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주 님의 노트(2011년 10월 10일)를 읽고
김용주 님의 글을 읽고 공감을 넘어 행복했습니다. 논리, 따스함, 날카로움, 분명한 이슈 제기가 잘 버무려져 있어 토론 수준을 끌어올렸을 뿐 아니라, 토론을 위한 토론이 아닌 실천을 구체화하는데도 매우 유익한 글입니다. 해명이라기보다는 몇 가지 보충 설명만 달고자 합니다.
1. 제목에 대해서는 제가 쓴 글(2011년 10월 7일)을 통해 충분히 설명했으므로 약간의 보충 설명만 드립니다.
(1) 제.자.도. 석 자의 충분성 및 강력함에 대해서는 이미 소상히 말씀 드렸습니다.
(2) 많이 팔겠다는 상업적 목표를 불순하게 보지 않습니다. 오히려 제대로 팔지 못하는 역량 부족을 문제 삼으면 삼아야 할 것입니다. “무조건 많이만 팔아야겠다는 것이 아니라”는 말 속에 이미 상업적 의욕이 반영되어 있습니다. 그러나 이 말을 ‘상업적 목표만’으로 읽을 필요는 없습니다. ‘더 팔고 싶다’는 의욕은 순수하지 못한 동기가 아니므로, 굳이 무의식적 동기로 밀어 넣고 필요할 때마다 몰래 꺼내어 읽을 생각이 전혀 없습니다. 이러한 태도는 저희가 발간한 비즈니스 관련 서적의 내용에도 정면으로 위배되는 위선입니다.
(3) “독자층을 넓게” 보아 독자들의 성향을 고려한 것을 소위 ‘정치적’으로 읽을 필요는 없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정치적’이라 함은 경우에 따라 정치적 ‘힘’을 의식하여 비굴한 타협을 할 때 쓰는 말이므로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습니다.
(4) 저 역시 ‘래디컬’이란 단어를 전혀 주저하지 않습니다. 특히 정치적인 의미에서라면 더더욱 주저하지 않습니다. 물론 ‘래디컬’의 의미에 대하여는 이견이 있을 수 있고, 이미 어느 정도 토론된 바 있습니다. 책 제목으로 ‘래디컬’을 사용하는 것에 대해 전혀 부정적일 이유가 없습니다. 오히려 그런 제목을 단 책을 꼭 출판하고 싶습니다. 이 글을 읽는 분들 가운데서도 “래디컬”이란 제목에 어울리는 책을 쓰실 수 있는 분이 나오기를 고대합니다. 그러나 이번 책에는 이미 든 여러 이유로 넣지 않았습니다. ‘넣지 않았다’는 말을 반드시 넣어야 할 것을 바람직하지 못한 동기로 ‘삭제’한 것으로 읽을 필요는 없을 것입니다.
(5) 실제로 존 스토트 책은 그다지 많이 팔리지 않습니다. 그러나 이번 “제자도”만큼은 존 스토트 책으로서는 이례적으로 많은 분들이 읽었고, 그 독자들 가운데는 새로운 독자들도 포함됩니다. 그 분들이 존 스토트를 통해 얻을 유익과 도전이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2. 지난 번 글 1번 항목에서는 독자들의 비판 핵심을 ‘토착’과 ‘참여’로 요약하면서 적극적 수용 의사를 밝혔습니다. 저희 자신이 이미 동의 그 이상의 필요성을 충분히 인식하고 있기에 굳이 긴 설명을 달지 않았습니다. 출판사로서는 실천이 남았을 뿐입니다. 어제 밤 어느 분의 글에 다음과 같은 댓글을 담았습니다. “독자들의 수준은 날로 높아지고 과제는 엄청나건만 우리의 역량은 부족하고 하루하루 진도는 더디고. 머리는 아둔하고 해 놓은 공부는 별로 없는데 시험 날짜는 코앞이고, 그런 심정입니다. 갈 길이 먼 출판사입니다.”(아, 아무리 제가 쓴 글이지만 그 분 담벼락에 쓴 글인데 사전 저작권 허락을 받아야 하나요!)
김용주 님의 글을 통해 토론의 자유와 상상력, 그리고 토론의 규칙이 공존할 수 있는 가능성을 보아 매우 기뻤습니다. 저 역시 제 이름 석 자와 ‘님’ 사이에 들어간 직책 명을 떼어 버리고 한 사람의 ‘님’으로서 실시간 활약하며 더 날카롭고 상상력 풍부한 언어를 사용하고 싶은 충동이 매우 큽니다. 그러나 그럴 수 없음을 독자 분들께서 충분히 이해해주시리라 믿습니다. 추후로 모든 논의에 일일이 개입하지는 않겠지만 정식으로 문의하시는 것에 대해서는 성실히 답하겠습니다. 진도가 많이 밀린 출판사입니다.
김용주 님과 이 일에 참여해 주신 모든 분들에게 깊은 감사를 전합니다.
신현기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