아이의 사생활 - EBS
- 육아의 교과서적인 책. 올해 다시 읽으니 좀더 이해가 잘 되는 면이 있더라.

 

사랑은 지독한 그러나 너무나 정상적인 혼란 - 울리히 벡
- 연애강의를 위해 읽은 책 중 단연 으뜸이었던 책.

 

당신으로 충분하다 - 정혜신
- 나의 심정적 마음 주치의 정혜신 선생의 집단치료서

 

 미생 - 윤태호
- 올해는 윤태호 작가의 해가 아니었나.

 

현시창 - 임지선
- 한달 동안 고통스럽게 읽은 책. 사례들을 잊고 싶진 않지만 그렇다고 다시 읽고 싶지도 않다.

 

하버드 사랑학수업 - 마리 루티
- 연애 강의를 계획하도록 화두를 던진 책. 정혜윤님의 추천사 또한 백미.

 

저는 오늘 꽃을 받았어요 - 정희진
- 정희진 선생의 진면목을 볼 수 있는 책. 현시창과 더불어 읽기엔 괴로운 가정폭력서.

 

피로사회 - 한병철
- 짧고도 굵었던 책. 서평에 많은 얘기를 한 지라...

 

엄마되기, 킬링과 힐링사이 - 백소영
- 서평에다 옷을 팔아서라도 이 책을 사라고 했다가 욕 좀 먹었던 책. 그렇다고 생각이 바뀌진 않았다.

 

대한민국 부모 - 이승욱 외
- 결혼, 육아, 자녀교육, 중년이라는 이슈를 관통하는 한국사회 '부모'라는 괴물을 객관적으로 바라보게 만든 책.

 

마흔앓이 - 크리스토프 포레
- 곧 다가올 미래체험? 우울한 건 다 공감이 가더라는 거...

 

거대한 사기극 - 이원석
- 올해는 이원석 형님의 해가 아니었던가.ㅋㅋ

 

 다른 길이 있다 - 김두식
- 나는 충직한 김두식 교수님 저서들의 애독자. 한겨레 인터뷰 때부터 행복했음.

 

올드보이 한대수 - 한대수
- 오늘 다 읽음. 뇌세포 하나하나가 즐거웠던 경험. 올해엔 한대수빠로 살까 고민 중...

2014/01/15 23:46 2014/01/15 23: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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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의 일상성에 관하여

[서평] 김동건 <빛, 색깔, 공기>

 

 

연초부터 소화도 안 되고 배에 통증이 느껴졌다. 심하지는 않았지만 약을 먹어도 그 증상이 사라지지 않자 혹시 큰 병이 아닌지 슬슬 걱정이 되었다. 몇 달 사이 몸무게도 7~8kg이 빠져 걱정이 가중되었고, 어느새 스스로 판단하기에도 '건강염려증' 수준으로 심리적으로도 불안해지는 것 같아서 위장 내시경 검사 예약을 했다. 검사 결과 다행히 큰 병은 아니었다. 의사는 만성 위염이라고 했다. 내 염려는 하나의 헤프닝으로 끝났지만 몸이 안 좋아진 순간부터 검사 결과를 알게 된 몇 달 동안은 이런저런 생각이 참 많았다.

 

단적으로 말해서 나는 한 번도 내가 죽을 것이라는 생각을 해 본 적이 없었다. 물론 랜디 포시 교수의 <마지막 강의>나 미치 엘봄의 <모리와 함께한 화요일> 같은 훌륭한 책을 통해 죽음을 눈앞에 둔 이들의 인생 정리 방식을 간접적으로나마 인상 깊게 지켜보긴 했지만, 내가 진짜 '관'에 들어간다는 상상을 해 본 적은 없었다. 적어도 올해 전까지는 말이다. 그저 죽음을 눈앞에 둔 이들이 죽음을 대하는 자세, 통찰, 그 삶의 혜안들을 얻는 것이라면 모를까.

 

결혼을 하고 자식까지 생기고 나니 죽음이란 단어는 참 심각하게 다가왔다. 혹시 내가 큰 병으로 죽을지 모른다는 의심이 드니 아내와 아이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불현듯 회사에 입사하면서 얼떨결에 든 사망보험이 생각이 나자 조금 안심이 됐다. 적어도 내가 죽으면 당장 생활비가 끊기지는 않겠구나 싶었다. 혹시 병이 심각해서 갑작스럽게 죽게 되면 아내에게 알려 줘야 할 정보들, 이를테면 통장 비밀번호나 컴퓨터 하드디스크 안에 든 자료들 같은 게 떠올랐다. 그리고 내가 가진 책들을 누굴 줄 것인지, 내가 쓴 글들과 메모들은 정리본을 만들어놔야 할 텐데 하는 걱정 등등 이른바 현실적 미련들도 들었다.

 

이런저런 걱정들로 시작된 죽음에 대한 공포가 꼬리에 꼬리를 물고 발전하니, 어느새 보다 근본적인 질문들에 휩싸였다. 죽음을 둘러싼 신앙적인 회의감이랄까. 물론 기독교인으로서 죽음 이후에 부활이 있음을 의심해 본 적은 없었다. 하지만 좀더 실제적인 궁금함, 걱정들이 존재했다. 이를테면 내가 지금 죽으면 내 아이를 멀리서 지켜보게 될까, 아니면 어딘가로 가게 되어 잠시 헤어져 있게 될까, 하나님과 함께 있으면서 이 세상을 창문 너머로 내려다볼 수 있는 걸까 같은 류의 궁금함이랄까. 나아가, 죽고 나면 나는 더 이상 내 아내의 남편일 수 없고 내 아이의 아빠일 수는 없는 건가. 혹은 이 모든 신앙과 달리 그냥 죽으면 사라지게 되는 건 아닐까.

 

   
▲ <빛, 색깔, 공기> / 김동건 지음 / 대한기독교서회 펴냄 / 320면 / 1만 3000원

 

<현대신학의 흐름>으로 유명한 김동건 교수의 <빛, 색깔, 공기>를 다시 읽었다. 이 책은 홍성사에서 나왔던 책을 개정하여 대한기독교서회에서 새로 출판한 것이다. 홍성사에서 나온 책을 읽었으나 그땐 너무 어렸기에 더더욱 이 책의 바른 '독해'가 쉽지 않았다. 물론 당시에도 나름의 감흥, 감상이 있었지만 그건 정말 형이상학적 그 무엇이었지 저자의 가정에 일어난 죽음이라는 사건에 깊이 공감할 만한 마음의 넓이가 부족했다. 내 죽음에 깊이 매몰된 최근에서야 다시 이 책을 읽으면서 새로운 느낌을 많이 받았다.

 

가장 큰 깨달음은 우리가 일상적으로 죽음을 외면하고 있다는 사실이었다. 주변에서도 지속적으로 일어나고 있는 '죽음'이란 현실을 우리는 애써 외면한다. 죽음을 터부시하므로 죽음을 대하는 태도는 끝까지 '기적', '치유'의 기대감을 놓지 못하는 것이다. 죽음을 대하는 태도는 마치 그것이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 그 자체를 부정하면서 우리의 일상에서 비껴가기를 기대한다. 죽음 자체가 비극이며 슬픔임에는 분명하지만, 그것이 일상의 영역에서 받아들여지지 않는 것 또한 건강한 반응은 아닌 셈이다.

 

김동건 교수의 아버지이신 고 김치영 목사의 죽음 여정에서 나는 죽음의 '일상화'를 경험했다. 김 목사는 당신의 죽음을 에둘러 우회적으로 표현하기보다는 자주 직설적으로 가족과 나누었고 가족들도 그것을 받아들였다. 물론 죽음을 앞에 둔 가족들 모두가 힘들고 슬펐겠지만 그것을 애써 외면하거나 덮어 두거나 미화하려고 애쓰지 않았다. 책 속에서 김 목사는 자신의 장례식에도 상복을 입지 말고 평상복을 입은 채로 울거나 곡을 하지 말 것을 권했다. 기독교인은 죽음을 삶 속에서 자연스럽게 맞이하는 것이라는 당신의 신념 때문이었다. 그분은 적절한 때에 단백질 주사를 제거해 달라고 부탁했고 매 순간 자신의 죽음을 인식하며 그 시간들을 잘 준비하고 실행해 나갔고 그렇게 종국에는 당신의 죽음을 맞이했다.

 

이 책은 병상 일기로 독해할 수도 있고 혹은 죽음에 관한 신학 교수 아들과 목사 아버지 사이의 대화로 읽을 수도 있을 것이다. 혹은 한 가족이 어떻게 아버지를 떠나보냈는가에 대한 짧은 기록이기도 하다. 하지만 나에게는 '죽음의 일상성'을 일깨운 귀한 책이 되었다. 우리는 모두 죽는다. 하루하루 숨을 잃어 가고 있다. 너 나 할 것 없이 내 주변의 소중한 사람들이라고 해서 그 죽음의 일상성에서 배제되지는 않는다. 심지어 내 인생의 주인공인 나조차도.

 

갑작스럽게 비극적 사건처럼 생겨나는 이 실존 앞에, 자주 우리는 흔들리며 마음의 평정을 잃는다. 물론 우리가 죽음의 일상성을 인지한다고 해서 슬픔을 극복할 수 없고 고통이 경감되지는 않는다. 하지만 우리가 사랑하는 사람들과 보내는 삶의 마무리를 어떻게 지어야 할지, 어떻게 낭비하지 않을 수 있을지를 고민하게 되지 않을까. 아버지를 떠나보내며 저자는 우리에게 큰 선물을 남겼다. 고 김치영 목사님과 김동건 교수님에게 감사를 드린다.

 

 

김용주 / 현대·기아자동차연구소 연구원, 전 <복음과상황> 편집위원

 

 

http://www.newsnjoy.or.kr/news/articleView.html?idxno=195780

2013/12/22 01:00 2013/12/22 0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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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교 의식 극복을 위한 핸드북 
코넬리아 마크 <네 모습 그대로 괜찮아>

 

모든 비극은 비교에서 시작된다는 말이 있다. 물론 그 반대로 자신을 넘어서는 노력은 비슷한 실력의 상대와의 지속적인 비교에서 꽃피기도 한다. 하지만 대체로 비교 의식은 사회와 공동체 속에서 긍정적이기보단 부정적인 뉘앙스를 자주 갖는다. 여러 긍정적 측면에도 불구하고 비교에는 '덫'에 빠질 위험이 크기 때문이다. 저자의 논지를 따르자면 그것도 무려 세 가지의 덫이 존재한다.

 

저자는 이 책에서 비교의 분야와 긍정적 측면, 그리고 인간관계에서의 네 가지 태도(건강, 우울, 독재, 염세적 사고)를 소개한 후 책의 나머지 모든 부분은 이 세 가지의 덫에 대한 정의와 사례들을 언급하고 그 덫에서 빠져나올 방법을 제시한다. 결국 논지의 끝은 매력적이고도 탁월한 제목에서 드러나듯 "네 모습 그대로 괜찮아"이다.

 

이 책은 분량도 짧고 내용도 많지 않다. 느낌상 <비교 의식 극복을 위한 포켓 핸드북>이라고 제목을 정해도 될 법하다. 연역적이고도 구획이 잘 나뉜 명제들로 특정 심리를 분류하고 그 개별 사항에 대한 대안들을 사례들과 함께 엮었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은 성경 속 인물들을 나열했지만 모더니즘적이면서도 계몽적인, 참 착한 책이다. 그래서 이 책은 사실 마인드맵으로 요약하기에 가장 적합한 책이기도 하다. (그래서 실제로 마인드맵을 구성해 보았다! 아래 사진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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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심리적인 이슈들은 좀 더 들어가면 미궁에 빠지기도 하고 그 명제들이 분명함에도 불구하고 개별 개인에게 어떤 일반론적인 대답, 행동 지침이 되지 못하는 수가 많다. 성경 속 많은 인물들을 비교 심리의 갈등 구도로 이해하고 그 안에서 옳은 자와, 그른 자를 나누는 행위는 결과론적으로는 옳을 수 있겠지만 과정 가운데에서 체감하고 공감할 수 있는 더 많은 사적 내러티브(이야기)를 간과하고 무시할 위험이 있다.

 

이 책을 평가절하하려는 것은 아니다. 모든 시작에는 어떤 유의 가이드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내 안에서 일어나는 질투심과 비교 의식, 그것을 처음 인지했을 때 붙잡고 싶은 어떤 일반적이고도 간결한 명제들은 입문자들에게는 언제나 유용하다. 책의 분량이나 내용 면에서 이 책은 그런 입문자들을 위한 가이드를 제시한다. 그 이상의 질문에 대해서는 좀 더 비싸고 두껍고 고민을 더 해야 하는 책들에 시간과 노력을 투자할 필요가 있겠다.

2013/12/10 00:58 2013/12/10 00: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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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 계발서의 덕후, 자기 계발 비평서를 읽다

   
▲ <거대한 사기극> / 이원석 지음 / 북바이북 펴냄 / 252면 / 1만 3500원

 

고백하건데 나는 이른바 '자기 계발서에 물든 부족한 기독교인'이다. 스티븐 코비와 하이럼 스미스의 책을 읽고 프랭클린 플래너를 10년간 사용했다. 최근 2~3년간은 데이비드 알렌의 GTD('Getting Things Done'의 약자로 우리나라에서는 '끝도 없는 일 깔끔하게 해치우기'란 제목으로 번역되었다) 방식을 익힌 이래로 좋은 도구로 지금까지 쓰고 있다. 그 외에도 말콤 글래드웰의 <아웃 라이어>라거나 토니 부잔의 <마인드맵>, 그리고 황병구의 <관계 중심 시간 경영>까지, 스스로가 직장 생활, 사회생활에 유효한 자기 계발서들의 도움을 톡톡히 받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다. (고로, 만약 자기 계발 비평서에 대한 독후감을 써야 한다면 나 같은 자기계발서 '덕후'가 되어야 하지 않겠나.)

 

오늘 이야기하고자 하는 이원석의 <거대한 사기극>은 부제가 암시하듯 '자기 계발서 권하는 사회의 허와 실'을 밝히는 책이다. 솔직히 이 책을 읽고 글을 쓰기가 쉽지 않았다. 자주 느끼지만 재미있고 유익했던 책이 항상 서평 혹은 독후감을 쓰기 좋은 책은 아니라는 거다. 정말 저자의 생각에 동의하고 주변에 권하고 싶은 책인데 정작 책에 대한 감상을 쓰려고 책상에 앉으면 한두 줄 이상의 문장밖에 나오지 않는 경우를 자주 경험한다. (사실 나는 최근 김용민의 <한국 종교가 창피하다>를 읽고 서평을 쓰겠다고 했다가 포기한 적이 있다. 책도 재밌게 읽었고 김용민 교수의 최근 행보에도 지지하는 마음 간절했으나 그 책에 대해서는 끝내 한두 줄 이상의 문장을 만들어 내지 못했다.)

 

윤리적 패러다임 vs. 신비적 패러다임

본서도 그런 의미에서 할 말이 별로 없는 책이었다. 논지뿐만 아니라 200쪽을 살짝 넘긴 분량에 웬만한 자기 계발서들을 다 언급한 부분은 놀랍기까지 했다. 무엇보다 본서의 최대 장점은 자기 계발서의 시대적 흐름을 짚고 그에 따라 분류하여 그 특징들과 배경이 되는 가치관들을 규명한 점이라 할 수 있다.

 

저자에 따르면 자기 계발서는 미국의 역사와 그 궤를 같이 하며 크게 두 가지의 패러다임으로 분류되는데 하나는 윤리적 패러다임이고 다른 하나는 신비적 패러다임이다. 윤리적 패러다임은 청교도 윤리를 강조한 막스 베버로부터 시작해서 벤저민 프랭클린과 그의 사상적 계보를 잇는 <성공하는 사람들의 7가지 습관>의 스티븐 코비, 데일 카네기의 책들이 이 범주에 속한다. 윤리적 패러다임 기반의 자기 계발서들은 근면의 힘을 신뢰하며 외부의 환경을 탓하지 말고 스스로 성실한 노력으로 자신의 삶을 개척해 나가기를 기대한다.

 

반면 신비적 패러다임은 19세기 미국에서 번성했던 두 운동 흐름, 즉 초절주의와 신사고 운동의 영향력 아래 있으며 전자는 랄프 왈도 에머슨의 <자연>, 헨리 데이비드 소로우의 <월든>이, 후자는 메리 베이커 에디가 창시한 크리스천 사이언스로 대변된다. 이런 흐름 속에 있는 책들이 론다 번의 <시크릿>, 조엘 오스틴의 <긍정의 힘> 같은 류이다. 신비주의 패러다임 자기 계발서들의 특징은 상상(긍정)의 힘을 신봉하며 원하는 것에 대한 자신의 노력을 내려놓고 간절히 바라기만 하면 이루어진다고 강변한다는 사실이다.

 

미국적 상황과 불가분의 관계에 있는 자기 계발서

특별히 저자가 주목한 점은 이 두 가지의 흐름이 미국의 경제 상황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는 사실이다. 미국의 경기가 부양되었을 시기에는 성실하게 노력하기를 권하는 윤리적 패러다임이 강조되었다면 최근 경기 침체와 불황의 시기에는 다분히 믿음의 도약을 요구하는 신비적 패러다임이 중흥기를 맞고 있다고 말한다. 자기 계발서들도 결국은 사회와 경제적인 영향 아래에서 소비되고 있다는 말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자기 계발서가 미국에서 크게 유행하는 배경에는 미국 사회보장 시스템의 부재에 그 원인이 있음도 지적할 부분이다. 사회보장 인프라조차 없는 사회는 개개인에게 불안을 조장하고 국가가 그 역할을 수행하지 않으면서 스스로 자가 발전(자조, self-help) 하도록 독려하는 어떤 도구로 자기 계발서들이 소비되는 것이다. 그리고 신자유주의의 전도사 역할을 수행하는 미국은 막강한 영향력을 통해 이제 전 세계가 이 철학을 수용하도록 권하고 있다. 결국 자기 계발서들은 스스로가 원하든 원치 않든 간에 구조의 불합리성을 방기한 채 개인에게 초점을 돌리게 만들고 개인에게 자기 세뇌를 시키고 무한책임을 지운다는 점에서 악한 측면이 있다.

 

그러면 이제, 어떻게 살 것인가

그러면 어쩌란 말인가. 자기 계발서들을 쓰레기통에 버려야 하는가. 저자는 자기 계발서의 넓은 스펙트럼을 전제한 후 그 활용 측면에서 긍정적 역할이 있음도 언급한다. (부정적으로만 다루었다면 한마디 하려고 했는데, 실패다.) 단적으로 말해 신비적 패러다임의 책들은 진통제로서의 기능을 수행하므로 권하지 않으나 윤리적 패러다임의 책들은 읽되 습관이나 인격을 다루는 책보다는 기술을 다루는 책이 낫다고 평한다. 하지만 저자는 이 책에서 보여 준 자기 계발서의 '거대한 사기극'을 하나하나 규명하면서 보다 더 근본적인 고민으로 이끈다. 요는 미국의 신자유주의가 더욱 가속화시킨 위계와 경쟁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사회 안정망을 강화하자는 것이다.

 

슬프게도 사회에서 불안을 느껴 자기 계발서에 환호하고 열심히 그 논리와 방법론을 섭렵하려고 애쓰는 집단은 직장인(세일즈맨), 여성(우먼 파워, 재테크), 어린이들(영어 유치원, 독서 지도)이다. 정작 사회의 상위 집단은 세습된 부와 부모의 취득된 문화 권력(아비투스)으로 인해 손쉽게 자녀들을 '성공'으로 이끈다. 80%였다가 이제는 99%로 대변되는 비기득권층 사이에서 불안함을 해소하기 위해 비약하거나 죽도록 애쓰는 형국이다. 물론 그중 소수는 '희망의 증거'가 되고 그 증거를 바라보며 대중은 사기극에 적극적으로 가담한다. 그게 저자가 바라보는 현실이자 나 또한 동의하는 미국과 미국을 사랑하는 우리나라의 현실이다.

 

마지막으로 책의 대부분의 내용에 공감하면서도 한마디만 첨언한다면. 나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기 계발서는 적절히 읽혀질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두 가지 이유에서다. 사실상 자기 계발서는 거대 담론보다는 미시 영역에서 효과가 있다. (물론 저자도 습관이 아닌 기술로서의 자기 계발서를 긍정한다.) 나는 학문이나 사회 흐름으로서 이른바 사상적 배경에서 자기 계발서를 소비한다기보다는 내 하루하루의 산적한 업무를 효과적으로 처리할 수 있는 시간 관리 도구로서의 자기 계발서들에 큰 도움을 받았다. 나는 3~4년차 직장인일 때 자주 과도한 업무로 스트레스를 이겨낼 수 없었고 업무에 우선순위를 매기지 못했고 시간 배분에 실패해서 죽도 밥도 아닌 삶에 허덕였다. 당연히 시간 관리, 자기 계발서들은 당시 과로로 흐트러진 내 삶을 정리해 준 비서 역할을 톡톡히 해 주었다.

 

둘째로 나는 긍정의 힘을 믿는 편이다. 문제는 긍정의 힘, 긍정적 사고방식을 '누가' 요구하는가의 문제다. 종단 연구를 통해 노년의 삶의 만족도를 다룬 것으로 유명한 조지 베일런트의 <행복의 조건>을 비롯하여 많은 장년층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개개인의 긍정적 사고가 그들의 행복한 삶을 추동하였음을 언급한다. 사실, 사회가 불합리한 순간에서조차 긍정, 순응, 복종을 요구하는 것과, 개인이 일상적으로 낙천적으로 긍정적으로 살기를 권장받는 것은 다르다. 전자는 억압사회이고 후자는 한량사회일 테니. 정작 문제는, 후자를 이루기 위해서는 불안과 스트레스를 낮춰야 하는데 자기 계발서들이 오히려 불안을 조장하면서도 긍정 흉내 내기를 권하는 게 아닐까. 그런 의미에서 우리에게 필요한 진정한 긍정의 메시지는 <욕망해도 괜찮아>, <네가 어떤 삶을 살든 나는 너를 응원할 것이다>, <당신으로 충분하다> 같은 게 아닐까.

 

김용주 / 현대·기아자동차연구소 연구원, 전 <복음과상황> 편집위원

 

2013/12/10 00:57 2013/12/10 00: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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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 오브 스틸>을 보면서 저런 영상이 가능한 시대를 살게 된 것이 행복하단 생각을 잠시 했다. 우리나라도 은근 헐리우드 키드가 많고 70년 이후에 태어난 이들은 적어도 부모세대와는 다른 어떤 유년시절의 '기호품들'을 가질 여유가 있었다.

내 중딩 고딩시절 반항의 아이콘은 단연 메탈리카였다. 본 조비나 스키드로(1집 기준), 스틸 하트 같은 음악을 듣던 친구들과는 구별된 '레벨'을 자랑하던 우리는 딥 퍼플이나 레인보우 등 ...록의 클래식에 꽂혀 있었고 당시 밴드로는 단연 메탈리카를 들어야 서로의 수준을 인증해줬다.ㅋㅋㅋㅋ (생각해보면 교계 논객들 아는 학자들 자랑하는 것과 좀 비슷한 면이 없지 않다...^^)

암튼, 70년대 후반 80년대 초반생들에게는 너바나, 커트 코베인이 하나의 전설이겠지만 그보다 조금 앞선 나에게는 역시... 메탈리카가 추억의 밴드가 아닐 수 없다.

<맨 오브 스틸>을 보면서 행복감을 느꼈다면 오늘 <메탈리카 쓰루 더 네버>는 거의 눈이 튀어나올 수준이었다. 3D IMAX를 위한 공연.ㅠㅠㅠㅠ 이건 뭐... 내한공연을 본다해도 어지간한 자리에서는 경험할 수 없는 퀄리티. 덕분에 영어시험은 지각할 뻔 했지만 시험을 못봤어도 전혀 아쉽지 않았을 시간... 엉엉엉.

단언컨데,
메탈리카 쓰루 더 네버... 3D IMAX 관람은, 현대 기술의 진보와 공연의 진수를 동시에 경험할 수 있는 최고의 기회일 겁니다. 영화 내리기 전에 극장에서 관람하시길. ㅠㅠㅠㅠ (그래비티...는 쳇, 쫌 우습다. 흥피치...)

 

 

2013/12/02 23:43 2013/12/02 23:4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