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처럼 글쓰기, 글처럼 살기'를 꿈꾸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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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에 대해서도 한 마디를 해야 할 거 같은 생각이 들어서.
제목과 목차, 그리고 간단한 소개글로 접한 이 책에 대해서 나는 충분히 공감했다. 그저, 책을 읽자 그 감흥이 사라졌을 뿐이다. 이 책은 좋은 책이었나, 아니다. 그럼 이 책은 나쁜 책이었다, 그것도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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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이 책에 공감한 주된 논조는 다수의 직장인들이 자기 직장을 '필요악'으로 대한다는 사실이다. 직장에 대한 애정, 직종, 자기 업무에 대한 애정이 없는 것이 보다 더 윤리적이고, 더 의식있고 더 나은 인간인 것처럼 여긴다는 것이다. '그래 나는 자본주의 시스템에 찌든 존재가 아니야', '지금은 잠시 이 하찮은 일에 매몰되기도 하지만 사실 나는 이 일과는 매칭되지 않는 순결한 인간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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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저자가 몇 가지의 지적을 한다. 입사 첫날부터 진급(사장)을 목표로 질주했어야 했다, 회사의 색깔에 물들었어야 했다, 사내 인간관게에 관심을 가졌어야 했다, 싫어하는 상사에게도 다정했어야 했다, 창의적이기보다는 성실했어야 했다...고. 나또한 저자의 이야기에 공감한다. 특히 예전처럼 졸업 후에 2개의 기업 중 하나를 골라가던 시절을 지나 1개의 기업에 2명의 구직자가 몰리는 구도에서 그 안일하고도 편안한 자세는 '조만간 나를 잘라라'라는 메시지와 다름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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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 이런 류의 글이나 논조를 읽고는 "그럼 나를 없애고, 회사의 개가 되란 말이냐"라는 심경을 토로하는 사람들이 많다. 아마도 나도 그런 류에 가까울 것 같다. 하지만 저자의 몇몇 지적이 곧바로 '회사의 개'라는 인식으로 급전환되는 불편한 우리의 속내를 먼저 들여다볼 필요가 있겠다. 왜 직장생활에 대한 적절한 지적을 여지도 없이 묵살하려 드는건지, 내가 직장에서 정말 얻고자 하는 것이 무엇인지, 찬찬히 곱씹어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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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의 후회에 동의되지 않는 지점도 있다. 저자는 자신의 직장에 대한 부정적인 정서를 가진 채 너무 오랫동안 머물렀다. 직장이라는 게 지금은 어정쩡하게 주저앉은 것처럼 보여도 내 시간의 대부분을, 내 청춘의 대부분을 내어주는 공간이다. 일상 시간과 노력의 대부분을 투자하는 직장에서 진급도, 애정도, 미래도 발견할 마음이 없다면,
어서 저자의 조언대로 '생각'을 바꾸거나, 어서 자신의 마음과 행동이 (더) 일치하는 직장으로 옮겨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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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와닿았던 지점은 '18년'이란 단어 자체였다. 여차 하면 그대로 갈 것 같은 시간. 7년이 지나면 곧올 직장생활 18년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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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
저자의 필력도 아쉬운 부분. 읽다보면 왠지 아버지나 회사 선배의 꾸중을 듣고 있는 듯한 느낌이. 하지만 그건 좋은 신호다. 가식이나 포장없이 순수한 사람이라는 반증이기도 하니까.


2015/10/02 22:26 2015/10/02 22: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