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처럼 글쓰기, 글처럼 살기'를 꿈꾸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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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자의 적은 약자다' 라는 말이 있다. 흔히들 하는 말로 여성의 적은 여성이란 말이 있도 있다. 며느리의 적은 시어머니고 여성 사원의 적은 여성 상사라는 의미다. 이 부분을 좀더 풀어서 말해볼까 한다.

 

사회에서 부를 가지지 않은 자, 여성, 장애인,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반대 계급, 이를테면 부를 가진자, 남성, 비장애인, 고용주에 의해 사회구조적 측면에서 지속적인 차별과 억압을 당한다. 이것은 거시적이고 구조적인 측면에서 바라보는 관점이지만, 실제 개개인인의 미시적인 삶에서는 구조적 개혁이 더딘 관계로 구조를 뜯어고치기 보다는 개인의 윤리와 처세에 보다 초점이 맞춰지는 경향이 있다. 이를테면 가난하지만 남들보다 더 열심히 일하면 가난에서 벗어날 수 있다, 여성으로 차별을 받지만 그 상황에 불평하지 말고 더 열심히 일해서 가정과 회사 모두 인정받는 삶을 살아라.. 등.

이 대목에서 우리는 관련된 수많은 처세법들과 그것들을 상세하게 정리한 서적들을 만난다. 이른바 '긍정적 사고방식'으로 대변되는 마인드 컨트롤 책들이다. 이런 책들은 우리에게 어떤 상황에서도 포기하지 말고 최악의 사건이 오더라도 긍정적으로 문제를 바라보고 하면된다는 믿음을 잃지 말기를 종용한다. 이런 긍정적인 생각은 실제로 심리학적으로도 개인의 역량을 발휘하는데 도움이 되며 자수성가한 다수의 개인들의 증언을 들어보면 꿈을 이루고자 하는 긍정적 사고+불굴의 노력이 결실을 이루게 되었다는 류의 말을 자주 언급한다.

 

나도 개인적인 측면에서는 매사에 회의적이고 비관적인 생각으로 어떤 일이나 삶 전반을 바라보기 보다는, (많은 심리학자들이 지적하는 것처럼)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어떤 일이든 노력하면 성취가능하다고 생각하는 것이 개개인의 능력을 높이는 데 효과적이고 도움이 된다고 생각한다. 거기까지는 좋다. 문제는 그렇게 노력하여 소위 '성공한', '자수성가한' 이들이 원래 자신이 속했던 열등 집단을 바라보는 시각이다. 분명 이들의 피나는 헌신과 노력, 열정은 개인적 차원에서 칭찬할 만한 무엇이 되겠지만 자신의 예를 통해 자신이 속한 집단을 질책하는 방식 - 이를 테면 '나도 XX해봐서 아는데 죽도록 힘쓰면 이룰 수 있다, 불평불만만 하지 말고 긍정적으로 더 노력해라' - 으로 변하면 그것이야말로 더 큰 폭력이 될 수 있다.

며느리의 위치에서 성실히 수행하여 인정받은 여성은 시어머니가 되어서는 며느리의 위치에 불만을 품은 여성을 억압하고, 말단 사원으로 입사하여 CEO에 올라선 사람은 노조운동을 하며 회사를 비난하는 사원들에게 손가락질한다. 장애를 극복한 이들, 흑인이면서 헐리우드에 스타가 된 배우, 육아와 직장 두마리 토끼를 다 잡은 수퍼 비지니스 우먼. 이들은 존재만으로도 억압받는 구성원들로 하여금 나는 구조에 불만을 품지 말고 저렇게 뼈를 깎는 노력을 덜 해서 지금 이 처지가 되었다는 윤리적 자학에 빠지게 만든다.

어메리칸 드림처럼, 사실상 차별받는 집단 속에서 성공하는 개인이 나올 확률은 극히 적다. 허나 매체나 사회는 이런 이들을 대서특필하고 긍정적 사고를 통한 개인의 노력에 매진할 것을 권한다. 이러한 푸닥거리 이면에는 불평등한 체제를 지속시키고자 하는 보수집단의 욕망이 숨어있지만 말이다. 고로 성공한 몇몇 개인은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사회구조적인 불평등을 고착화시키는 첨병 역할을 수행하게 된다. 자신의 성공에 스스로 놀라며 누구나 나처럼 하면 된다는 계몽을 시도하지만 노력해도 그를 쫓아 계급적 도약을 하지 못하는 다수의 차별받는 이들에게는 좌절감에 더불어 죄책감까지 떠앉게 된다.

그러므로 나는 자수성가한 이들에 대한 집중적 조명과 칭송보다는 그가 그 과정에서 겪게된 차별과 불평등한 상황들을 더 드러내는 방향으로 관점을 전환시킬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이런 성공담을 조중동같은 보수 매체에 넘겨주기 보다는 좀더 그 성공의 내러티브(스토리)를 풀어내어 차별받는 더 많은 개개인들이 행복해지지 못하는 중간 장벽들을 거대담론이 아닌 삶의 미시적 차원에서 조명해야 하며, 이러한 작업은 사회구조적 측면, 거대담론적 사회비평과는 사뭇 다른 층위의 조명이 될 것이다. 그리고 나는 이런 작업이야말로 성공지향적이고 처세술이 판치는 사회 속에서 우리의 피부에 와닿는 공감을 불어넣을 것이라고 믿는다.

2012/05/03 01:03 2012/05/03 01: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