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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장하고 있으면 절대 안 되는 책"
한국 현대사 산책 1980년대편/ 강준만 (인물과 사상사)
 
/ 김용주


강준만 교수가 쓴 1970년대편은 1권을 읽고 2권을 아직 읽지 못하고 있다. 내가 힘들어 하는 것은 그 시절의 고문에 대한 내용 때문이었다. 너무나 생생한 기록들이 정리되어 있었기 때문에 그 내용을 읽는다는 것은 불편함을 넘어 고통스럽기까지 했다.

이번에 나온 1980년대편도 4권 모두 구입했다. 또 다시 읽는 것이 그리 쉽지 않았다. 하지만 70년대와 80년대의 차이는 내가 당시를 인지하는냐 그렇지 않느냐의 문제이기도 했다. 결국 나는 책을 거의 다 읽어가고 있다. 광주항쟁과 올림픽으로 대표되는 80년대 이야기는 나에게 심한 현기증을 가져다 줄 만큼 적나라했다.

대학교 근처의 데모, 최루탄, "빨갱이"라는 말, 땡전뉴스, 삼청교육대, "광주 폭도 진압", 지역감정..
지나간 과거의 섬뜩함을 돌이켜보면 심한 현기증이 느껴지지만 난 그다지 유별나지 않은 80년대를 살았다. 어린 나이에 경상도에 살면서 겪은 80년대는 우리나라에 빨갱이가 있다더라, 학생들이 과격한 시위를 한다더라, 전라도 사람들이 유별나다더라, 경상도와 전라도 사이의 지역감정이 나쁘다더라, 김대중씨는 대통령병에 걸린 사람이라더라, 그 사람이 대통령이 되면 남한이 빨갱이 나라가 된다더라 라는 정도의 이야기들이었다. 때론, 대부분의 말들이 정부가 유포한 잘못된 이야기라는 말이 있었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마치 스포츠신문을 대하듯, 사실 그런 면이 있으니까 그런 소문이 떠도는 것 아니겠냐고 이야기하면서 어느 정도는 긍정을 하는 느낌을 자주 받기도 했다.

활자화 되면 대부분의 이야기를 어느 정도 믿어버리는 순진한 서민들과 적극적으로 사실의 왜곡에 가담한 극우 집단이 일궈낸 80년대는 조금만 파헤쳐도 너무나 아프고 고통스러운 과거임에 분명하다. <조선일보>를 비롯한 대다수의 언론이 만들어낸 전두환 장군의 노고로 인해 한국사회는 절름발이로 여전히 남아있는 셈이다.

이런 사실들을 기록으로 남길 생각으로 많은 자료와 시간을 들여 본서를 출간한 강준만 교수에게 다시 한 번 감사를 드린다. 책을 읽는 와중에 그런 생각이 들었다. 이 책들은 소장하고 있으면 절대 안 되는 책이라고. 읽고 나면 주위 사람들이 읽을 수 있도록, 되도록 자세히 기억할 수 있도록 줘버려야 하는 책이라고. 몇 권이라도 더 사서 이웃에게 읽혀야 하는 책이라고. 그래서 모든 사람들이 돌려 보고 다시 한 번 생각해 봐야 할 그런 책이라고. **

2007/03/15 18:12 2007/03/15 18: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