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처럼 글쓰기, 글처럼 살기'를 꿈꾸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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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몇 페친분들의 포스팅을 받지 않고 있지만 가끔 다른 페친의 좋아요로 그 분들의 포스팅이 쓰리쿠션 찍고 돌아오는 경우가 종종 있다. 오늘도 교계에 스타급 목사님의 포스팅이 그렇게 내 담벼락에 떠서 할 수 없이 읽었다... 페친의 상당수가 목사님이라 자주 지적(질)을 하고 싶지는 않지만 목사님들의 포스팅을 보면 그분들의 '욕망' 같은 게 읽힌다. 이른바 설교 욕구다. 중년을 넘어서면서 나름의 정체성, 자신감 같은 것도 생겨서인지 자신이 옳다고 여기는 부분에 있어 거침이 없다.

 

흥미로운 건 글의 도입에 자신에 대한 약점 내지는 험담을 툭 던지는 게 상례인데 중반 이후를 읽다보면 그 약점에 대한 고백은 장대한 피날레를 위한 하나의 예화, 혹은 에피타이저란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난 이런 약점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훌륭한 생각과 행동을 하게 되었다...라는 내러티브가 사례들을 바꿔가며 반복된다. 점점 스케일이 커지는 것이 흡사 미국드라마의 시즌2, 3로의 진화를 보듯 흥미진진할 때도 있지만 대체로 그런 글들을 보면 조금 씁쓸하다.

 

어림잡아 개신교인 반, 비개신교인 반의 친구를 가진 내 입장에서 그런 글들이 반대쪽 분들에게 어떻게 읽힐까를 생각하면 좀 오글거릴 때가 있다. 기온차가 너무 크다는 말이다. 그래도 그 구획(교계내) 안에서는 좋아요 작렬이니... 그 프레임이 깨질리는 없겠으나, 내가 기대하는 포스팅은 좀 다른 것들이다. 페북의 특성상 좋아요를 유도하는 글들이 요구된다. 목사님들은 된장남처럼 자기가 입고 먹고 마시는 것들을 자랑하지는 못하니 주로 자신의 거룩한 생각, 행실, 선행사례들을 쓴다.

 

유감스럽게도 나는 유명 목사님들의 회개거리, 실수, 분노, 망가짐, 해결되지 않은 갈등의 고백들을 읽은 적이 별로 없다. 하다못해 자신이 풀 수 없는 문제를 놓고 '하등한' 일반 성도들에게 기도부탁하는 글도 본 적이 없다. 요즘은 헐리우드 영화에서도 주인공들이 극도의 갈등을 겪는 게 적나라하게 표현되는데(배트맨은 허리까지 부러지지 않던가) 우리네 유명 목사님들은 죄지을 틈도 없이 성공만 하시는지 아니면 처음부터 초류향이나 레밍턴 스틸같은 실력자(?)이셨는지 전혀 일상사에 어려움이 없이 성도들에게 모범 사례들만 설파하신다.

 

아무래도 페북이, 목회자들을 배려하는 마음으로 '부족해요', '실패했어요' 같은 버튼을 만들어야 할 것 같다.

 


2013년 1월 3일

2013/01/10 21:58 2013/01/10 21:5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