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서랍정리를 하다가 책도장을 발견했다. 한때 나는 모든 책에 내 이름이 각인되어있는 책도장을 찍었다. 불과 5-6년전만 해도 책을 읽는 것과 더불어 책을 소유하는 것 자체도 어떤 자극 내지는 즐거움을 주었다.
제레미 리프킨은 자신의 책 <age of access>에서 현대가 '소유의 시대'에서 '접속의 시대'로 이행하고 있다고 논증한 바 있다. 그만큼 제품과 자원의 순환속도가 빨라지고 있어서 사람들은 주변의 모든 물건들을 일시적으로 소유하는 일이 잦아지고 중요하지 않은 물건들이나 제품들, 특히 s/w들은 라이센스를 연장하는 방식으로 '대여'하여 사용한다는 것이다. 이를 두고 리프킨은 access, 즉 '접속'이라는 용어를 차용했다.
당시에도 끄덕이던 그의 분석과 예견들을 떠올리다가 문득 이제는 책...도장을 찍지 않는 나를 발견했다. 책이 서재에 꽂혀있길 기대하지 않고 이제는 중고로 팔거나 주변 사람들과 돌려보거나 자료활용도가 높으면 스캔업체에 보낸다. 그 어떤 경우에도 책에 내 이름을 새기고 싶은 욕구는 반감되고 결국 책도장은 내 서랍 속에서 몇 년간 방치되어 있었던 셈이다.
요즘도 전자기기들이나 사무용품, 노트, 펜 등에 각인 서비스를 해준다. 처음에는 추가비용을 들여서라도 각인을 하고 싶었다. 하지만 전자 기기들의 경우에는 2년 주기로 model year가 교체되고 그 즈음에 나는 기기들을 중고시장에 내놓는 편이라 각인이 유효한지 혹은 옳은지에 대한 회의감이 든다.
현재까지의 결론은 순환재 즉 일시적인 기간동안 사용하는 물건들에 내 존재감을 드러내지는 말자는 생각이다. 책도장을 들고 유심히 보다가 든 생각을 조금 끄적여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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