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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설의 귀환... '슈가맨'의 투어소식이 반갑다
[리뷰] 영화 <서칭 포 슈가맨>을 보다

 

/김용주

 

서칭 포 슈가맨을 보다!

극장에서 보는 건 끝내 놓쳤던 <서칭 포 슈가맨>. 아카데미 수상 소식을 듣고서야 황급히 '챙겨서' 보았다. 한 마디로 이 영화는 수작이다. 이안 감독의 <라이프 오브 파이>의 감동이 채 가시기도 전에 나는 슈가맨, 식스토 로드리게즈에게 흠뻑 빠져들었다.

 

이 영화의 가장 큰 묘미는 뮤지션으로 실패하고 평범한 노동자의 삶을 살던 한 사람이 알고보니 남아공에서는 비틀즈같은 존재였다는 사실을 깨달은 이후, 그의 반응에 있다. 남아공의 많은 이들에게 전설로만 여겨졌던 수퍼스타 슈가맨, 로드리게즈가 사실은 버젓이 살아있었고 그에 더해 남아공에서 콘서트를 열게된다는 사실이 전해지자 수많은 팬들 뿐 아니라 당사자인 로드리게즈 자신도 흥분한다.

로드리게즈는 오랜 시간동안 미처 알지 못했던 수많은 팬들의 존재를 듣고 다소 당황스러워하지만 정작 공연장에 나타나서는 마치 그동안 계속 공연을 해오던 사람처럼 침착하고 평온한 모습의 공연을 보여준다.

 

'헐리우드 문법'과 차별화된 이 영화의 주인공 슈가맨은, 남아공 음악계의 전설이 되고 각종 차트를 석권하고 매니저가 생기고 차기 음반과 월드 투어를 개최하는 삶을 살지 '않는다'. 그저, 공연을 마치고 다시 미국으로 돌아가 노동자의 일상을 살아간다. 더 윤택한 삶을 살거나 더 음악적인 고민을 하며 창작욕을 불태우는 성공하는 사람들의 전형적인 습관, 문법을 밟지 않는다. 이 영화의 가장 큰 힘은 시종일관 슈가맨, 바로 자신이다.

 

그는 어떻게 젊은 시절에 그런 탁월한 가사를 쓰고 노래를 했고, 그의 음악인생이 실패하고 나서도 사회의 가장 낮은 계급의 삶을 살면서 영혼의 고결함을 유지할 수 있었을까. 어떻게 갑작스런 성공에 매몰되지 않고 미친듯한 함성과 환호를 뒤로한채 돌아와서 다시 일상에 만족할 수 있었을까. 이것이 사람들이 전율하는 그 인격의 무서움이다.

 

로드리게즈는 무서운 사람이다. 내면이 참으로 건강한 사람이다. 그는 갑작스런 환대를 거절하지 않았다. 자신의 고고함, 겸손함을 굳이 표현하거나 강조하지 않았다. '내가 무슨 왕자가 된 기분'이라며 해맑게 웃었던 그는 사실 평범해보이기까지 했다. 그런 그의 모습을 보며 그를 인간적으로 더 알고 싶어졌다. 그렇게 단 90분만에, 나는 슈가맨을 사랑하게 됐다.

 

 

'전설의 귀환', 그의 2013년 투어 소식을 듣고

이야기는 여기에서 끝나지 않는다. 개인적인 관심 때문에 인터넷을 뒤져본 결과 그는 올해들어 활발한 활동에 들어갔다. 이 영화가 나온 작년 즈음부터 방송이나 공연장에 게스트로 출연하더니 올해부터는 본격적인 투어에 들어갔다. 전설적인 남아공 콘서트인 <Dead men don't Tour>가 1998년에 있었으니 그가 '발견'되고 무대에 선 지 15년만이다.

 

1998년 공연 이후 그는 다시 노동자의 삶을 살았다. 간간이 방송에 출연하긴 했지만 엄밀히 말해서 음악을 다시 한 건 15년만이다. 그의 늦은 공연은 나에게 다른 묵상을 가져다준다. 짐작컨데 15년전 대중의 호출은 그의 '과거'의 재연, 재현을 기대했기에 그는 그 공연 외에 더 보여줄 것이 없었을 것이다.

 

그 환호와 갈채, 많은 접촉에도 불구하고 그가 일상으로 돌아간 건 그가 음악인으로 들려줄 이야기가 준비되지 않았기 때문이 아니었을까. 그리고 이제는 자신의 음악을 사랑해준 이들에게 들려줄 무언가가 생겼기 때문을 아닐까.

 

그는 올해로 72세가 된다. 어쩌면 13년 투어 콘서트는, 자신의 음악 인생을 정리할 의도일 수도 있겠다. 뮤지션으로 자신의 정체성을 확인하려는, 혹은 확인받으려는, 혹은 '선언'하려는 행보일수도 있겠다.

 

1998년 남아공 공연 이후, 그의 지난 15년은 어땠을까. 나는 그의 허름한 집 앞을 서성이는 상상을 자주 해본다. 사실, 내 짐작이 어떻건 상관은 없다. 어떤 의도에서건 그의 인생 후반 음악 여정을 축복한다. 혹자의 말마따나, 한국에도 와주었으면 좋겠다. 내 평생, 칠순의 나이에 이렇게 설레는 음악인이 또 있을까 싶다.

 

 

*기사 원문:

http://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1844442

2013/04/05 00:47 2013/04/05 00:4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