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처럼 글쓰기, 글처럼 살기'를 꿈꾸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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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미국의 유명한 시트콤 <프렌즈>의 전편을 다 보았다. 아는 사람들은 알겠지만 미국의 유명했던 시트콤에 지난 몇 년간 나도 참 많이 끌렸고 한 시즌 한 시즌 재미있게 본 기억이 아직도 많이 남는다. (물론, 프렌즈에 관한 한 아내의 '집착'을 빼 놓고 이야기할 순 없겠지만.^^)

나에겐 이 코믹한 드라마가 흥미와 즐거움 이상의 것이었다. 물론, 몸값이 오를 대로 오른 배우들에게서 풍기는 매력이라거나, 각 시즌마다 짜임새있게 쓰여진 시나리오의 구성, 재치있는 입담들을 빼 놓을 순 없겠지만. 하지만 무엇보다 이 드라마에 내가 깊이 매료되었던 건 내 개인적인 이유에서였던 것 같다. 그것은 그 시기가 한창 내가 '일'에 파뭍혀 있던 시기였기 때문이었던 듯 하다.

나이가 20대 중반을 넘어서면서 그냥 '친구'라고 부를 수 있는 이들이 주변에서 점점 찾아보기 힘들게 되었다. 나는 항상 학교, 교회, 선교단체와 같은 어떤 조직의 일원이었기 때문에, 그리고 일을 꽤 잘 하는 사람의 범주에 속했기 때문에 주변에는 항상 사람들로 가득했지만 어느 시점에선가 나는 사적으로 받는 전화가 거의 없는 외톨이가 되어가고 있음을 깨닫게 되었다.

연락처가 쓰여진 플래너를 펼친 어느 날을 잊을 수 없다. 내게 소중한 우정을 가진 이들이 누구인지 곰곰히 생각해 보다가 무심코 펼쳐든 플래너에서 나는 도대체 누구와 친밀한 관계를 가지고 있는지, 혹은 누구에게 소중한 사람이 되어주고 있는지 사실 나조차도 명확하게 이해하고 있지 못하고 있음을 깨달았다. 세상에 내던져진 이후로 나는 세상이 나를 이끄는 대로, 그렇게 살아가고 그렇게 만난 사람들을 스쳐가듯 대면하고 있었던 것이다. 때로는 중요했던 사람들도 시간이 지나면 잊혀지기 마련이고 때로는 전혀 몰랐던 사람들도 갑자기 친해지곤 했다.

어느날 <프렌즈>를 보면서 카페에서 편안하게 매일같이 만나서 아무 이유없이도 서로 친밀한 대화를 나누는 그들의 모습을 본 순간, 나는 더 이상 세상에 내 몸을 맡기고 내 인간관계를 맡길 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드라마 속 그들에게 있어서도 우정이 지속되는 것을 방해하는 여러가지 요소들이 그들의 환경을 변화시킨다. 이사를 하거나 직장을 먼 곳으로 옮긴다거나 친구들 간의 삼각관계.. 하지만 그들은 우정을 회복하기 위해 노력하며 자신이 손해를 보더라도 친구들의 요구에 자신의 소중한 것들을 희생하는데에 주저하지 않는다. 결국 우정을 키워가는 데에도 많은 노력과 희생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이 드라마는 효과적으로 드러내고 있는 셈이다. (실제로 그들은 시트콤의 출연으로 맺어졌지만 스튜디오를 나와서도 서로 간의 돈독한 우정을 과시하기도 했다.)

나이가 들수록 얼굴에 책임을 져야 한다는 건, 시간이 지나면 선천적으로 가진 장점들과는 별개로 자신이 노력해서 가꿔가야 할 부분이 점점더 커진다는 걸 의미한다. 우리의 인간관계, 우정으로 맺어진 친구들도 마찬가지라는 사실은 나는 너무 힘들게, 먼 길 돌아가듯 깨달은 사람 가운데 하나다. 그래서 더더욱 가까운 사람들이 소중하며 나에게 주는 의미도 그만큼 크다.

나란 사람은 원래 혼자 있길 즐기고 외로움을 많이 타지 않는다. 하지만, 누구도 친구 없이 세상을 살아갈 수 있는 인간은 없다는 것이 진리라는 사실을 안다. 우정없이 삶을 영위할 수 없다는 사실을 안다. 그만큼 나에게 당신은 소중하다. 아니, '당신'이 아닌 '우리'는 소중하다.

2008/12/27 19:29 2008/12/27 19: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