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처럼 글쓰기, 글처럼 살기'를 꿈꾸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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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문 선교사님과 대화 중에 김선교사님이 그런 말을 했다. 귀국한 후로 주변 사람(기독교배경)의 대화의 절반은 못알아듣겠다고. 이유인즉슨 어떤 주제로 대화를 할 때 자신은 잘 알지도 못하는 수많은 책들과 저자들의 이름들이 나온다는 것이다. 그 저자명과 서명이 어떤 기호나 암호처럼 대화를 가로막는 것이다.

김선교사님은 그간 본인이 공부를 많이 하지 않았음을 반성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지나친 외국 저자들의 이름이 난무하는 대화에 대한 불편한 심기를 살짝 드러냈다.(고 나는 생각한다) 외우기도 쉽잖은 미쿡, 유럽 저자들의 책을 읽으면 사실 그 핵심 주장들이 그리 낯설지 않은 개념임에도 불구하고 그것을 풀어내기 보다는 저자명, 서명으로 암호화한다는 말이다. 결국 알맹이는 단순하고도 일반적으로 추론할 수 있는 것임에도 많은 대화에서 그 담론을 암호키 주고받더라는 거다.

나는 크게 공감했다. (아마도 원저자, 원저서명을 주고받는 이런 트렌드는 레퍼런스를 장황하게 밝히는 미국학풍을 반영한 것이리라.) 대화를 나누면서 그런 생각을 했다. 사실 우리에게 시급한 건 좋은 저자의 핵심 개념, 탁월한 상상력을 캐치하는 것이고 그것을 한국사회에 중첩시켜놓고 실천, 참여(앙가주망)의 방향성을 찾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 이미 내 것이 된 개념의 레퍼런스명들을 장황하게 외우고 그것을 상대에게 전송하는 키값(key value)처럼 주고받을 이유는 없지 않나...하는 거다.

불현듯, 중고등학교 때 사건의 의미보다는 연도나 위인의 이름을 외우던 역사시험 시간이 떠올랐다.

2012/08/20 21:47 2012/08/20 21:4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