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처럼 글쓰기, 글처럼 살기'를 꿈꾸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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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최근 회자되고 있는 J목사는 사실 복음주의권에서 김동호 목사와 더불어 차세대 대중설교자로 명성이 높았던 사람이다. 물론 소수가 이미 J목사 설교의 문제점을 지적한 바 있지만, 실제로 J목사는 우리 진영에서 사이비나 이단시되는 또라이 목사가 아니다.

그는 주류였고 '장'의 중심에 있었으며, 그를 비판적으로 보면서도 적절히 흡수도 하면서 사실상 복음주의권은 청년부를 팽창시키는 그의 대중 설교를 적극적으로 소비해왔다.
 
지금 다수가 행하는 그에 대한 비판은 그가 속한 교계 진영에 발을 담그고 있는 우리의 근본적인 회개와 각성이 우선하지 않는 한 섣불리 행해져서는 안 될 비판들이다. 특히 비개신교, 비복음주의권에서 보기에 우리는 J목사의 진영 안에 속한 자들임을 깨닫는다면 어떤 면에서 그를 또라이나 범죄자로 손가락질하며 선을 긋는 게 더 비겁하고 우스워 보일 수도 있다.
 
물론 처음에는 그의 사역을 막는 형태가 가능할지는 몰라도 그가 공적으로 피해자와 교회에 공개적으로 죄를 구하고 근신한 후 종국에는 다시 정상적인 그리스도의 자녀가 되도록 만드는 일에 '우리 진영'은 힘써야 한다. 나는 그것이 내가 아는 '예수 공동체'의 차별성이라 믿는다.

2012. 5. 22.



#2.
어제 CAP 미팅 때 'RAEW 기법'이란 걸 사용했는데 다들 생소하여 모든 사람이 적극적으로 떠들어댔음에도 불구하고 노말캡미팅(..걍캡)으로 마쳤다. 아무리 좋은 도구가 있어도 수행하는 개개인이 체화되지 않은 도구는 의미가 없다. 특히 구조나 시스템을 강조하는 사람들은 그 구조를 이용하는 개인의 역량, 수준, 시점 등을 명확히 이해해야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고 할 수 있다. 어차피 '도구를 집어드는 것'은 사람이기 때문이다.

2012. 5. 18.



#3.
스승의 날.
돌이켜보면 내 인생에 정말 인간 관계 가운데 배운 스승이 별로 없다. 중고등학교 시절 선생(님)들은 성적 농담이나 해대고 학생들에게 장풍이나 쏴댔지...기억에 남는 좋은 선생님은 없다. (물론 한 두 명 정도 노말했다고 기억나는 분들은 있다.) 그래서인지 예전에는 책으로 만난 유명한 저자들이나 강의를 통해 접한 지식 전달자에 대한 막연한 동경, 그들을 나의 스승이라고 말하고픈 욕구가 있었지만, 살면서 지식이라는 게 중요하지만 관계성이 없는 지식전달자와 피전달자와의 사이가 이제는 그리 의미가 있어 보이지 않는다.
 
머리가 굵어진 후로는 내 성격이 모난 구석이 있고 나 혼자 잘난 척하고 살아서 그런지 지금까지 스승이라 부를 법한 분은 정말 손꼽는다. 왜 나는 정작 멘토같은 스승이 필요한 나이에는 배움의 열정을 혼자서 책이나 보면서 지냈을까. 후회가 되는 대목이다. 오늘은 한두 사람의 스승에게 문자를 보냈다. 스승의 날. 노년의 지혜를 멀리하고 인간적인 관계 속에서의 배움을 등한시한 내 가벼움을 반성해본다.

2012. 5. 15.

2012/05/22 21:42 2012/05/22 21:4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