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처럼 글쓰기, 글처럼 살기'를 꿈꾸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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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북의 친구들은 대체로 가짜들이다.' 페북에 정말 정성을 들이는 이들이 많은데 나는 이런 이야기를 하게 되어 솔직히 유감스럽긴 해도 내 생각은 그렇다.

내 페친 중 오랜시간 아내의 병간호를 하신 목사님이 계시다. 대체로 내 주변사람들은 그가 누구인지 얼마나 오랜시간을 아내의 병간호로 자책과 어려움의 시간을 보냈는지 안다. 내가 그분의 책을 읽지 않고 그 분의 포스팅을 자주 보지 않는 이유는 그 고통이 나에게 전이될까봐서다. 그 일상의 어려움에 마음을 뺏기고 싶지 않을 때가 많았다.

얼마 전 그 분이 아내를 요양소로 보낼 결정을 하셨다. 더 나은 돌봄도 이유이고 목사님을 비롯한 가족이 지쳐서이기도 했다. 문제는 그 결정에 대한 상당수 페친들의 반응이다. 한 줄, 두 줄의 글로 '그러시면 안 돼요', '...아내를 더 돌보셔야죠', '사모님을 그런 곳으로 보내지 마세요', '더 힘을 내세요'.

그런 직관적인 댓글을 다는 이들에게 그 목사님이 오랫동안 경험했던 일상을 넘겨주면 잘 견뎌낼 수 있을까. 나는 잘 모르겠다. 적어도 그를 잘 안다고 생각하는 내 입장에서는 쉽사리 댓글을 쓸 엄도조차 나지 않았다. 지금도 마음이 힘드시겠습니다...정도의 말을 하고 싶었지만 그조차 써지지 않았다.

페북의 친구들은 이슈가 되는 인물들에게 자신이 바라는 이상형을 투사한다. 그리고 그가 그 이상형을 계속 유지하길 바라고 응원하고 댓글달고 칭찬하고 지지하고 아름답게 미화한다. 하지만 그가 고통 속에 몸부림치고 우울해하고 힘들어하고 다수가 보기에 실망스러운 행동을 할 때 더이상 '친구'일 수 없다. 때론 말 한마디를 듣고는 친구관계를 정리한다.

네 말은 쓰레기야. 네 그 한마디만 봐도 네 정체를 알겠어...
30년 넘게 살아온 내 정체를 나도 모르는데 친구라는 이름의 불특정 다수들은 어찌나 나를 잘 아는지 그 사람을 잘 아는지 모두가 인간 심리, 인간 존재의 전문가들이다. 좋아요의 남발만큼 싫어요가 아닌 넌 내 친구도 아냐의 남발이 성행한다.

페북의 친구들은 함께할 때 성장할까. 나는 아니라는 입장이다. 내 생각에 이는 마치 영어회화 학원을 다닌다고 영어가 늘지 않는 것과 같다. 회화반 수업시간에는 공부가 되지 않는다. 다만 내가 공부한 영어가 유효한 영어인지를 네이티브를 통해 검증받을 순 있다. 그룹이 서로 대화하며 내 영어가 통하는지를 확인받을 수 있다.

페북은 공개된 공간에서 나의 사적 영역을 오픈한다는 점에서 이와 유사하다. 내 내면이 잘 정리되어 있어야 사적공간들이 공개된 SNS에서도 관계를 발전시킬 수 있다. 그렇지 않으면 몇 단어로도 상대를 심한 좌절감에서 헤어나오지 못하게 만들 수도 있고 스스로도 자주 친구아닌 존재로 전락할 수 있다. 이것이 예의의 문제인지 실존적 문제인지는 아직 잘 모르겠다. 다만 페북의 친구는 상당수가 '가짜'같다. 그렇게 밖에는 그 충격적 댓글들을 이해할 수 없다.
2013/10/20 23:28 2013/10/20 23: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