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처럼 글쓰기, 글처럼 살기'를 꿈꾸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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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동을 위해 헬스장을 찾는다. 누가 시키지도 않는데 제자리 걸음으로 뛰기를 하고, 일부러 무거운 무게의 철물을 들었다 놨다 한다. 물론 헬스장의 취지는 운동을 위해서지만 헬스장을 찾는 사람들의 대부분은 커피만을 위해 스타벅스를 찾지 않는 이치와 동일한 이유로 그곳에서 땀을 뺀다.

흥미롭게도 현대인들은 일상 노동에 대해서는 어떤 비용을 들여서라도 그것을 회피하려고 애쓴다. 빨래는 세탁기가 해주고, 청소기 돌리는 것도 귀찮아서 로봇청소기를 사고 설거지는 설거지기기가 이동은 자동차 같은 탈것류가 도와주고 건물 안에 들어서면 엘리베이터가 옮겨준다.

손하나 까딱 안하고 빈둥거릴 수 있는 여유를 얻은 사람들은 입에 착착 달라붙는 맛집을 전전하며 탐식을 즐기다가. 이윽고 물렁해진 몸을 단단하고 슬림하게 만들기 위...해 돈을 내고 '노동판'으로 뛰어든다. 맞춤형 노동판에는 친절하게 노동을 하면 단련되는 근육부와 하루에 달음질쳐야 하는 거리, 몸에서 써야 하는 에너지, 즉 칼로리를 계산해준다.

'노동 관리자'가 섬세하고 친절하게 그들의 노동을 관리해준다. 사람들은 걸레질이라도 한번 하면 퇴근 후 스트레스가 배가되는 느낌이건만, 비용을 지불한 노동판(헬스장)에서 쓴 에너지를 떠올리면 건강해졌다고 뿌듯해한다.

최근에는 성하랑 놀거나 씻기거나 장난감을 정리하면서 짜증을 내다가 문득 이거 운동되겠다... 싶었다. 설거지나 걸레질, 쓰레기를 버리는 과정도 비슷하다. 며칠전부터 엘리베이터 이용을 자제하고 있다. 무림 고수들이 제자들을 10년간 허드렛일로 단련시키는 게 이런 취지였던가.^^

해서 나는 요즘 (내가 추구하는 일상적 글쓰기에 덧붙여서) '일상적 운동' 방식에 대한 다소 엉뚱한 상상을 한다. 허드렛일들, 가사 노동, 업무 노동을 통해서 몸을 단련하는 어떤 '방식' 혹은 가이드를 만드는 것이다. 문명화 이전의 사람들은 항상 몸을 움직여야했기에 몸 자체로만 보면 지금보다 훨 좋지 않던가.

편한 도구들에 의지하고 노동을 줄여나가는 대신 일상의 노동을 '운동', '건강'의 범주로 끌어내는 어떤 원리?, 자세? 방법을 찾는 것이다.ㅋㅋ '가사 노동, 이렇게 하면 날씬해진다', '다이어트는 허드렛일로 시작하라' 뭐 이런 제목의 책이 나와서 좀더 운동의 관점에서 서술되면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해본다.

사실 운동을 일상적으로 혹은 집에서조차 어떤 운동기구로는 하지 못하고 헬스장이나 대형 공간에서 진행하는 주된 이유는 다분히 '감성적'인 이유에서다. 즉 또다시 '뽀대'의 문제로 환원된다. 물론 그렇지 않은 이들도 있다. 허나, 설령 그들이 그런 이유(뽀대의 완성)가 아니더라도 현실적으로는 별 고민없이 '비용을 지불하는 노동판'으로 가게 되어 있다.

추가로. 이런 엉뚱한 생각이 우려되는 한가지 지점이 있다. 이는 가사노동, 허드렛일을 몸의 건강과 연결시켰을 때 가장 이득을 보는 계급이 있다는 점. 즉 피고용자(노동자)와 여성(엄마, 아내)이다. 그들은 노동을 조직에 '공급'하면서도 그것이 웰빙 혹은 건강, 다이어트란 이름으로 정당화, 고착화될 수 있다. 고로 내가 주장하는 '허드렛일 운동법'은 계급과 성별에 상관없이 '공평하게' 해야 할 것 같다.
2013/02/27 22:54 2013/02/27 22:5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