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처럼 글쓰기, 글처럼 살기'를 꿈꾸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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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하와 잘때 나는 자주
잠들 때까지 머리를 쓰다듬어주면서 사랑한다고 말한다.
아마도 1, 2년 사이에 성하는 혼자 자게 될 것 같다.
4살의 아이와 5살의 아이는 다르다.

말하는 것, 생각하는 것, 좋아하는 것들이
하루가 다르게 변해간다.
새끼 강아지가 성견이 되는 것을 지켜보는 것보다 훨씬 더
아이가 자라는 걸 지켜보는 것은 놀랍기만 하다.
...
그 놀라움과 비례하여 아빠인 나의 존재감은 작아진다.
내가 이 아이에게 할 수 있는 부분이 참 작다는 생각.
도리어 아이에게 나의 부정적인 습속을 강요하면서도
그것을 아빠의 의무, 도리라고 여길 확률이 더 높아진다는 생각.

나에게서 났지만 나와 다르고
조만간 독립된 '성인'이 될 이 아이를 그저 어떤 정해진
시간동안 맡았다는 생각을 하면서는
어떤 시기를 붙잡을 수 없는 것에 대한 아쉬움, 미련도 남는다.

조그만 다리를 내 허벅지 위에 턱 올려놓고 쌔근거리는
아이의 숨소리를 들으며 한참을 지켜보다 잠드는기억,
좋을 땐 표정을 숨기지 않고 팔짝팔짝 뛰며 달려오는 모습.

나에게 전적으로 의지했던 시간이 무색하게
이제는 정색을 하고 스스로 하겠다고 무서운 표정을 지어보이는
모습을 보면서,
한편으로는 신기하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걱정도 되고
또한편으로는 이런 상황이 많이 아쉽고 그립기까지 하다.

돌아보면 어린 시절의 기억 중에 어떤 것이 소중하게 기억될까.
부모는 대체로 아이에게 선행하는 어떤 지식이나 물질을
물려주고 싶어하지만 그것이 아이가 커서 기억될 무엇일까 하는
생각이 자주 든다.

내 결핍인지는 모르겠지만,
나는 유년시절 살갑게 사랑받았다는 기억을 아이에게 주고 싶다.
세상에 혼자 던져진 채 살아가는 순간순간마다
아빠의 손길을 통해 정서적으로 사랑받았음을 떠올리면서
누군가에게도 따뜻한 사람이 될 수 있는 용기를 내면 좋겠다.

세상이 자주 아이를 홀대하고 억울한 일을 당하여
마음의 상처를 입을 때에도 마음 깊은 곳에서 타오르는 온기를
잃지 않고 '아빠, 나 씩씩하지?' 하며 웃을 수 있는 정서적 안정감을
가진 사람이 되면 좋겠다. 뭐, 굳이 아빠에게 말하지는 않아도 좋다.

오늘도 성하가 잠이 들 때까지 머리를 쓰다듬고
두 볼을 손으로 감싸주고 작은 다리를 올릴 수 있게 허벅지를 내준다.
내일의 이 아이는 오늘의 그가 아닐 수 있다는 생각을 하면서...
2014/04/13 13:01 2014/04/13 13: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