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처럼 글쓰기, 글처럼 살기'를 꿈꾸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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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바는 우리집 개다.

바바는 내가 퇴근해서 집에 들어가면 , 복도에서 발소리만 듣고도 반갑다고 뱅글뱅글 돌면서 마구 짖는다. 그래도 주로 관심이 아이에게 쏠리는지라 바바와 충분히 놀아줄 시간이 없는지라 그로인해 피치 못하게 바바는 시무룩하게 집구석 어딘가에 들어가서 고개를 떨구고 우울해 하기도 한다. (아내가 놀아주기도 하지만 그거와는 별개인듯)

개를 키우면서 개에 대해 많이 생각한다. 모든 동물 중 유독 개만 인간을 잘 따르는 거 같다. 사실 인간은 개에게 참 몹쓸 짓을 많이 하는데.. 엄한 주인이라도 혹여 구타나 학대를 당하더라도 주인이 다가가면 대체로 반가워하고 못했다고 해서 그를 떠날 생각을 하지도 않는다.

처음부터 이 동물이 가축이지는 않았을텐데, 길러서 잡아먹는 것도 아닐텐데.. 신기하게 이 개라는 동물은 참 주인에 대한 충성심이랄까, 그런 류의 애정이 있다. 그래서 바바를 대할 때면 항상 나는 애완동물을 충분히 '애완'하지 못한 데 대한 죄책감에 휩싸인다. 또한 가족과도 생이별하고 친구하나 없이 다른 종족의 마스코트가 되어 살아야 하는 개의 일생에 대해 다분히 감상적인 설움 같은 게 투사된다.

아침부터 복날이라고 개를 먹냐 닭을 먹냐로 온오프로 시끄러운 오늘. 아침부터 출근하려고 채비하는데 자기도 같이 산책 나가고 싶어 신발장까지 짖으며 따라 내려온 바바를 외면한채, 도리어 아침부터 시끄럽게 짖었다고 모질게 꿀밤주고 뒤돌아서 온 게 내심 마음에 걸렸다.

점심시간에 인터넷으로 바바의 간식을 주문하며 이런저런 생각을 끄적여본다...
2011/07/17 23:19 2011/07/17 23: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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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노하라>, 이것은 책의 제호가 아니다. 93세 노투사의 육성이다. 혁명과 코뮌 그리고 레지스탕스의 역사가 만들어낸 프랑스 지성의 절정이다. 그리고 청년들과 미래를 향한 절절한 애정이다. 앵디녜부! 레지스탕스! 앙가주망! 분노와 저항과 참여를 통하여 거대한 역사의 일부가 되기를 호소한다. 프랑스보다 분노할 것이 훨씬 더 많은 우리들에게 그의 외침은 정수리에 올려놓은 얼음조각처럼 가슴 서늘한 깨달음이 된다. 분노의 표적을 잃은 채 부당한 증오에 함몰해 있는 자신을 깨닫고 진정 분노해야 할 것이 무엇인가를 고민하게 한다. ‘격렬한 희망’, ‘평화적 봉기’에 이어 그가 던지는 메시지는 명쾌하다. “창조, 그것은 저항이며, 저항, 그것이 곧 창조이다." (신영복, 성공회대 교수)

스테판 에셀의 를 읽던 중 문득 책 뒤표지에 신영복 교수님의 추천사를 보게 되었다. 93세 노투사에 대한 존경과 앙가주망(참여)를 통해 거대한 역사의 일부가 되기를 소망한다는 신 교수님의 말이 공감이 되면서 조금은 마음이 불편했다. 스테판 에셀의 일생과 달리 신영복 교수님은 한국사회에서 사회참여적인 지식인은 아니라고 평가하기 때문이다.

물론 그분의 존재 자체가 가져다 주는 역사적 상징성이 있으며 30년 간의 복역 자체가 그 분에게 가져다준 결핍, 상실이 크다는 점을 모르는 바는 아니다. 하지만 신 교수님은 출소 이후 보수 언론에 글을 기고하셨고 정치적 현안에 대해 적극적인 참여를 자제하셨다. 내가 알기로는 그렇다. 나는 일부 진보적인 이들이 비판하듯 그것 자체가 문제가 된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오히려 나는 신교수님의 행보에 정서적 지지와 공감을, 그리고 그 분의 여생이 그 분 자신에게 행복하길 기도하고 또 기도했다.

하지만 정서적 지지와 달리 93세 동안 쉴세없는 분노와 저항, 참여의 길을 힘들게 걸어온, 그리고 인생의 말년에까지 장문의 글로 프랑스의 청년 지성을 고취시키는 한 참여적 지성인의 추천사를 신 교수님이 쓴다는 게 마음이 그렇게 편안하지만은 않았다. 그리고 나의 불편함은 스테판의 짧은 글을 읽으면서 더욱 커져갔다. 물론 그 불편함은 자책하는 마음이 내 안에 있기 때문에 더욱 큰 지도 모르겠다.

결국 내 마음은 신 교수님의 글로 인해 스테판 에셀의 분노, 저항, 참여의 메시지가 한국사회에서는 감동을 동반한 지적인 수준의 공감, 박제된 지식의 습득 수준으로 전락하게 되지 않을까 하는 마음이 들었기 때문일 것이다. 그 수장격으로 신 교수님이 서신 것 같아 마음이 불편하고 내 한몸의 안일을 위해 그 정서에 편승하려는 내 속마음이 엿보여 또한번 마음이 불편하다. (끝)

서평은 다음 기회에.



*프랑스를 들썩인 <분노하라> 한국 도착! 저자 인터뷰 공개 - 알라딘인문MD 
 
http://blog.aladin.co.kr/bookeditor/4829257
2011/07/07 21:28 2011/07/07 2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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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말남 말이 참 많다. 동영상은 충격적이다. 신상털기로도 말이 많다.

사실... 개인적으로 억울한 사정이 있을 수도 있다. 하필 그날 너무 아끼던 여친에게 차였을 수도 있고, 등록금이 없어 휴학하고 돌아가던 길일 수도 있다. 생애 가장 안 좋은 날이어서 잠시 미쳤을 뿐.. 사실 본인은 그렇게 나쁜 사람이 아닐 수 있다.

어쨌거나 막말남사건으로 우리 모두가 배워야 할 점은 이제 공공장소에서 자기가 익명으로 나쁜 짓을 자제하는 게 신상에 이롭다는 사실이다. 의식하고 행동할 때와 달리 모르는 이들 사이에서 스스로에게 관대했던 미친 짓들은 누군가에 의해 촬영되고 SNS를 통해 공개되어 순식간에 전파될 수 있다.

우리는 우리의 성글은 행위, 그 야만적 본성에 대해 좀더 자제할 시대가 왔다는 걸 깨달아야 한다. 신상털기의 윤리 문제와 별개로, 옳고 그름의 잣대와 무관하게 개인의 미시사가 쉽게 털리고 전파되어 만 24시간 안에 이슈화될 수 있는 시대다.

이것이 막말남이 평소와는 다르게 재수없게도 한 번 잘못으로 만천하에 나쁜 놈이 되었다는 전제하에... 내가 해 줄 수 있는 최선의 충고다. 또한, 내 평소의 익명적 악행에 대한 자성이기도 하다


(facebook 노트: 2011년 6월 28일 화요일 오후 3:48)

2011/06/28 20:30 2011/06/28 2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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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가수다... 어제도 주말에 집정리를 하며 아내와 함께 잠깐 봤다.

다른 가수들은 경쟁에서 쳐지지 않으려 나름의 노력과 새로운 무대를 선보인데 반해 김건모는 비교적 정체된 무대와 엉뚱한 립스틱 퍼포먼스를 선보였다. 결국 그가 7위에 올랐다. 사람들은 당황했고 김제동은 기회를 달라고 제작진에 요청했으며 제작진은 이를 받아들였다. 결국 김건모는 재도전하기로 한다.

김건모는 최근 몇년 사이, 아니 엄밀히 말하면 김창환 사단과 결별 이후 점점 하락세를 겪고 있다. 무릎팍에 나온 연예인 중 가장 이미지 회복이 안 된 사람으로 김건모를 꼽을 정도니... 방송에선 버라이어티에서도 웃기지 못하고 노래도 한량처럼 부르는 그에게 관심이 점점 떨어지는 듯 하다.

나는 솔직히 어제, '나는 가수다'라는 프로그램이 더 싫어졌다. 버라이어티라는 특수성 때문일까, 혹은 내가 좋아하는 가수가 '루저'처럼 보여서일까. 일례로 이소라는 자기 기분에 따라 정작 중요한 스케줄이 있어도 게임에 몰두하고, 자주 자신의 기분에 따라 방송을 거부하거나 찡그린 기색을 감추지 않는다. 김건모는 그의 원래 성격 때문인지(나는 그렇다고 보지만) 다른 가수들처럼 경쟁에 혼신의 힘을 쏟지 않는다.

현대는 자기개발의 시대다. 경쟁에 뒤쳐지지 않기 위해 영어를 공부하고 7habit이니 아웃라이어니 블루오션이니 하는 자기개발 서적을 읽고 이력서를 업데이트하며 경쟁 구도에 들어섰을 때 그간 갈고 있던 실력의 120% 발휘하기 위해 항시 긴장을 멈추지 않는다. 이런 트렌드가 서바이벌 프로그램으로 이어지는 듯 하다.

문제는 내가 좋아하는 몇몇 가수들은 이런 경쟁과 서바이벌, 끊임없는 자신의 혁신... 이것들과 친숙하지 않다는 거다. 대중가수는 대중의 기대치를 충족시켜주고 대중의 박수를 먹고 산다고 말하지만, 가수는 상업적이면서도 한편으로는 예술적인 사람들이 아니던가. 그들은 자기관리를 잘하고 대인관계에 친숙한 직장인의 모습이라기 보다는 오히려 신선놀음을 하거나 밤낮을 바꿔 생활하고 때론 성격이 까칠한 모습의 사람들이기도 하다. 난 내가 아는 많은 훌륭한 가수들이 카메라를 항시 들이댄다면 다들 인격적으로, 자기 관리 차원에서 낮은 점수를 받으리라 생각한다.

그들 중 다수는 자주 목상태가 최상이 아닐거고, 매번 경쟁 때마다 자신의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지 못할 것이다. 솔직히 난 가수가 그럴 필요가 있냐는 생각마저 든다. 최고의 가수들을 모아서 매번 서바이벌 구도를 만들면 그들의 경쟁심을 유발하여 더 뛰어나고 더 멋진 공연을 펼칠 가능성이 높다. 그것은 당연한 사실이다. 하지만 이런 발상은 너무나 서구적이고 신자유주의적인 방식이다.

내가 아는 이소라는 폐쇄적 성격에도 불구하고 방송을 좋아하는 편이지만 김건모는 천성적으로 방송에 대한 긴장감이 없는 듯 보인다. 얼마전 놀러와에 나온 이상은이나 강산에는 어떤가.(놀러와 사상 나는 그 방송이 가장 재미없었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가수들이 모여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난 음악을 가수의 삶과 분리시킬 수 없다고 생각한다. 그런 의미에서 나는 방송에서 보여지는 김건모와는 별개로.. 그의 음악이 좋다. 그는 훌륭한 가수다. 하지만 버라이어티는 그를 자꾸 불편한 존재, 게으르고 진지하지 않은.. 프로페셔널하지 않은 가수로 비춰준다. 난.. 그게 심히 불쾌하다.

그런 얘길 할 수도 있다. 가수가 그런 서버이벌 프로에 안 나오면 되지 않냐고. 딴따라 주제에 지네들이 무슨 예술가냐고, 대중과 호흡하지 않는 가수가 무슨 의미가 있냐고. 가수가 버라이어티에 나오면 그 옷에 몸을 잘 맞춰야 하는 거 아니냐고. 나는 한국의 모든 가수가 이제는 대중의 기분을 맞춰줘야 하는, 이른바 '대중가수'여야 하는 현재가 안타깝다. 예전에 한 가수가 노래를 부르기 위해 연기도 하고 방송활동도 열심히 한다는 하소연을 하는 걸 봤다. 황금시간대에 가수를 불렀을 때 거절할 사람이 과연 몇 명이나 될까. 그들이 방송활동 없이 과연 자신의 음악을 몇년이나 더 할 수 있을까. 교계에서는 목사도 자비량 목사가 되어야 한다는 말을 가끔 하는데 가수도 이꼴저꼴 안보려면 자기가 돈벌어서 음악을 해야 하는 시대가 왔다.

조규찬은 몇 개의 음반을 낼 만한 곡을 만들어놨음에도 1장의 새음반을 내기까지 5년이 걸렸다고 했다. 음반시장의 악화된 환경 때문이다. 그는 음반 한 장에 곡을 추리고 추려서 담았단다. 언더그라운드 가수들은 이제 더이상 상업적으로 음악을 하지 않는 것처럼 보인다. '나는 가수다'라는 프로그램은 이런 음반시장과 가수의 현주소, 무한경쟁의 신자유주의 체제 속 한국의 위상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듯 하다. 이런 총체적 불쾌감 속에 김건모는 내 모습, 내 주변의 사회성, 무한경쟁에 적응하지 못하는, 아니 적응하지 않는 소중한 지인들의 모습을 보는 것 같아 내심 기분이 별로다. 담배를 씹는 기분이다.
2011/03/21 20:29 2011/03/21 2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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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뒤늦게 <나는 가수다>를 봤다. 쟁쟁한 가수들에게 서바이벌이라는 형식을 가져온 부분에서 의견이 분분하지만.. 나는 그보다 5분을 채 넘지 않는 노래 한곡조차 크레딧이나 리액션 개입없이는 볼 수 없다는 게 참 안타까웠다. 역시 일밤은 버라이어티일뿐.

2. < 나는 가수다> 첫주에 정엽이 떨어진 건 개인적 생각으로는 대중은 훌륭한 가수=성량으로 본다는 의미로 받아들이게 만든다. 그날 정엽의 노래는 소름돋을 정도로 훌륭했다. 서바이벌 자체도 맘에 안들지만 정엽이 선택된 건 사실 더 아쉬운 부분.

3. < 위대한 탄생> 심사 때 신승훈이 한 참가자에게 느낌은 좋으나 성량이 작아서 우려된다는 말을 한 직후..김윤아가 자신은 가수는 목소리 크기와 무관하게 자신의 음악을 할수 있느냐로 중요하다고 말하는 걸 봤다. 무례한 감은 있지만 전적으로 공감한다.

4. 가수의 정의에 대해서는 개인차가 있겠지만 성량이 크고 울림의 정도로 평가한다면 조만간 인간보다 뛰어난 기계가수가 탄생할 것이다. 그것이 세상의 모든 노래를 가장 잘부르는 가수가 되리라. 내겐 김민기, 조동진같은 이들이 더, 가수의 정의에 가깝다.

5. 추가로. 위대한 탄생이나 슈퍼스타K를 보면서 조금 당황스러웠던 점. 심사위원들이 지나치게 지원자에게 혹평하는 대목. 기성가수도 완벽하지 않는데 그들이 아마추어라는 이유로 그렇게 말하는게 거북스러웠다. 시청률때문이 아니라면 그건 지나친 자만이다.
2011/03/21 20:28 2011/03/21 2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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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 주요 업무
 - 구동계 후진스톨시 D/SHAFT 준정적 파단 문제 대응
 - 3기통 엔진 대응 엔진마운팅 NVH 개선 기술 습득 (기술고문 자문 포함)
 - FF 4WD 리어 디프마운팅 설계 능력 개발 (기술고문 자문 포함)


기고글들
 - 기독 지성과 삶의 일치를 향하여 (IVP, ‘공부하는 그리스도인’ 부록3) 2010/01/14
 - 직장인 지성운동의 현실과 고민들 (아볼로포럼 발제문) 2010/02/28
 - 관조적인 삶을 넘어서(1): 글쓰기를 시작하며 (뉴스앤조이/크리스찬인사이트) 2010/04/20
 - 기독교 ‘사회참여’를 반성적으로 성찰하며 (뉴스앤조이) 2010/04/23
 - 관조적인 삶을 넘어서(2): 5·18, 그 사건이 내 삶에 각인되기까지 2010/05/26
 - 다시, 기독 직장인들을 생각한다 (복음과상황 '10. 7월호) 2010/06/29
 - 관조적인 삶을 넘어서(3): 한국 사회에서 아내와 산다는 것의 의미 2010/08/13
 - 관조적인 삶을 넘어서(4): 한국 사회 남편과 아버지에 대한 단상 2010/09/29


교육
 - 하이브리드 자동차 개론 2010.08.09~2010.08.13
 - 특허분쟁예방 과정 (심화) 2010.06.23~2010.06.25
 - 온라인어학: 토크쇼 잉글리쉬 step1 2010.06.15~2010.07.14


자기 개발
 - 심리학 공부(Self Study)  : 관련 도서 읽기와 심리학 관련 정보 수집 단계
 - 온라인어학: 토크쇼 잉글리쉬 step1 2010.06.15~2010.07.14


읽은 책들
 - 혁명은 이렇게 조용히 / 우석훈 지음 / 레디앙 / 2009년 9월
 - 청춘의 독서 / 유시민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웅진닷컴) / 2009년 10월
 - 관계중심 시간경영 / 황병구 지음 / 코리아닷컴(Korea.com) / 2010년 1월
 - 삼성을 생각한다 / 김용철 지음 / 사회평론 / 2010년 1월
 - 교회 속의 세상, 세상 속의 교회 / 김두식 지음 / 홍성사 / 2010년 1월
 - 그건 네 잘못이 아니라 네 성격 탓이야 / 에이브러햄 J. 트워스키 지음/ 미래사 / 2004년 6월
 - 어른아이 김용택 / 김훈 외 엮음 / 문학동네 / 2008년 10월
 - 베리타스 포럼 이야기 / 켈리 먼로 컬버그 지음/ IVP(한국기독학생회출판부) / 2009년 9월
 - 미국사 산책 1 / 강준만 지음 / 인물과사상사 / 2010년 3월
 - 88만원 세대 / 우석훈.박권일 지음 / 레디앙 / 2007년 8월
 - 아이폰북 / 스콧 켈비, 테리 화이트 지음, 강철구 옮김 / 에이콘출판 / 2009년 12월
 - 욕쟁이 예수 / 박총 지음 / 살림 / 2010년 4월
 - 자동변속기 / 강성황 외 지음 / 형설출판사 / 2008년 3월
 - 다시보는 복음주의 유산 / 도널드 데이턴 지음 / 요단출판사 / 2003년 10월
 - 제자도 / 존 R. 스토트 지음/ IVP(한국기독학생회출판부) / 2010년 6월
 - 전자책의 충격 / 사사키 도시나오 지음 / 커뮤니케이션북스 / 2010년 7월
 - 그림자 - 분석심리학의 탐구 1 / 이부영 지음 / 한길사 / 1999년 10월
 - 피에르 부르디외와 한국사회 / 홍성민 지음 / 살림 / 2004년 3월
 - 성격의 재발견 / 이사벨 브릭스 마이어스 지음/ 부글북스 / 2008년 4월
 - 성격 이야기 / 안미경 지음 / 바오로딸(성바오로딸) / 2005년 11월
 - 내 안에 접힌 날개 / 리처드 로어 지음 / 바오로딸(성바오로딸) / 2006년 2월
 - 복음주의 신학의 역사 / 로저 올슨 지음 / 한들출판사 / 2010년 8월
2010/12/31 22:59 2010/12/31 22: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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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교. 캠퍼스. 이런 단어들이 가끔 생각날 때가 있다.
처음 직장생활을 시작한지 2년만에 다시 찾은 캠퍼스에서 학생들이 포스터를 붙이기 위해 쓰는
청테이프를 보면서도 마음이 울컥했는데. 이제는 마은에 다소 차분해졌다.


매일 아침 내려가던 지하철 계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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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합격자 명단을 확인했던 운동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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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들과 늦은 저녁까지 캔맥주를 마시며 담소를 나누던 노천극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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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도서관을 올라가는 길. 인문대 수업을 들으러 숨을 몰아쉬며 뛰어가던 기억이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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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8계단. 계단수를 세어본 적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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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방. 1층은 서점이고 2층이 식당. 처음 '사랑방 정식' 메뉴를 '사랑 방정식'으로 잘못보고
잠시 웃었던 기억이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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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 정문. 앞쪽에 조그맣게 사자상이 보인다.
지금은 없어졌지만 양쪽으로 벤치가 있었고 거기서 지인들과 이야기를 나누곤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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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건물은 최근에 새로지은 곳인 듯. 한참 농성 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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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억이 깃들어 있는 곳. IVF 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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룸에서 상대와 음대로 올라가는 계단. 이 곳도 많이 올라다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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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공학관과 중앙도서관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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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관 앞 광장. 학부 때 이곳을 지날 때면 아는 지인을 만나지 않을까 하는 막연한 기대감이 있었다.
지금은 지하철 연결 통로가 생긴 상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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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철. 집으로 가던 길. 같은 방향으로 가던 지인들.
신촌역, 당산역으로 가던 그 길들을 다시 떠올려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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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IXUS 130IS)

2010/10/16 20:24 2010/10/16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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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난 지금까지 글을 쓰면서 원고료를 받아본 적이 별로 없다. 하지만-물론 이건 자존심일 수도 있겠지만-나는 단 한번도 내 글이 원고료를 받지 못할 수준의 글이라고 생각해 본 적은 없다. 글을 쓰는 누구나가 그렇겠지만 내 글에 대한 애착이 크기 때문에 기고글을 쓸 때에 들이는 공과 시간이 내 일상의 어떤 일보다 크다. 문제는 내가 쓰는 대부분의 글이 기독매체 기고글이라는 점인데 대부분의 기독 매체는 자체 유지도 어려운 환경 탓에 대체로 원고료를 주지 못하는 곳이 많다.

2.
기독 매체 중 나는 딱 두 곳에서 돈을 받고 글을 썼다. 대학시절 A주간지에서 인터뷰를 한번 한 적이 있는데 그 곳에서 청탁을 받고 글을 썼고 원고료를 받았다. 담당 기자는 원고료가 작아서 죄송하다고 친절히 전화까지 주었다. 나는 돈 때문에 쓴 글이 아니니 상관없다고 했다. 다른 한 곳은 B월간지. 내가 받은 원고료 중 가장 많은 액수이나 10만원이 넘지 않았다. 그 외 매체에서는, 내 기억으론 없다. 그리고 나는 글쓰는 일을 전문적으로 하지도 않을 뿐더러 처음부터 원고료에 대한 생각 자체를 하지 않고 글을 썼기 때문에 돈 문제가 그리 중요한 건 아니었다.

3.
하지만 원고를 쓰면서 심정적으로 불편한 몇 가지의 일들이 있긴 했다. 사실 이런 경험들 때문에 '글을 쓰고 돈을 안 받는 일'에도 절차와 도덕이라는 게 있다는 생각이 들게 되었다고 할 수 있겠다. 나는 기독 매체 외에 일반 매체에도 글을 몇 번 쓴 적이 있다. 대체로 독자 투고로 실렸다. C매체에 기고글을 보냈을 때 담당 기자는 내게 전화해서 글 잘봤고 다음 달에 싣기로 했다고 했다. 그리고 그는 원고료의 원칙에 대해 설명해 주었는데 기고글에 대해선 내부 원칙대로 원고료가 나가고 독자투고글은 당사의 출판 도서 3권을 증정한다고 했다. 내 글은 독자투고글로 실리며 이에 대해 더 잘해 드리지 못해 죄송하다고 했다. 나는 흔쾌히 동의했고 나는 책 3권을 기쁘게 받았다.

4.
D매체는 나와 인연이 깊은 매체다. 편집장도 여러번 바뀌었고 지금도 간간이 글을 기고하고 있다. 물론 아직도 내 글을 실어준다는 사실에 감사한 마음도 크다. 그 잡지에 처음 연재글을 보냈을 때 당시 편집장은 내게 원고료를 줄 수 없음을 사전에 알려줬다.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당시 그 매체는 직원 월급조차 못 받은지 한참된 형편이었다. 편집장님을 비롯한 그 곳 식구들과 친분이 깊어지면서 난 원고료 없이 그 매체에는 항상 글을 쓰겠다고 선언했고 담당 간사님은 기뻐하며 우리가 따로 줄 것은 없으니 평생 구독자를 시켜주겠다고 했다. 그 이후로 나는 몇 번의 연재글을 썼고 그 분이 있는 동안 나는 잡지를 받아볼 수 있었다. 하지만 담당자가 바뀐 후로 잡지는 오지 않았다. 물론 내 연재도 끝난 상황이고 매체 사정도 나빴기 때문에 다시 얘기하진 않았다. 이후로도 나는 원고료 없이 그 매체에 글을 썼다.

5.
E출판사는 꽤 유명한 곳이다. 흔히 교계에서 그 출판사 책은 눈감고 아무 책이나 골라도 양서라는 평판이 있을 정도로 유명하고 그런 이유로 E출판사는 내부적으로도 자부심이 강한 편이다. 얼마 전 그 출판사에서 기고 요청이 있었다. 나는 흔쾌히 승낙했다. 유명한 출판사 답게 내 원고는 몇 번 수정 요청을 받았고 마지막에는 분량 때문에 담당 편집 간사가 직접 수정을 하는 수고를 아끼지 않았기에 글이 내 기대보다 더 좋게 나왔다. 그런데 사실 좀 불편한 부분이 있었다. 청탁 시에 원고료에 대한 사전 통보를 받지 못했는데 대체로 다른 매체는 원고료를 주지 않을 때 사전에 양해를 구했다. 하지만 E출판사는 원고료를 주지 않았다. 대신 내 글이 실린 도서 5권을 보내주었다. 난 이 출판사에 대한 애정이 커서, 그리고 관계를 나쁘게 만들고 싶지 않아 별 이야기를 하지 않았다. 하지만 분명 사전에 기고글에 대한 원고료 문제를 내게 알려줬어야 했다고 생각한다.

6.
또 하나의 에피소드가 있다. 앞서 언급한 B월간지는 내게 교계에선 가장 많은 원고료를 줬다. 사실 그 월간지에 쓴 내 서평은 내 맘에 쏙 드는 글은 아니었다. 1주일 밖에 시간이 없었고 책을 읽고나서 서평을 쓸 시간은 3-4일 남짓이었으니 시간으로만 보더라도 좋은 글이 나왔을리 없다. 하지만 그 월간지는 내부규정에 의해 원고료를 지급한다고 알려줬고 나는 그 돈을 계좌로 받았다. 그런데 여기서도 작은 문제가 있었다. 원고를 보내고 잡지가 나온지 보름이 지나도 아무 연락이 없어서 먼저 연락을 했다. 원고료 얘기를 했더니 조만간 입금이 될 거라고 했다. 그러고 열흘이 지나서도 입금이 되질 않았다. 다시 연락을 했다. 회계문제로 월말 정산 시에 일괄적으로 입금이 된다고 했다. 난 소심하고 꼼꼼한 성격 탓에 이 일로 두 번이나 전화를 걸어 원고료에 전전하는 이미지를 심어줬을 것이다. 하지만 원고료 얼마를 언제 지급하는지를 왜 먼저 알려주지 않고 물어볼 때마다 하나씩만 알려주는지 그 이유를 나는 잘 모르겠다.

7.
다시 한번 강조하지만, 사실 교계에서 글을 쓰는데 돈 따위는 중요하지도 않고 나도 원고료가 필요 없다. 하지만 이런 몇 가지의 사레들은 나를 너무 답답하게 만들었다. D매체는 지금도 정기구독 말고 후원을 할까하는 마음을 먹을 정도로 애정을 갖고 있는 매체다. 하지만 애정을 갖은 만큼 내 기고글에 대한 화답 선물로 받은 평생독자라는 타이틀이 금새 사라져버린 것에 대한 아쉬움도 남는다. 담당이 바뀌고 편집부가 물갈이를 해서라고 이해하지만 웬지 서운하다. E출판사와 B월간지도 마찬가지다. 이 두 매체는 나름 유명한 곳이다. 그런만큼 좀더 프로답게 원고 청탁 후의 원고료에 대한 명확한 설명이 필요했다. 원고에 대해 사례를 할 것인지 말 것인지, 한다면 무엇을 언제 어떻게 지급하겠다는 것을 알려주는 것이 당연하고 기본적인 일이 아니던가. 사실 어떤 의미에서 교회는 하나님의 뜻을 위해 모든 성도가 노동이 아닌 봉사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대체로 이런 일에 익숙하지 않다. 돈을 준다는 것도 어색하고 돈을 줄 때도 그 절차나 방법이 참 어색하다!

8.
나는 아직도 그 누구에게도 이런 이야기를 하지 못했다. 아니 앞으로도 하지 않을 것이다. 기독교라는 타이틀을 걸고 만나는 모든 사람들과의 관계를 나는 상하게 만들고 싶지 않다. 사실 나는 회심한 이후 역설적으로 교회 '안'에서 가장 많이 마음을 다쳤다. 물론 그것을 보상받을 훨씬 더 큰 지식과 인맥과 사랑을 얻었지만 그렇다고 해서 다친 마음이 하나도 아프지 않은 것은 아니다. 그런 연유로 소심해진 가슴으로 교계 안을 돌아다니는 나를 자주 발견한다. 사람에게는 관대해졌다. 사람들과의 관계를 망치고 싶지 않은 마음 때문에 지금도 그렇고 앞으로도 지인들이 죄를 짓지 않는 한 깐깐하게 지적하지 않을 생각이다. 하지만 여전히 마음 한편이 참 불편하다. 그 중 하나가 바로 이 원고료 문제다! 왜 나는 글을 쓰고도 원고료를 안 받는 문제로 이렇게 불편해야 할까. 그 누군가가 숨어서 내 글을 보고 앞으로는 일반 잡지사인 C매체처럼 명료하게 원고료에 대한 자기들의 원칙과 일정을 알려주면 좋겠다. 그게 내 넋두리의 요지다.

사족.
나는 요즘 F매체에 글을 많이 기고한다. F매체도 기독 잡지로 지속적으로 경제적 어려움을 겪는 매체다. 하지만 이 매체는 요즘 기고글에 대해 원칙을 정하고 적은 돈이지만 원고료를 주고 있다. 금액이 오천원에서 이만원 수준이니 그리 큰 돈은 아니다. 기고하는 사람 입장에서는 있으나 마나 한 금액이지만 비용을 지불해야 하는 매체 입장에서는 만만치 않은 금액이기도 하다. 나는 이 매체의 '원고료 철학'이 맘에 든다. 그간 무상으로 기고를 한 이들에 대한 불편한 마음이 항상 있었고 금전적인 문제가 좀 나아지자마자 원고료에 대한 룰을 정한 것이다. 인터넷에서 그 매체 사이트에 접속하면 원고료 정책이 팝업창으로 뜬다. 나는 요즘 이 매체에 후원도 하고 원고도 쓴다.

2010/08/16 20:21 2010/08/16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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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은 원치 않게 부도수표를 남발하고 다닌다.
엄밀히 말하면 부도수표라고 할 수는 없겠지만
흔히들 하는 말로 '나중에 언제 한 번 보자'라는 말을 하고는
언제 한 번 볼 시간을 만들지 못하는 것 때문이다.

그런데 이번 주에는 두 후배에게 연락이 왔다.
한 명은 10시에 퇴근하는 나를 만나러 굳이 통근버스 내리는 곳에서
밤 10시에 약속을 잡아 주었다.
우리는 12시반까지 이야기를 나누었다.

다른 후배는 올 3월에 아프리카로 1년간 떠난다.
보자 보자 내가 먼저 이야기를 꺼내곤 2월이 될 때까지 못 만났다.
그 후배에게 연락이 왔다. 오늘 집으로 오겠단다.
교회 일에 내일 출근에 힘들텐데
먼길 와서 나를 만나준 후배가 고맙기만 하다.

아이가 크는 중이라 그런 지는 모르겠지만
갈수록 내 시간을 남과 나누는게 쉽지가 않다.
싫어서가 아니라 그렇게 그렇게 여건이 안 되고
내게 걸맞는 갑작스런 시간대를
타인에게 요구할 주변머리가 없어서이기도 하다.

그렇게 점점 나는 사람들과 접촉이 줄어들고 있다.
주변 회사를 다니는 동료들도 가끔 그런 말을 하긴 했지만
나에게 필요한 대화는 아니겠거니 싶었다.

다행히 이번 주에는 두 후배(혹은 동생들?) 덕에 그들과 담소를 나누는
행복한 시간을 가졌다.
사람이 사람을 만나 허울없이 얘기를 나누는 것 만큼 즐거운 일이 있을까.
아웃사이더 같은 나에게 연락해주는 후배들에게 감사를.
(흠... 너무 왕따 같나.. 다시 쓸까나..)

2010/02/08 22:58 2010/02/08 22: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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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led under 단문모음/단상
1.
요즘 집으로 가는 버스 정류장 앞에서 한 아저씨가 붕어빵을 팔기 시작했다.
삼일 째 되던 날. 버스 정류장을 향해 가다가 끝내 붕어빵 포장마차 앞에 멈춰섰다.
날씨도 추운데 매번 아무도 사는 것 같지 않아 신경이 쓰이기도 했고
그 날 따라 붕어빵이 갑자기 땡기기도 했다.
"아저씨, 천원어치 주세요." 내 말이 끝나기도 전에 나를 뒤따라 들어온 두 커플이
똑같은 말을 반복했다. 첫 손님은 아니었겠지만 갑자기 세 그룹의 손님이 함께
들이닥치자 아저씨 얼굴에 화색이 돋았다. "허허, 갑자기 손님이 많아지니까.."
아저씨는 뒷말은 더 하지 않고 붕어빵 기계에 재료들을 급하게 넣었다.

2.
집으로 가는 버스 정류장 앞에서 다시 붕어빵 포장마차를 보았다.
저녁을 많이 먹은터라 그냥 지나려다가, 날도 추운데 붕어빵 팔아드리자 생각했다.
"천원어치 주세요." 나는 오천원짜리를 꺼냈고 아저씨는 붕어빵 기계를 뒤집느라
정신이 없었다. 잔돈을 내가 가져가겠노라고 말하고 돈통에서 천원짜리를 꺼냈다.
천원짜리 네 장을 집어들었을무렵 아저씨가 갑자기 "잠깐만"이라고 말하고는
붕어빵 뒤집는 갈고리로 내 손을 펼쳤다. 거기엔 만원짜리 한 장이 끼어 있었다.
나는 대수롭지않게 만원을 내려놓고 천원짜리로 바꾸려는데 갑자기 아저씨가
소리쳤다. "야, 너 뭐야? 이거 도둑놈아냐?"
붕어빵을 뒤집던 갈고리로 나를 쑤셔댔고 급기야 갈고리가 내 가방끈을 붙잡았다.
"이 새끼 사기꾼아냐? 너 내가 경찰에 신고할꺼야! 어? 꼼짝마 이 새끼야!"
생각도 못한 반응에 갑자기 심장이 내려앉는 듯 했다. 사기꾼이라니.. 내가?

3.
아저씨는 내가 도망이라도 가려고 했다는 듯이 갈고리를 든 손을 흔들어대며
길가에 지나가는 사람들이 다 들을 정도로 큰소리로 내게 호통을 쳐댔다.
머리 속이 하얗게 변하며 심장은 더욱 크게 쿵쾅거렸다.
자칫 잘못하다간 정말 경찰서에 끌려갈 판이었다. 그제서야 나는 정신이 버쩍 들었다.
"아저씨, 왜 이러세요?" "저 지난 번에도 여기서 붕어빵 사먹었잖아요, 기억 안나세요?"
"생각을 해보세요, 제가 만원짜리를 집어 들었으면 도망을 갔지 순순히 돈을 내려놓았겠어요?"
"아무려면 아저씨 붕어빵 장사하는데 제가 그 돈을 훔쳐가려고 했겠냐구요? 예?"
아무리 진정하고 말하려해도 평소와는 다르게 내 입에서 나오는 말은 심하게 떨리고 있었다.

4.
아저씨는 인상을 쓴 채로 나를 유심히 쳐다보고 있었다. 갈고리를 든 손이 풀렸다.
나는 재빨리 지폐를 돈통에 다 내려놓고 계속 떨리는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나는 정말 아니다, 믿어달라.. 뭐 그런 류의 이야기를 계속 떠들어댄 것 같다.
그렇게 시간이 조금 흘렀을까. 아저씨가 입을 열었다.
"나도 사람을 오해하고 싶지 않지만 상황이 그러다 보니 당신, 신뢰가 안가서."
"왜 오해할 행동을 하냔 말이지."
아저씨는 자신이 잘못 생각했을 거라고 마음을 정리한 듯 했다.
"됐으니까 변명은 그만하고 붕어빵 가지고 그만 가봐."
한참을 변명하던 나는 멈칫 서 있다가 붕어빵과 잔돈을 챙겨서 포장마차를 나섰다.

5.
집으로 가는 길. 조금 안정이 되자 이내 억울한 마음에 울컥 화가 났다.
오늘은 붕어빵을 먹고 싶지도 않았고 그저 아저씨의 지난 번 즐거워하는 모습이
눈에 선해서 도와주자는 마음으로 갔던 건데 나는 길바닥에서 그야말로 개망신을 당했다.
'나도 길길이 뛰며 화를 낼 걸 그랬나..
아저씨의 기를 팍 누르는 미운 말들을 더 쏟아내 줄 걸 그랬나..
그깟 만원 훔칠 생각도 없었다고 말해줄 걸 그랬나...'
갈고리로 멱살 잡히다 시피하며 큰소리로 망신을 주던 아저씨의 모습이 자꾸 아른거린다.
고개를 숙인 채 걷는 듯 마는 듯 너털 걸음으로 집을 향하다가 문득
내 손에 쥐어진 만원짜리를 발견하고 다급한 소리로 날 붙잡던 아저씨의 얼굴이 떠오른다.
돈통에는 많아야 3만원 정도가 있었다. 내가 들고 있던 돈은 만삼천원.
붕어빵 39개를 팔아야 하는 돈이다. 그 날 판 붕어빵의 대략 절반 정도의 돈인 셈.
하루 일당의 절반을 갖고 도망칠거란 생각에 아저씨도 갑자기 눈이 뒤집혔을 것 같다.

6.
나는 사회봉사나 구제에 관심이 많지만 때때로 노동자들의 거친 일상과 험한 입담이 싫다.
작은 일에도 버럭 화부터 내거나 고래고래 소리 지르고 술을 마시면 자신을 주체하지
못하는 부류의 이들과 함께 있으면 은근히 나는 불편해서 어쩔 줄을 모른다.
그러나 나는 안다. 지친 일상이 그렇게 사람을 만든다는 것을.
나도 회사에서 궁지에 몰리면 흥분하고 과로를 하면 짜증을 내고 일이 잘 풀리지 않을 때
사람들을 대하는 태도가 평소와 달라진다. 그런 일들이 지속적으로 사람을 괴롭히면
누구나 그렇게 또다른 누군가에게 화풀이를 하게 되어 있다. 
붕어빵 아저씨는 사실 내 속마음이 어떻든지 관심이 없겠지만,
어쩌면 만원을 잃지 않아서 다행이라고 생각하고 있을 지도 모르지만
나는 그 아저씨를 이해하고 그에 대한 마음 속 분노를 거두기로 했다.
누구나 궁지에 몰리면 누군가를 물게 되어 있다. 나는 개망신을 당했지만 오해가 풀렸고
아저씨는 만원을 잃지 않았으며 나는 도둑이 아니었던 거다. 그것으로 됐다.

7.
오늘 붕어빵 포장마차를 지나는데 다시 심장이 두근거린다.
용서하기로 마음 먹었지만 다시 어제 생각이 나니 억울한 마음이 조금 올라온다.
오늘은 붕어빵을 살까 말까.. 소심한 A형.. 별 걸 다 걱정하고 있네...
이런 저런 생각하고 천천히 포장마차로 다가가는데, 오늘은 장사를 안 한다.
왜지? 어제 일로 자학하시는 건가? 설마..
아니면 몸이 안 좋으신가. 이 길목에 장사가 잘 안 되나. 하긴 사람들이 잘 안 사먹더라..
뭐냐. 개망신 당한지 얼마나 됐다고 나는 벌써 아저씨 걱정을 하는거냐.
혼자 독백 아닌 독백을 중얼거리며 오늘도 너털 걸음으로 집을 향한다. (끝)

2010/01/26 20:17 2010/01/26 20: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