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처럼 글쓰기, 글처럼 살기'를 꿈꾸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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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하는 (다행히도) 외모는 아내를 닮았지만 성격은 다분히 나를 닮은 구석이 많다. 성격은 좋고 나쁘고가 없고 그저 다를 뿐이라고 하지만, 당사자 입장에서는 좋은(되고 싶은) 성격도 있고 나쁜(버리고 싶은) 성격도 있게 마련이다.

아들이란 존재는 뭐랄까, 정치적이지 않은(스스로를 포장하지 않는, 페르조나가 형성되지 않은) 나(아빠)의 원초적 모습을 보는 느낌이 들 때가 있다. 그래서 때로는 아들의 성격이 불편하다. 내 속내를 적나라하게 드러내는, 다듬어지지 않은 존재가 근처를 돌아다니니 그럴 만도 하다.

나는 여러가지 이유에서 나에 대한 고민을 참 많이 했다. 그 '여러가지'를 여기서 설명할 필요는 없겠고 그저 많은 사람들에게 나에 대해 묻기도 하고 스스로를, 그 의도와 생각, 감정들을 자주 돌아보곤 했고 나아가 정신분석이나 심리학, 상담 분야의 책들도 읽고 공부했다는 정도만 언급하면 될 것 같다.

무엇보다 '결혼' 자체도 나를 돌아보는데 큰 도움을 줬다. 결혼하고 나서 나의 일거수 일투족을 관찰하는 아내가 내 숨겨진 습관, 습속, 욕망 같은 걸 찾아낼 때 나는 처음에는 부끄러움을 넘어선 분노 같은 걸 느꼈다. 수치스러움 같기도 하고. (그렇다고 아내에게 '비밀을 알았으니 죽어줘야겠어'라고 말할 수도 없지 않나.ㅋ) 내가 숨기고 싶어하는 성격적 결함(내가 보기에 치명적으로 여겨지는 결함)이 여과없이 드러나니 지적을 해도 곧이 곧대로 받아들여지지도 않고 그래서 교정되지 않는... 힘든 시간들을 겪었다.

내가 아내에게 지적질을 당하고 살았던 몇 년이 없이, 또한 스스로를 많이 돌아볼 시간적 여유가 없이 나를 꼭 빼닮은 아들을 얻게 되었다면... 아마 나는 내 아들을 마음 한구석으로 싫어하고 불편해했을 것 같다. 때로 드러나지 않게 미워했을 수도 있다. 쟨 왜저러냐며 별 일도 아닌데 불같이 화를 내고 벌을 세웠을 수도 있고 '아빠와 하는 짓이 똑같다'고 누군가 농담을 할 때 얼굴을 붉히며 아니라고 정색을 하며 화를 냈을 수도 있다.

부모가 된다는 건 내게 주어진 보호가 필요한 존재에게 어떤 것을 공급해주는 것 이상의 의미를 가진다는 생각을 종종 한다. 그 이상의 의미 중 하나가 바로 나 자신을 정직하게 대면하는 일이기도 하다. 성하를 통해 나는 나의 유년기를 돌아보고 또한 지금의 나(직장이나 가정, 공동체, 지인들과의 관계성을 배제했을 때 드러날 법한 나)의 성격을 돌아본다. 그리고 내 성격에 대해 스스로가 시비(옳고 그름)나 미추(아름답고 추함)의 어떤 잣대를 들이대는 일에서 조금 자유로워질 필요를 느낀다.

그 성글은 잣대가 자연스럽게 내 아들에게도 옮겨가길 바래본다. 그리고 그것이 바른 육아, 자녀교육의 시작이라는 생각이 든다.
2013/03/13 00:06 2013/03/13 00: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