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처럼 글쓰기, 글처럼 살기'를 꿈꾸며
강준만 교수는 이 책의 서문에서 "개혁과 진보를 외치는 것 같은 몇몇 열혈 네티즌은 [강남좌파]가 '박근혜 대통령 만들기'를 위한 책이라고 비난하는 수고를 해 주셨다. 인물과사상에 실린 '박원순 현상의 명과 암'이라는 글에 대해서도 그런 수고를 아끼지 않은 네티즌이 많았다... 이 사건은 한국 정치가 갈수록 종교화돼 간다는 내 생각을 재확인하게 만들었다"라고 말한다.
결국 이 책은 대중으로 하여금 진보 진영에 대한 비판적 지지, 내지는 냉정하고도 자성적인 판단을 촉구하려는 목적성을 가지고서 멘토로 치부할 만한 몇몇 진보적 인물들을 해부하려는 의도가 엿보인다. 그런 이유로 아마 이 책을 읽고 또 상당수의 사람들은 강교수의 '변절'에 실망감을 갖지 않을까 염려스럽다.
강준만 교수는 자신이 처음부터 진영에 상관없이 그들의 명암을 드러내는 일을 자처해왔고 그로 인해 비판도 많이 받아왔다고 고백하지만, 내 생각에 그의 억울한 마음의 초점이 약간은 빗나가지 않았나 싶다. 사실 박원순 시장의 당선에는 나꼼수의 영향력이 있었듯, 김대중, 노무현 대통령의 당선의 일등공신은 강준만과 그의 [인물과사상]이지 않았던가.
강준만 교수는, 현재로서는 그런 평가로부터 벗어나길 바라겠지만, 한국 사회에서 타부시 되어온 실명 비판과 양비론 비판의 효시라 할 만 하다. 특히 그는 정치에 관한 한 '도토리 키재기'가 필요하고 조금이라도 나은 놈을 골라 그를 지지하는 꼼꼼한 수고가 필요하다고 역설해왔다. 그 과정에서 그는 진보진영에 강한 자신의 스탠스를 유지해왔다. 그가 한국논단이나 김대중, 조갑제 같은 언론과 언론인의 진상 짓거리들을 촘촘하게 비판한 것이 계기가 되어 진보진영 논객들이 함께 참여한 '안티조선 운동'으로까지 확대되기도 했다.
물론 지금의 강준만 교수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그 이후'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노무현 정권 하에서 강 교수는 진보정치에 실망하고 특히 민주당에서 열우당 창당 시기에 논쟁을 하다가 정치 이슈에 대해 절필을 선언한다. 문제는 그 지점에서 그는 언로를 스스로 닫았고 그 후로 심경의 변화 내지는 - 스스로가 생각하기에 - 지평의 확장이 일어났겠지만, 그 부분이 사실상 크게 대중이나 논객들에게 각인되지는 못한 느낌이다.
결국 이후로 나오는 [인물과사상] 기고글들이나 [강남좌파], 이번에 출간된 [멘토의 시대]에서 취하는 그의 정치적 스탠스는 그를 잘 알고 있다고 생각하는 독자들이 느끼기에 왠지 낯설고 불편한 것이 되고 있다. 강 교수는 또다시 네티즌들이 그런 불편함을 표하는 것이 불편한 악순환을 돈다.
책을 통해 간접적으로 만나긴 했지만, 개인적으로 멘토라고 생각하는 '강준만'의 변화에 나도 적응하지 못해 작년 초인가..한동안 그의 기고글이나 관련 기사들을 매의 눈으로 열심히 찾아서 읽어대던 기억이 난다. 그의 궤적을 훑어간 지금은 그를 이해한다. 여전히 동의되지 않는 부분들도 있지만 대체로 그의 지적에 공감하는 편이다. 그래서 이번 책도 나는 귀하다고 생각한다. 그가 '진영 구획'을 여전히 좋아할 지는 모르겠으나 진보 진영에서 여전히 그는 귀한 존재다...라고 나는 생각한다.^^
덧글)
강준만 교수의 책을 보면서 든 생각2. 우리나라 중도진보는 노빠를 중심으로 분열된 것 같다. 문제는 노무현 전대통령 사후에 정서적으로는 국민 모두가 노빠가 되어 그 정치적 입장조차 비판할 수 없게 된 점. 둘째는 노무현을 아끼는 정서가 노무현의 세력에게는 그대로 전달되지 않는다는 점.
전자는 정치사적으로 어려운 부분이고 후자는 당장 대선에서 어려운 부분이다. 후자는 통진당 사태로 대선직전까지 장기적인 카오스 상태가 지속될 듯 하지만 전자라도 어서 빨리 노대통령을 끼고서도 합리적인 논쟁이 가능한 지점을 찾아야 하는 게 아닌가 하는 무학의, 아니 독학의 진단을 해본다.
"소장하고 있으면 절대 안 되는 책"
한국 현대사 산책 1980년대편/ 강준만 (인물과 사상사)
/ 김용주
강준만 교수가 쓴 1970년대편은 1권을 읽고 2권을 아직 읽지 못하고 있다. 내가 힘들어 하는 것은 그 시절의 고문에 대한 내용 때문이었다. 너무나 생생한 기록들이 정리되어 있었기 때문에 그 내용을 읽는다는 것은 불편함을 넘어 고통스럽기까지 했다.
이번에 나온 1980년대편도 4권 모두 구입했다. 또 다시 읽는 것이 그리 쉽지 않았다. 하지만 70년대와 80년대의 차이는 내가 당시를 인지하는냐 그렇지 않느냐의 문제이기도 했다. 결국 나는 책을 거의 다 읽어가고 있다. 광주항쟁과 올림픽으로 대표되는 80년대 이야기는 나에게 심한 현기증을 가져다 줄 만큼 적나라했다.
대학교 근처의 데모, 최루탄, "빨갱이"라는 말, 땡전뉴스, 삼청교육대, "광주 폭도 진압", 지역감정..
지나간 과거의 섬뜩함을 돌이켜보면 심한 현기증이 느껴지지만 난 그다지 유별나지 않은 80년대를 살았다. 어린 나이에 경상도에 살면서 겪은 80년대는 우리나라에 빨갱이가 있다더라, 학생들이 과격한 시위를 한다더라, 전라도 사람들이 유별나다더라, 경상도와 전라도 사이의 지역감정이 나쁘다더라, 김대중씨는 대통령병에 걸린 사람이라더라, 그 사람이 대통령이 되면 남한이 빨갱이 나라가 된다더라 라는 정도의 이야기들이었다. 때론, 대부분의 말들이 정부가 유포한 잘못된 이야기라는 말이 있었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마치 스포츠신문을 대하듯, 사실 그런 면이 있으니까 그런 소문이 떠도는 것 아니겠냐고 이야기하면서 어느 정도는 긍정을 하는 느낌을 자주 받기도 했다.
활자화 되면 대부분의 이야기를 어느 정도 믿어버리는 순진한 서민들과 적극적으로 사실의 왜곡에 가담한 극우 집단이 일궈낸 80년대는 조금만 파헤쳐도 너무나 아프고 고통스러운 과거임에 분명하다. <조선일보>를 비롯한 대다수의 언론이 만들어낸 전두환 장군의 노고로 인해 한국사회는 절름발이로 여전히 남아있는 셈이다.
이런 사실들을 기록으로 남길 생각으로 많은 자료와 시간을 들여 본서를 출간한 강준만 교수에게 다시 한 번 감사를 드린다. 책을 읽는 와중에 그런 생각이 들었다. 이 책들은 소장하고 있으면 절대 안 되는 책이라고. 읽고 나면 주위 사람들이 읽을 수 있도록, 되도록 자세히 기억할 수 있도록 줘버려야 하는 책이라고. 몇 권이라도 더 사서 이웃에게 읽혀야 하는 책이라고. 그래서 모든 사람들이 돌려 보고 다시 한 번 생각해 봐야 할 그런 책이라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