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앤조이] 전자책 시장의 이슈와 전망 |
: 기독 출판은 어떤 준비를 하고 있나 |
킨들, 태블릿PC의 성공과 전자책 시장의 호황
전자책 시장이 들썩거리고 있다. 아마존은 지난 7월 19일에 매체를 통해 2/4분기 전자책 판매가 종이책 판매를 넘어섰다고 밝혔다. 지난 3개월간 판매 기준 1.43배로 전자책의 판매수가 높았고 지난 한 달로 좁히면 양장본 대비 1.8배 수준이다. 아마존은 이미 킨들2의 가격을 낮춘 데에 이어 이번에 킨들3의 가격도 파격적으로 낮추었다. 또한 아이폰을 비롯한 스마트폰과 태블릿PC의 판매로 전자책 시장의 파이가 커지고 있다. 국내에서도 앞다퉈 전자책의 시대가 곧 도래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물론 이미 인터파크 '비스킷', 삼성전자 'SNE-60K', 북큐브네트웍스 '북큐브', 넥스트파피루스 '페이지원', 아이리버의 '스토리' 등의 전자책 단말기를 중심으로 국내에서도 본격적으로 전자책 시장의 경쟁이 시작되고 있으며 갤럭시탭과 아이패드의 국내 출시는 시장의 기대감을 높이는 역할을 하고 있다. 최근에는 전자책 시장이 콘텐츠 중심으로 재편되면서 한번 구입한 전자책을 여러 다른 기기를 통해 활용할 수 있는 방안들이 마련되고 있다. 그렇다면 과연 전자책의 현주소는 어디쯤일까.
전자책의 성장은 미국의 인터넷 서점인 아마존에서 시작되었다. '전 세계 언어로 된 모든 책을 60초 안에 제공하는 것'이라는 모토 아래 아마존은 2007년 11월에 킨들(Kindle)이라는 전자책 단말기(e-book 리더기)를 내놓고 전자책 시장에 본격 진출했고 이 단말기가 2008년에 50만 대 이상 팔리면서 성공적으로 출판 시장에 안착했다. 킨들의 성공에는 몇 가지의 이유가 있는데 그중 첫 번째로 전자 잉크(e-ink) 기술을 꼽을 수 있겠다. LCD와 같은 액정은 쉽게 눈이 피로하고 햇빛 아래서는 가독성이 떨어지지만 전자 잉크를 사용한 단말기는 비교적 가볍고 배터리가 오래가며 가독성이 우수한 장점이 있다. 둘째로는 3G(3세대 이동통신 기술 규격)망을 이용한 신문 및 e북의 신속한 다운로드 통신망 지원이다. 이러한 통신망을 이용하여 어디서나 책이나 신문, 잡지 등을 단 몇 분 내에 다운 받을 수 있다. 마지막으로 휴대가 용이하다는 점이다. (킨들은 광고를 통해 휴가지에서 여성이 한 손으로 킨들을 볼 수 있다는 점을 자주 부각시켰다.) 대체로 2G의 용량을 지원하는 전자책 단말기는 많게는 1,500~2,000권 정도의 온라인 도서를 저장할 수 있으며 가볍고 한 손으로도 조작이 가능하기 때문에 여성과 노인들에게도 각광을 받고 있다.
한국의 전자책 추이
국내에서도 킨들의 열풍에 힘입어 올해 들어 많은 기업들이 전자책 시장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 단말기를 중심으로 본다면 킨들의 상당 부분을 모방한 인터파크의 '비스킷'이 상당히 공격적인 시장 공략에 나선 느낌이다. 비스킷은 LG에서 개발했으며 킨들처럼 키패드를 탑재하고 있으며 LG텔레콤의 3G망을 이용하여 책을 PC 연결 없이 구입하고 신문을 구독할 수 있다. 삼성의 SNE-60K는 와이파이를 지원하며 터치스크린을 지원한다. 북큐브도 와이파이 지원 및 사전 탑재하였고 아이리버의 스토리도 SD 메모리 확장 및 사전을 지원하며, 넥스트파피루스의 페이지원은 키패드 및 무선 기능 등을 없애고 가격을 낮춘 저가형으로 개발되었다. 하지만 단말기 시장은 점차 그 기능들이 개선되어 가고 있기 때문에 조만간 단말기의 사양(specification)은 무의미해질 것이다.
따라서 시간이 지날수록 전자책 시장의 관건은 단말기보다는 콘텐츠가 될 것으로 보인다. 교보문고는 이미 6만 8,000권 정도의 전자책을 보유하고 있으며 삼성, 아이리버 등의 단말기를 지원하고 있다. 후발 주자로는 '비스킷'이라는 독자 모델을 개발한 인터파크가 2만 5,000종의 전자책을 내놓았으며 연말까지 10만 권까지 늘린다는 계획이다. 예스24와 알라딘은 <중앙일보>, 비룡소 등과 연합해 '한국이퍼브'라는 회사를 출범하고 지난 4월부터 온라인 서점을 통해 서비스를 시작했다. 북큐브네트웍스 역시 국일, 다락원, 대교출판, 푸른숲, 행복한책읽기 등 100여 개 출판사와 제휴를 체결하고 전자책 시장에 발을 들였다. 그리고 대부분의 업체들은 최근 독자적인 단말기를 통해 전자책을 보게 하던 폐쇄적 방식에서 구매한 추가적인 비용 부담 없이 PC와 휴대폰, 전용 단말기에서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도록 보다 개방적인 모습으로 변화하고 있다.
계속되는 변화들
최근 들어 전자책 시장은 점점 규모가 커지고 그만큼 기대감도 높아지고 있는데 이는 간판급 단말기 가격의 하락에 기인하고 있다. 미국 최대 대형 서점 체인인 반스앤드노블이 지난해 누크(Nook)라는 단말기를 3G버전은 199달러, 와이파이 버전은 149달러의 파격가로 시장에 뛰어들자 킨들은 즉시 킨들2를 그보다 10달러 낮은 189달러에 판매하기 시작했다. 그러자 이번에는 미국 2위 대형 서점 체인인 보더스가 코보(Kobo)라는 단말기를 150달러에 내어놓고 20달러 상품권을 제공하는 것으로 추격에 나섰다. 이에 아마존에서는 다시 킨들3을 킨들2와 같은 가격으로 출시하였다. 킨들 초기 버전이 400달러인 것을 감안하면 절반 이하로 가격이 떨어진 셈이며 이러한 저가 정책에 힘입어 아마존의 전자책 시장은 2/4분기 실적에 반영되어 나타난 것이라고 볼 수 있겠다. 업계에서는 조만간 100달러 수준으로 단말기 가격이 떨어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으며 그만큼 전자책 시장의 수요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단말기 중심의 전자책 시장에 또 다른 변화의 조짐도 있다. 검색 사이트에서 온라인 인터넷 솔루션의 표준으로 변모하고 있는 구글은 다른 회사들이 단말기를 중심으로 시장 진입을 시도하는 것과는 달리 자신의 주력 부문인 '검색'을 앞세워 구글북스(Google Books)라는 서비스를 시작했다. 초기에 몇몇 대학과 협력하여 시작된 이 프로젝트는 이미 구간 도서를 중심으로 700만 종의 종이책을 디지털 텍스트로 변환했다. 이 서비스는 절판된 책이나 저자의 허락을 받은 도서의 전체를 검색할 수 있으며 시판 중인 서적은 정보나 책의 일부분을 볼 수 있도록 하였다. 물론 구글북스 서비스에 출판사들의 반대가 이어지고 있지만 이 서비스가 가진 잠재력과 출판계의 파급효과는 실로 엄청날 것으로 예상된다. 이쯤 되면 실로 출판계의 디지털 혁명이라 할 만하다.
전자책으로 인해 기대되는 효과들
초창기 전자책 시장은 일인 출판과 같은 전자출판 자체에 관심이 많았다. 전자출판은 책 한 권을 만들어 내는데 필요한 디자인, 편집, 인쇄와 같은 전문적인 기술을 요하는 출판사 고유 기능의 과감한 축소를 의미하는 것이었다(이미 아마존을 통해서 개인이 인터넷을 통해 자신의 책을 편집하여 출판하는 일이 가능해졌다). 또한 2007년 킨들의 성공을 기점으로 전자책 시장은 비교적 충분한 양의 콘텐츠를 가질 수 있게 되었고 가볍고 작은 단말기로 2,000권 이상의 책을 소지하고 여행을 다닐 수도 있게 되었다. 콘텐츠의 증가와 휴대성의 비약적인 개선이 생긴 것이다. 이뿐만이 아니다. 원서를 보면서 사전 기능을 통해 단어를 실시간으로 해석할 수도 있고 3G망을 이용해서 버스 안에서도 신간 서적이나 신문을 다운 받아 읽을 수도 있다.
이미 알려진 효용 성과는 별개로 개인적으로 가지고 있는 전자책에 대한 몇 가지의 이상적인 기대들도 있다. 먼저는 자본주의 시장의 원리에 의해 수지가 맞지 않아 미출간 혹은 절판된 많은 전문 서적들의 디지털 콘텐츠화이다. 책 한 권을 기획하여 상품으로 팔기까지 고비용이 드는 종이책 시장이 자본의 논리에 따라 베스트셀러 중심으로 흘러갈 수밖에 없었지만 전자책 시장은 이러한 출판 시장의 자본 논리를 해체시키고 콘텐츠의 전문화, 다양화를 만들 수 있는 퍼텐셜을 가지고 있다. 둘째는 저장이 용이하다는 점이다. 실제로 글을 쓸 때 참고하려고 수집한 방대한 양의 종이책들은 부피도 크고 보관하기도 힘들다. 개인적으로도 글을 쓸 때 인용할 몇 페이지 때문에 보유한 많은 참고 문헌들은 이사할 때마다 그야말로 애물단지다. 그렇다고 그 참고 문헌의 페이지들을 모두 타이핑한다는 건 시간과 노력으로 볼 때 거의 불가능하다. 전자책은 이러한 참고 문헌 확보에 엄청난 이점이 될 것이다.
마지막으로 강력한 검색 기능이다. 만일 전자책을 데이터베이스처럼 관리하고 그 콘텐츠를 검색을 통해 필터링 혹은 클러스터링(clustering)할 수 있다면 그 효용성 또한 클 것이다. 일례로 논문을 쓸 때도 관련 연구 논문 및 서적을 검색하고 검색한 논문들 중에서 내 논문 주제와 긴밀한 관련이 있는 것을 추려 내는 작업을 하는 데에도 적게는 며칠에서 많게는 몇 주 동안을 허비하기도 한다. 현대의 이슈는 방대한 자료들을 어떻게 체계화시키고 그것을 가지고 유효하고 가치 있는 정보들로 재구성하는 것이라고 본다면 전자책은 이 작업에 혁신을 가져올 것이다. 구글북스로 검색한 자료들을 3G망을 통해 단말기에 다운 받고, 단말기에 저장된 자료들을 즉시 검색어를 통해 분류하여 필요한 부분들을 정리해 두는 작업이 실시간으로 이루어진다. 이러한 변화로 리서치 논문 한 편을 쓰는데 드는 시간은 지금보다 현저하게 줄어들게 될 것이다.
전자책 시장의 장애 요소들
이러한 기대에도 불구하고 전자출판 시장은 아직 장애 요소들이 많이 있다. 종이책 대비 전자책 콘텐츠 자체의 수적인 부족 현상이나 출판 업계의 미온적 대응, 대중의 종이책 선호 정서, 혹은 디지털 매체에 대한 반감 등을 전자출판의 장애 요소로 꼽을 수 있다. 하지만 그보다는 근본적인 문제점으로 DRM, 즉 디지털 저작권 관리(Digital Rights Management) 자체에 관한 것을 꼽을 수 있다. 엄밀히 말해서 전자출판의 핵심 문제들은 모두 이 디지털 콘텐츠의 저작권 문제로 귀결된다고 봐도 무방하다. 아마존은 시장 점유율 확보를 위해 시작부터 저작권 보호 기능이 적용된 자체적인 파일 포맷을 사용하고 있다. 아마존을 제외한 대다수의 업계에서는 전자책의 표준인 ePub 포맷을 사용하며 전자책 배포 시 자체 DRM 툴이 적용된 콘텐츠를 다운 받는 방식을 채택하고 있다.
DRM은 저작권 문제에 대한 기술적 해결책이지만 단순히 기술적 문제에 국한되지 않는, 보다 근본적인 몇 가지의 문제점을 야기한다. 첫째로 콘텐츠의 자유로운 복사, 인용, 배포가 불가능하다는 점이다. 전자책은 DRM 툴을 통해 허가되지 않은 사용자나 단말기에서 전자 문서를 볼 수 없도록 콘텐츠의 열람을 제한하고 있다. 따라서 보유하고 있는 전자책이라 하더라도 흔히 사용하는 텍스트의 전체 혹은 부분적인 COPY & PASTE가 불가하다. 단말기뿐 아니라 PC 상에서도 DRM과 연동되는 프로그램 안에서만 부분적인 추가 기능(책갈피, 밑줄 등)만을 지원한다. 이는 사용자가 손쉽게 콘텐츠를 가공하여 활용할 수 있는 자유를 막는다.
둘째는 DRM 툴의 적용에도 불구하고 전자책의 불법 복제 및 무단 배포의 가능성이 항시 존재한다는 점이다. 대다수의 출판업계가 우려하는 근본적인 문제점이기도 하며 이 문제는 이미 음반 시장에서 mP3 파일로 그 폐해를 경험한 것이기도 하다. 사실 이는 첫 번째 문제와 어떤 면에서 모순적인 관계이기도 하다. 전자 콘텐츠의 DRM이 풀릴 경우 개개인이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는 길이 열리지만 그 순간 수많은 고가의 전자책들이 인터넷 상에 돌아다니는 상황이 발생하게 되어 출판 시장은 전자책을 통한 수익 구조를 흔들어서 결국 출판업계 자체를 순식간에 무너뜨릴 수도 있다.
셋째로 저작권 자체에 대한 인터넷 서점과 출판업체 사이의 갈등이다. 이는 아마존과 메이저급 출판업체 사이에서 이미 문제가 된 바 있으며 구글북스와 저작자, 혹은 국가 사이에서 지금까지 협의 중인 뜨거운 감자이기도 하다. 현재까지 정리된 바로는 전자 콘텐츠에 대한 판권을 종이책과 별도로 가져가게 되었으며 구글북스도 디지털 콘텐츠에 대해 저자와 저작권을 협의하도록 규제하고 있다. 이러한 구도는 점점 더 저자와 인터넷 서점 사이의 직접적인 협의를 가능하게 만들고 있으므로 출판업계는 자신의 입지를 줄어들게 만드는 이 변화들을 마냥 환영할 수 없는 실정이다. 게다가 오픈소스, 카피레프트 운동을 지향하는 그룹에서 저작권 자체의 허용에 대한 목소리도 높다.
기독 출판은 어떤 준비를 하고 있나
전자책에 대한 관심과 투자는 이미 90년대부터 시작되었지만 최근 아마존의 전자책 판매량 증가와 삼성의 갤럭시탭, 애플 아이패드의 등장으로 국내에서도 단말기의 개발과 콘텐츠의 디지털화가 급속도로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그렇다면 과연 기독 출판계는 이런 전자책 시장에서 어떤 준비를 하고 있는가. 내가 알기로는 아무런 대응을 않고 있다. 비교적 시장의 규모가 큰 기독 출판계는 아직 전자책 시장에 대해 고민할 정도로 위기의식을 느끼지는 못하는 듯하다. 하지만 디지털 시장의 빠른 변화는 곧 콘텐츠 시장의 변화를 요구할 것이다.
물론 이는 기독 출판계에만 한정된 이슈는 아니다. 일반 출판업계도 대응이 미진하긴 마찬가지다. 대체로 전자책 시장 진출에 대한 필요성은 인식하고 있지만 현재로선 앞서 언급한 여러 장애 요소들로 인해 선뜻 적극적으로 나서지는 못하는 것이다. 결국 현재 전자책 시장은 인터넷 서점과 같은 온라인 서비스업체에서 시장 선점을 위해 단말기를 앞세워 출판업계의 등을 떠밀고 있는 형국이다. 하지만 이미 가속화된 전자책 시장은 그 미래를 섣불리 단언할 수는 없겠지만 곧 콘텐츠 시장의 표준이 될 가능성이 높다. 기독 출판 내지는 온라인, 오프라인 기독 매체들은 이에 대한 대응 전략을 준비해야 할 것이다. 특히 기독교 윤리 내지는 세계관적 접근이 필요한 DRM과 전자책 저자의 판권 문제 등에 대한 보다 근본적인 고민이 이루어져야 한다. 문화 개혁 세력이라 자처하는 소위 복음주의 출판계는 매번 세상의 변화에는 뒷짐 지고 있다가 슬그머니 무임승차하려는 본성을 이제는 조금씩 고쳐 나갈 필요가 있다.
참고 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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