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처럼 글쓰기, 글처럼 살기'를 꿈꾸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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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혹 기독교 교리 관련된 글들이 올라온다. 뭐 내가 기독교 배경이니 당연한 일이겠지만. 나는 SNS나 일반 사석에서 교리 관련된 이야기를 거의 하지 않는다. 능력이 안 되는 부분도 있겠지만 솔직히 일부러 안 하고 싶은 마음이 크다.

뭐 개신교 특화된 공간, 인터넷 카페, 그룹 같은 곳이라면 이야기가 다르겠지만 일상적으로는 교리에 관해 왈가왈부 내지는 중요하네 안 하네 등등을 나열하고 싶지는 않다.

내가 가진 기본적인 생각은... 개신교에서 교리는 지금보다 더 '내재화'되어야 할 요소라고 본다. 물론 내부적으로는 충분한 논의와 공부가 필요한 부분이 있겠지만, 그것을 가지고 그 유일성을 자랑을 하거나 논증하는 것, 나아가 전도라는 이름을 광고, 홍보하는 것이 별로 달갑지 않다.

교리는 이를테면 기본기다. 운동선수의 기본기는 시합에서 자연히 드러난다. 날카로운 슛을 한두번 날리지만 이내 헉헉 거리며 움직임이 둔해지거나 정석의 상황에서 실수를 연발하는 선수와 그 반대의 선수는 '기본기'라는 이름으로 평가된다.

한 종교의 위대함은 내재화된 교리를 통해 드러나는 공동체 개개인의 삶이다. 약장사처럼 한번만 먹어봐...라고 읖조리지 않아도 명약은 소문으로도 불티나게 팔린다. 내가 느끼기에 개신교 신자들 대부분은 가짜약을 그럴듯한 감언이설로 일반인에게 팔아넘기려는 것 같은 인상을 준다.

더더욱이 한국 개신교는 현실세계에서 어떤 조직이나 세력들 못지 않게 부정부패와 비리, 권력의 중심에 서 있다. 그런 컨텍스트 속에서 아무리 정화된 텍스트를 선언, 선포한 들 그 텍스트가 곧이 곧대로 들릴 리 만무하다. 아닌가. 당신이 무종교인이라면 '신천지'의 행동을 보며 신천지를 정통으로 받아들이겠는가.

나를 포함한 개신교도들은 삶 속에서 철저하게 이단처럼 살고 있다. 일반인들을 대상으로 가짜약을 팔면서 정품이라고 우기고 있다. 물론 종교는 쓰여진 글(성경)과 종교적 전통(교회)를 통해 그 정신이 일정한 교리로 전승된다. 신앙을 갖고자 할 때 그 교리를 피해갈 수 없음은 자명하다.

하지만 효과없는 약 장수, 경기내내 헉헉대는 선수가 전달하는 '옳은 말'이 무슨 소용인가. 그 옳은 말(교리)이 사이비 취급받지 않겠는가. 우리가 진리라고 부르는 그 순수한 의도가 오염되지 않겠는가. 아닌가.

솔직히 내 주변에는 고상한 신앙서적 수십권을 설명하고 매주 교리를 설파하는 대형교회 목사들도 있고 수십편의 야동을 보고 그것들을 회사에서 전파하는 직장 동료도 있다. 솔직히 (내가 아는 어떤) 후자가 더 성실하고 더 주변사람들을 잘 돕고 더 겸손하다. 그럼 교리보다 야동이 나은가. 혹은 아닌가.
2013/02/27 22:55 2013/02/27 22:5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