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처럼 글쓰기, 글처럼 살기'를 꿈꾸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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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도>를 봤다.
솔직히 영화는 30분전에 끝났어야 했는데
필름이 남았던 걸까 라는 생각을 잠시 했다.
영화가 아주 나쁘진 않았지만,
영화의 소재와 주제의식? 뭐 그런게 싫었다.
.
영화를 보고 꽤 많은 여성들이 울며 나오는 모습을 보면서
꽤나 의외라고 생각했다. 만약 반대로 고부간의 갈등을 
아름답게 다룬 영화를 봤다면 도리어 남성들은 감동하며 
영화를 즐길 수 있었겠지 라고 받아들이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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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가 기대하는 왕의 지위와 역할을 
철저히 수행하도록 질책받으며 자라난 아들의 비극. 
살아남기 위해 타협한 영조와 그 아들이 해야하는 처세.
영화 시작부터 머리가 아팠다. 
.
후반에 가서는 간간이 나타나는 아버지의 값싼 눈물,
그리고 그의 삶과 일치하지 않는 감동적인 자식사랑의 독백이.
꽤나 현실을 많이 닮았다고 생각했다.
'살기 위해 어쩔 수 없었다, 
너를 죽여서라도 세워야 할 대의와 명분이란 게 있다.' 
내 아버지가, 내 선생님들이, 내 나라의 지도자들이
내 집안의 어른들이 하던 수많은 말과 행동과 맞닿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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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이유로 
그런 값싼 동정에 눈물을 흘리는 관객들에 난 공감할 수 없었다. 
지긋지긋한 가족주의의 그물에 걸린 우리의 자화상이랄까.
왜 굳이 추석에 이런 영화를 개봉하여 마음만 심란하게 만드는가.
왜 굳이 그것을 마치 아름다운 것처럼 현혹시켰는가. 왜.


2015. 9. 28.
2015/10/02 22:22 2015/10/02 22: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