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처럼 글쓰기, 글처럼 살기'를 꿈꾸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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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사랑의교회 건축 문제로 옥성호 집사님이 쓴 글을 보면서 대선 이후로도 잘 버텨냈던 멘붕이 왔습니다. 한국에서 기독교인이라는 게... 참 부끄러울 때가 많습디다. 매번 나라도 사과하고 교회 일은 내 일처럼 용서를 구하자, 그런 생각을 하며 글을 쓰고 블로그를 하고 SNS를 했습니다.

그런 저이지만, 다른 분들은 어찌 생각하실지 몰라도 저는 고 옥한흠 목사님에 대해서는 한번도 부끄러워한 적이 없습니다. 한국땅에서 태어나 기독교인이 된 후로, 이 개신교 바닥 깊숙이 들어와서 실망하게된 분들도 많았지만 (이만열 교수님과 더불어) 옥한흠 목사님은 제가 여전히 존경하는 분입니다. 사실 그분의 지병은 목회를 통해 얻었다고 추정할 만큼 옥 목사님은 사랑의교회 교인들을 생각하며 자신을 괴롭혔고 급기야 암이라는 병을 얻어 돌아가셨습니다. 개인적으로 저는 노무현 대통령보다 옥한흠 목사님이 더 그립습니다.

그 후임으로 오신 목사님이 지금의 사랑의교회를 멋지게 리모델링하시는 분입니다. 그 분이 건축을 추진하면서 행했던 일들에 대해 저는 2년전부터 대략 알고 있었습니다. 사적인 자리에서 떨리는 목소리로 분노했던 시간이 있었습니다. 헌데 그 분은 워낙 대단하신 분이라 제가 몸담고 있는 복음주의라는 범주의 많은 분들에게 영향력을 행사하는 지도자입니다.

그분이 발행하는 한 기독교 잡지는 정말 탁월합니다. 그 분의 추천사가 들어간 출판사는 제가 신앙생활을 본격적으로 시작하면서 참 많은 도움을 받은 곳입니다. 그 분의 이름은 제 종교생활 영역 안에서 무소부재합니다. 그래서 저는 그냥 외면하고 지냈습니다. 워낙 꼭대기에 계신 분이라 실제로 마주칠 일도 없고 이름만 무소부재할 뿐 제가 속한 복음주의 단체나 교회 안에서는 사실 보기가 쉽지 않기 때문에 일상적으로 불편하지는 않았습니다.

그렇게 2년을 버티다가 오늘 옥 목사님의 아들인 옥성호 집사님이 쓴 공개글을 읽고 말았습니다. 2년전에 들은 내용과 일치하였지요. 처음 그 얘기를 듣고 집으로 돌아가 뒤척이다가 끝내 밤새도록 눈물을 흘렸던 기억이 났습니다. 지금은 눈물은 안 나지만 손가락은 심하게 떨리는군요. 참, 사람으로 태어나 할 일이 있고 하지 말아야 할 일이 있는데... 그런 생각만 계속 드네요.

어쩌면 제가 그 일을 잊은 건, 혹은 없던 일처럼 보내려고 했던 건 그 분의 이름이 들어간 매체, 기독교 단체들이 많고 그 안에 있는 분들과의 친분을 유지하고 싶어서였습니다. 간간이 문제제기를 하더라도 농담처럼 던지곤 했지요. 그래야 했고, 그러고 싶었습니다.

옥한흠 목사님이 돌아가시고 옥성호 집사님이 아버지에 대한 책을 냈을 때, 저도 글을 쓰려고 마음을 먹고 그 책의 상당 부분을 타이핑해두었습니다. 그걸 다듬어서 글을 쓸 생각이었지요. 하지만 사랑의교회 건축 문제가 불거지면서 글 쓰려던 마음을 접었습니다. 앞서 설명한 이유 때문이었습니다. 오랜만에 제가 타이핑한 옥한흠 목사님의 행적들을 읽으며 저는 또한번 마음이 괴롭습니다.

글을 쓰는 와중에 페친분과 댓글을 주고 받다가 "오정현 목사 같은 이가 지도자되는 복음주의가 기독교입니까"라는 질문을 던지게 되었습니다. 오늘 저에게 던진 말이기도 했습니다. 저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고로. 오늘부로 저는 오정현 목사의 영향력 아래있는 어떤 기독교 집단과도 거리를 두려고 합니다. 그것이 한국 복음주의를 아우른다면 저는 한국 복음주의를 버릴 것입니다.

한국 복음주의권은 저같은 사람이 버린다고 사라질 교파가 아닙니다. 게다가 훌륭한 신앙인들이 참 많이 속해있습니다. 하지만 그런 분들이 너무도 자연스럽게, 그리고 당연하게 해서는 안 될 일을 하는 지도자를 그 모습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을 저는 더는 못 보겠습니다. 죄송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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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1/23 22:08 2013/01/23 22: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