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처럼 글쓰기, 글처럼 살기'를 꿈꾸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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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led under 단문모음/육아일기
올해들어 성하가 어린이집을 옮겼다.
원래 다니던 집은 가정집이었는데 원장선생님이
좋았고 성하도 좋은 시간을 보냈다.
5살반이 없는 관계로 성하는 어린이집을 옮겼는데
가끔 이전 어린이집 친구들 이름을 떠올리며
그 애들을 추억한다.

성하 입장에서는 첫 이별 경험이랄까.
얼마 전 동네에서 예전 어린이집 친구를 만났는데
정작 만나서는 서먹해하다가 돌아왔다.
... 사실 그 친구들은 특정 장소, 특정 시간에
함께 있는 어떤 익숙한 '경험'의 향수인 셈이다.

해질녘 붉게 물드는 노을을 바라보면서 왠지 모를
따뜻함에 눈시울마저 붉어지는 경험을 누구나 한다.
그 짧은 시간의 온기와 색감에 젖어 떠오르는
추억들은 그 자체만으로도 참 소중하게 느껴진다.

불행히도 나는 유년기 시절의 어떤 추억거리가
남아있지 않다. 그저 어떤 친구들과 어떤 동네,
어떤 명확하지 않은 이미지에 기대어 추억할 뿐.

성하와 앉아서 옛날 어린이집 친구들의 이름을
물어보고 스마트폰에 받아적었다.
어린이집에서 찍은 사진을 찾아서
성하의 첫 공동체 친구들의 이름을 같이 적은 후
육아일기 한 페이지에 넣어둘 생각이다.

성하에게 간간이 보여주며
나의 추억에는 없는, 선명한 이미지를 남겨주고 싶다.
나도 안다. 이런 것들이 성하에게 의미가 있다기 보단
나의 어떤 결핍에 대한 보상심리가 깔려있다는 걸.
그래도, 성하가 나이가 들어 너다섯 살을 추억할 때
친구들의 이름과 얼굴이 떠오르면 나도 기쁠 것 같다...
2013/05/15 00:16 2013/05/15 00: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