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처럼 글쓰기, 글처럼 살기'를 꿈꾸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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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규찬이 책을 냈다.
난 항상 그의 가사들을 보면서 그의 글재주를 부러워하곤 했다.

그는 자신이 진행하던 라디오 프로에서 짧은 글을 써서 낭독하곤 했는데 어느날 그 글들을 그냥 잊어버리기에는 아쉬운 마음이 들어 담당 PD에게 부탁하여 받은 원고를 다듬어서 출판한 것으로 알고 있다. (그의 지난번 소극장 공연 때 들은 얘기다. 책을 낸다는 말도 그때 들었다.)

그림도 함께 그렸고 나레이션 음반도 덧붙였다. 그의 감성적이면서도 때론 날카로운.. 그리고 대부분이 몽환적이기도한 글들을 책으로 접할 수 있게 되어 반가운 마음이다. 책과 함께 소극장 공연도 다시 한다고 하니 언제 한 번 가볼까 싶다.

아래는 출판사에서 제공한 10문 10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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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에서 온 편지』에 대한 조규찬의 10문 10답

1. 음악만 하다가 갑자기 덜컥 책을 냈다. 생뚱맞고 낯설다. 무슨 일인가?
책을 받아보는 입장에서는 갑작스러울 수도 있을 것 같다. 예전에 진행하던 라디오 프로그램에서 짧은 글을 써서 낭독하는 <달에서 온 편지> 라는 코너가 있었다. 한 주에 한 편을 썼고, 그러다 보니 적지 않은 글이 모였다. 노래, 그림, 글은 모두 그 사람의 생각과 마음을 담는 그릇이다. 단지 모양만 다를 뿐이다. 그러므로 음악을 통해 그런 일을 해온 나에게는 전혀 갑작스러운 일이 아니다. 적어도 급조된 기획은 이 책 어디에도 없다.

2. 책을 보면 가족애 같은 느낌과 낯선 풍경 같은 것이 느껴진다. 책을 관통하는 메시지랄까, 의도가 있다면?
그리움이다. 사라져버린, 사라져가는 것들을 향한 사랑이다.

3. 음악과 책은 어떤 관계에 놓여 있는가?
레드 제플린의 <노 쿼터>를 들으면 『해변의 카프카』의 스산한 바람과 낮게 드리워진 짙푸른 구름이 느껴진다. 『해변의 카프카』를 읽으면 레드 제플린의 <노 쿼터>가 흐른다.

4. 당신에게 음악은 어떤 의미를 갖는가?
음악 외적인 일들을 부단히 요구하는, 하고 싶어 해온 일.

5. 당신에게 글을 쓴다는 행위란?
나 자신도 잊게 될 나를 기록하는 일.

6. ‘조규찬’하면 떠오르는 이미지가 있다. 감미롭고 때로는 완벽한···, 하지만 좀 가깝게 다가갈 수는 없는 사람 같다. 실제로 그런가?
세상을 사랑하고 조심스럽게 대하는 마음이 사람들에게는 거리감으로 전해지는 듯하다.

7. 미술을 하다 음악으로 전향했다. 책에도 그림을 그렸다. 그림이란 당신에게 무엇인가?
나는 못생겼다. 그리고 음악을 처음 시작할 무렵까지 나는 가난했다. 가난하고 못생긴 나에게 미술과 음악은 그 현실의 칼날을 막아주고 잊게 해줬다. 적어도 붓을 놀리고 기타를 퉁기는 동안만큼은 나는 아름다운 사람이었다.

8. ‘나, 조규찬’이라는 챕터가 있다. 한 마디로 조규찬을 스스로 요약한다면?
만약 그럴 수 있다면 나는 더할 나위 없이 행복할 것이다.

9. 전체적으로 음악만 빼고 당신의 전부를 압축한 것 같다. 이 책이 가지는 의미는?
나의 아들이 나를 이해하고 기억하게 하는 ‘아빠 설명서’ 가 되어 줄 거라는 희망.

10. 앞으로의 계획과 하고 싶은 음악은? 또 쓰고 싶은 글은?
‘내가’ 하고 싶은 음악을 하고 싶다. 이 단순해 보이는 일이 현실에서는 결코 쉽지 않다. 그리운 것들, 그리워하게 될 것들을 기록하고 싶다.
2009/07/18 20:48 2009/07/18 20: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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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년만에 조규찬 공연을 갔다.
아내가 회사일로 바쁜 중에 육아를 돕느라 수고한다고 하루 휴가를 준 셈.^^ 함께 육아로 뺑이치고 있는 상국이 형에게 연락하여 함께 토요일 저녁 대학로로 휴가를 떠났다. 상국이형과는 95년도에 처음 조규찬공연을 대학로 소극장에서 같이 본 적이 있다. 그 때는 리더-멤버의 관계라 지금처럼 친하지는 않았고 14년 동안 이렇게 관계를 유지하리라 생각도 못했었다. 생각해보면 형과의 관계는 정말 흥미롭다.

95년 전에 무얼 먹을지 몰라 대학로 골목을 2-3번이나 왔다갔다 하다가 결국에는 분식집에서 밥을 먹었던 기억이 아련하다. 그 때 무슨 얘길 했던 것 같은데 이젠 기억이 잘 안나네. 아무튼. 2집 공연을 시작으로 3집 공연, 박학기 듀엣 공연 등 몇 차례가 우리는 같이 공연을 보았고 4년 전에는 결혼한 아내들과도 조규찬을 들었다.

어찌보면 조규찬은 좋아하는 가수이기도 했지만 나의 청년 시절의 발자욱 구석구석에 흔적이 남아 있는 추억거리다. 그도 결혼을 했고 아이가 생겼고 이제는 마흔이 가까워온다. 공연은 그의 음악 인생을 편한하게 풀어낸 것 같았다. 그가 좋아했던 영화들, 음악들이 같은 세대인 나에게도 그러했다. 그는 공연 중간에 간간이 자신이 쓴 글을 읽어주곤 했는데 그의 나이가 느껴지는 대목들이 많이 있었다.

'고려장'
그는 지금 음악인으로서 자신의 위치를 고려장에 비유했다. 아직 건강한 아버지를 등에 지고 산으로 데려가는 힘쎈 아들로 인해 급하게 자신의 자리를 다음 세대로 넘겨주고 사라져야 하는. 벌써 스테이지에서 내려와 심사위원으로 교수로 강의나 하도록 밀어내고 있는 주변의 분위기를 이야기하는 그를 보면서 우리의 중년은 우리 아버지 세대보다 더 빨리 세상에서 떠밀려 나가는 느낌이 든다는 생각을 했다. 엔지니어인 나도 그런 생각을 하는데 10대부터 뜨고 20대 후반이면 퇴물취급받는 연예계에서 가수라는 직업의 그가 느끼는 '밀려남'의 강도는 더욱 가파를 것이다.

따뜻했던 그의 공연을 뒤로 하고 돌아오는 발걸음은 무겁고 또한 차분했다. 한 걸음 한 걸음 내 발은 마치 내 생각을 읽고 있다는 듯이 나를 움직였다. 내 몸의 변화만큼이나 내 머리와 감성들도 변해가는 걸까. 아니면 똑같이 느끼는 나를 세상이 먼저 다르게 바라보는 걸까. 그 순서가 어찌됐건 그게 중요한 것은 아니다. 시간은 흘렀고 나는 더 이상 내가 아니다. 아니, 아니어야 한다. 혹은 아니어야 하는 것 같다.
2009/03/08 20:34 2009/03/08 20:3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