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처럼 글쓰기, 글처럼 살기'를 꿈꾸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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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하와 있을 때의 행복감 그 뒷면에는
아버지로부터 받지 못한 touch가 있음을
나는 자주 깨닫는다.
성하를 간지럽히고 안아주고 만져주고
쓰다듬어주고 폭풍뽀뽀 작렬할 때
성하의 입장에서 느낄 감정을 관찰하고
추정하며 나름 즐거워하는 것이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아버지가 나를 아끼지 않은 건 아니다.
하지만 아버지는 항상 내가 잘 때나 퇴근했고
아버지가 '우리 애들'이라고 말하면
누나와 내가 아닌 회사 직원들을 지칭했고
대체로 술취해서 들어오셨고
상당 기간 집에 와서는 어머니와 싸웠으며
내 친구의 이름이나 내가 좋아하는 일체를
알지 못했다.


가끔 나는 아내에게 성하가 되고 싶다는 말을 한다.
물론 그 때는 아내가 성하를 대하는 모습이
남편인 나를 대할 때보다 더 부드럽고
애정가득하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실제로 아빠와 엄마 사이에서 잠들고
밥먹고 같이 놀던 경험을 한번도 해보지 못한
나의 내면의 그림자가 드리워지기 때문이기도 하다.


아이에게 좋은 교훈이나 법칙, 지식보다는
좋은 유년시절의 정서를 주고 싶은
아내와 나의 바람.
한편으로 그 씁쓸한 바람은
내가 성하에게 해주면서도 유체이탈하여
그것을 누리고 있는 '셀프 쓰다듬'에 다름 아니다.^^


단 한번도 아버지는 내가 울때 꼭 안아준 적이 없다.
나는 오늘 아침에도 성하가 울어서 꼭 안아줬다.
진정...주면서 치유되는 '셀프 쓰다듬'이다.

2011/12/15 21:34 2011/12/15 21:3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