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처럼 글쓰기, 글처럼 살기'를 꿈꾸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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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히 잘 의식하지 않았는데 '매를 맞는다'는 표현 자체가 대단한 '가부장적 창의력'이란 생각이 든다. 매를 때리는 경우에는 대체로 훈계를 하는 자와 받는 자를 규정하고 그 둘 사이의 관계에서 훈계 행위로 말로 하느냐 물리적인 힘을 가하느냐로 구분된다. 따라서 방법을 떠나서 '훈계 행위에 대한 긍정'이 전제된다. 결국 '매맞는다'는 의미는 아내가 남편의 훈계를 받는 존재임을 처음부터 암시한다.
 
'구타당한 아내', '아내 폭력', '폭행' 같은 대상과 행위를 명시한 표현이 아닌 가정폭력이라는 보다 큰 범주화로 포장하는 것도 문제지만 매맞는 아내라는 말은 참 문제가 있다는 생각이 든다. 좀더 구조적으로 접근한다면 여자가 출가하여 남편의 집안으로 들어가면 서열 최하위의 노동자가 되고 그 노동자는 그 개별 가정(부부)의 가사, 출산을 도맡아야 함은 물론 그 집안의 가부장적 질서에 잘 몸을 녹여야 한다.
 
명절 제사나 기일, 혹은 남편 집안의 대소사에 불참 내지는 무신경하거나 개별 가정에서 남편을 보필(아침 접대, 남아 출산, 직장생활을 하더라도 가사노동 전담)에 부실하거나 귀가시간이 늦도록 회식에 참여하거나 여성이 사회적으로 안해야 할 일들(흡연, 음주과다, 종교생활 집중)을 행할 시에 남편과 남편의 집, 본가에서는 개별 여성을 제대로(가부장적 원리대로) 훈육할 의무와 책임을 갖는다.

 

핵심은 이것이다. 하나의 '거대한 조직'에 들어온 신입 노동자인 여성은 국가가 법치를 내세우듯 유교주의라는 법도에 따라 여성을 '매'로 다스릴 수 있다. 우리는 교양인이니, 대부분의 경우에는 대화로 여성을 훈육해야 하겠지만 버르장머리 없는 요즘 여성(아내, 며느리)들이 분위기 파악을 못할 때는 좀 강하게 우리 집안의 법도를 인지시킬 필요가 있다. 따라서 말단 가족원(여성)을 책임지고 있는 남편이 매를 들어라. 그리고는 사랑(성관계)으로 달래줘라. 이게 '매맞는 아내'란 말이 담고 있는 함의다.
 
내 생각이 과한가. 요즘 얘기같지 않은가. 불행히도 대답은 NO다. 최소한 나는 그렇게 생각한다.

2013/01/10 01:12 2013/01/10 01: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