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처럼 글쓰기, 글처럼 살기'를 꿈꾸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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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 그냥 독백일 뿐이다.

1.
그저 뭔가에 몰두했다. 그게 독서일수도 있겠고 보고서일 수도 있겠다. 하다못해 영화 몇 편을 잠들 때까지 보기도 했다. 마음이 조금 가라 앉으면 잠시 세월호 관련 기사들과 페북의 글들을 한꺼번에 읽고 금방 나와버렸다.

2.
페북에서 실종된 아이들을 자기 자녀들에게 투사하여 글을 쓰는 이들을 보면서도 만감이 교차했다. 그래도 당신들 자녀들은 살아 있잖아. 그건 상상일 뿐이잖아. 내가 실종된 아이들의 부모라면 나는 그런 마음이 들었을 것 같아서 불편했다. 그러면서도 내 아이가 "아빠 갔다올게"하고 나가서 돌아오지 않았을 거란 상상을 하며 슬퍼했다.

3.
말하는 걸 좋아하고 글쓰는 걸 좋아하지만 일주일째 페북을 들어가면 '얼음'이 되어버린다. 솔직히 감정의 과잉이 불편한 내 소심한 성향도 없지 않다. 하지만 그것과 비교할 수 없는 슬픔의 기운, 고통의 기운 속에서 헤어나올 수가 없었다. 그 곳에서 너무도 유려하게 표현력을 발휘하는 많은 이들이 공감되지 않는 상태. 내 사적 감정의 투사로 인해 서로 다른 슬픔의 표현에 대해 어떤 판단이나 비판을 해댈 수 있겠다 싶었다. 그저 발을 뺄 뿐.

4.
며칠이 지나고 일상적인 글을 담벼락에 올리는 페친들은 비난의 대상이 됐다. 너무나 행복해보이는 사진, 맛있는 음식, 자기 아이가 예쁘다며 올리는 사진들을 상당수의 페친들이 불편해했고 뒷담화가 한창이었다. 나는 공감했다. 하지만 나도 일상을 살고 있다. 지인들을 만나서 농담을 하기도 하고 출근해서 아무 일 없었다는 듯 업무에 몰두했다. 퇴근해서는 아이와 놀아주고 음식을 만들어서 가족과 함께 먹었다.

5.
이 모든 일상들이 실시간으로 공개된다면 아마 내 주변에서도 나에 대한 뒷담화를 했을 것이다. 보이는 곳에서 하냐, 숨어서 하냐, 혹은 내가 그것을 공개하냐의 정도에 따라 이 슬픈 현실에서 나의 인간됨은 다르게 평가된다. 나는 이게 유교적인 사고라고 생각한다. 조문객들이 구슬프게 울며 절을 하다가 일어나서는 금새 표정이 바뀌는. SNS에서만 과잉 슬픔의 표현이 난무하고 내 주변은 그렇지 않은 불균형.

6.
내 감정을 직면할 수 없는 시간 속에 살고 있다. 누구라도 툭 건드리거나 앉아서 세월호 뉴스를 계속 보고 있다간 금새 허물어질 것만 같은 감정을 억눌렀다. 게다가 나는 그것이 값싼 눈물임을 알고 있다. 내 고통이 아닌 타인의 고통을 나의 고통으로 여기면서도 타자 속에 머물지 못하는 내 이기심을 돌아보며 나는 오히려 건조하게 이 시간을 보내야 한다고 생각했다.

7.
실종자들의 사망 소식이 전해진다. 내 감정 내 입장, 내 안에 일어나고 있는 슬픔이나 무기력감은 사실 중요하지 않다. 그건 그저 투사일 뿐, 내 슬픔, 내 고통이 아니라 타인의 고통이고 타인의 현실인데 그것을 내가 느낀다는 사실에 멈춰서게 될 수 있으므로.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기도 뿐이었다.

8.
따지고 보면 독립 언론들이 있었기에 우리는 많은 것들을 알게 됐고, 현실을 직시하게 됐고 더 많은 고민들을 하게 됐다. 매체를 후원하고 지지하는 것, 참 중요하단 생각 다시금 하게됐다. 여전히 나는 희생자들의 부모와 지인들에게 중요한 것은 그들의 슬픔을 마치 내가 잘 알고 있는 것처럼 말하는 게 아니라 그들 주변에서 버팀목이 되어 주는 것이라는 생각을 한다. 정서적으로 지지해주고 주변에 있으면 그 곁에서 편이 되어 주는 것이란 생각.

9.
머리 속에서는 많은 생각들이 오고 가지만 사실 나는 무력감에 시달리고 있다. 아무 것도 할 수 없고 아무 것도 하기 싫은. 그래서 일에 매달리거나 일상에 몰입하려했다. 그것이 바람직한지 그렇지 않은지를 따져볼 여유는 없다. 그저 이 시간이 빨리 지나가길 바라고 있다. 하지만 잊지는 않아야 한다. 특히, 사건의 디테일들은 묻어두고 마치 아무 일도 없었던 듯 살아서는 안 된다. 하나하나 따져보고 내가 해야 할 일들을 곱씹어볼 것이다. 그저 지금은 내가 그 상태가 아닐 뿐이다.


 

2014/04/24 23:49 2014/04/24 23:4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