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처럼 글쓰기, 글처럼 살기'를 꿈꾸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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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정하는 페친 김진형 간사님의 글 덕분에 머뭇거리다가 조금 써본다. 도서정가제에 대해 원론적으로 찬성한다. 단지 알라딘의 입지를 고려해볼 때 한기호님처럼 주범이자 응징의 대상으로 알라딘을 지목한 부분에 대해 좀 과하다고 판단한다.

 

알라딘을 제외하면 교보나 반디앤루니스는 오프서점을 보유하고 있는 온-오프 2종서점이다. 예스24는 현재 온라인 점유율이 1위이고. 이와 달리, 알라딘은 여러가지 재밌는 시도들을 많이 하지만 (그리고 그것이 '대중에게 책읽는 법을 알려주려는' 의도가 있음에 호감을 표하지만) 정작 대중이 알라딘을 선택하는 이유는 여러 조합으로 낮아지는 도서의 가격 때문이다.
 
이벤트와 구간에 대한 할인, 쿠폰, 증정품, 등등으로 물리적으로 고객이 이익을 얻는다고 느끼기 때문에 알라딘에서 책을 산다. 그러고나서 고객은 마치 가격과 상관없이 '알라딘이 개념있는 온라인 서점'이라서 좋아한다고 종종 말한다.(나도 그중 하나다) 만일 알라딘에서 오프라인 서점과 동일한 가격으로 책을 판다면 당연히 오프매장을 보유한 곳, 물량이 많은 곳, 규모가 큰 곳(혹은 많은 분들이 기대하듯 동네 서점)으로 향하게 될 것이다.

 

도서정가제의 흐름은 사실 출판사-온라인서점 간의 권력의 변화에 기인하기도 한다. 애플은 아이튠즈로 음반사보다 더 큰 힘을 얻게 되었고 아마존은 개별 출판사보다 더 큰 힘을 행사함과 더불어 이제는 직접 전자책을 출판하는 출판-유통업체로 거듭나려하고 있다. 아마존의 방향을 거의 그대로 따라가는 알라딘의 경우도 이런 흐름을 탈 것이고 이는 결국 출판사들의 파이를 가져가게 되는 결과를 낳는다.
 
출판사들은 그간 울며 겨자먹기식으로 할인과 광고를 위한 비용을 부담하며 불편한 상생을 해왔는데 지켜보다 보니까 이제 좀있으면 자신들의 밥그릇까지 가져갈 참이다. 게다가 고도로 단련된 '심미안'들인 우리를 배제한 채 어디서 '장사치' 같은 것들이 책을 시장경제의 상품처럼 취급하고 있냐는 대외적인 명분도 있다.
 
하지만 내가 알기로 출판사들도 10%할인에 맞춰서 가격들을 책정하고 있는 편이다. 오프라인 서점에서도 허접 쓰레기 같은 책들을 10% 이상의 할인율로 별도 부스를 만들어 팔아왔다. 출판사 이벤트로 반값 할인 부스들이 쏠쏠히 보였다. 알라딘이 악마라서가 아니라 그간 그런 관행들이 있어왔던 셈이다. (하지만 관행을 깨면 가장 불리한 곳은 알라딘이 될 것이다.)
 
내가 하고픈 말은 알라딘은 자신의 스탠스에서 할 이야기를 하고 있을 뿐 순수하고 알흠다운 도서정가제를 반대하는 악마 수준은 아니라는 거다. 시장에서 위태로워지는 자리에서 경쟁사에 비해 불리한 방향에 대해, 아무 문제제기 없이 순수하고 깨끗하게 주저 앉기를 기대하는건가. 게다가 난 그정도로 도서정가제를 둘러싼 업계의 방향이 순수하지만은 않다고 본다.
 
물론 정말 도서정가제 반대가 고객도 좋고 출판사도 좋다면 모르겠지만 출판사들이 쌍수들고 환영하는 분위기는, 그간의 곪아왔던 출판시장의 문제가 터진 것이다. 알라딘 같은 서적 유통업계는 반대를 주장하고 무턱대고 고객 서명을 받기보다 출판사들의 고충과 어려움에 귀기울이는 모습을 먼저 보였어야 옳다.

 

나야 순수 고객 입장에서는 양질의 책을 보다 저렴하게 공급받는 게 좋다. 개인적으로는 뽀대나는 하드커버가 아니더라도 문고판의 저렴한 편집이 좋다. 그렇다고 해서 가격 경쟁으로 인해 허접한 책들이 저렴하게 유통되는 미래를 맞고 싶지도 않다. 도서정가제 논란은 이 두 지점의 양 극단 중 한쪽으로만 가야함을 전제한다.

 

 

[알라딘] 도서정가제법 강화에 반대합니다
http://www.aladin.co.kr/campaign.aspx?pn=130116_book

 

 [SisaIN] 절박한 질문 '책은 상품인가?'
http://www.sisainlive.com/news/articleView.html?idxno=14953

 

 [한기호] 출판유통질서 파괴의 주범 알라딘을 즉각 응징하자
 http://blog.naver.com/khhan21/110157031726

2013/01/21 22:06 2013/01/21 22: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