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처럼 글쓰기, 글처럼 살기'를 꿈꾸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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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푸코의 '감금사회'의 표현처럼 시민들은 알아서 자체검열을 하고 공권력 앞에서 무기력함을 느끼게 되었다. 교회도 똑같은 방식으로 교회의 정체성을 부정해도 그것을 인지하고 그것이 옳지 않음을 알더라도 상황이 바뀌지 않는다.

우리는 모두 양과 같이 흩어졌고 양과 같이 유순해졌다. 스포츠를 즐기고 주말 쇼프로와 일일 드라마, 놀이동산에서 잠시 현실의 시름을 잊고 다시 거대 기계의 한 부속품으로 사회의 미시적 공간에 기어들어가 적절히 '기능'하다가 조금 맛나다고 소문난 집에서 연료를 보충하고 조금 일찍 기능을 멈추고 쉬는 행위에 일희일비하며 돌아와서 또다른 부속품이 될 자녀들에게 나같은 부속품이라도 되려면 경쟁에서 뒤지면 안된다고 전심으로 훈육한다.

거대기계는 그렇게 쉼없이 굴러가고 우리 삶의 목표는 이 거대기계가 멈추지 않게 만드는 것 이상도 이하도 아닌 것이 되어가고 있다. 스스로가 인지하건 인지하지 않건 간에... 놀랄만한 이슈들 앞에서 무력감을 넘어 피로감마저 느껴지는 현실이 새삼 섬뜩하게 다가온다.

#2.
흥미로운 지점은 이런 것이라고 본다. 한국사회에서 많은 정치사회적 이슈들을 대할 때 역사적으로 전쟁 중이 아닌 시기에는, 조용히 튀지 않고 사는 대다수의 국민들은 나름 살만한 삶을 살아왔다.

하지만 소수를 대변하려고 들 때, '조용히 살면 살만하다'고 생각하는 다수를 계몽(enlightenment)하거나 참여(engagement)하게 만들려는 시도가 벌어지면 관성에 길들여진 다수의 대중은 도리어 이러한 과격한 변화의 방향에 반대세력이 된다.

결국 대중은 침묵한다기보다는 체제유지세력이자 개혁에 반하는 존재로 자리매김한다. 공권력의 통제가 점점 개인의 시민윤리로 둔갑하고 무의식 중에 체화되는 현대의 규율체제 속에서는 더욱더 그렇게 될 것이다.

진리논쟁이 한창이던 모던사회에서는 진보는 옳고그름의 틀에서 항시 지적 승리를 거둬왔겠지만 포스트모던 담론에서 명약관화한 상황에서조차 옳고그름을 논할 때 논점을 이탈하는 수많은 노이즈들을 해결해야하는 부담이 더해졌다. 그 노이즈들을 털어내면 이미 이슈는 이슈가 아니게 된다.

진보담론에서 과거의 자잘한 승리경험에 기반한 프레임으로 사회문제를 접근하고 전략을 짤 때 나는 더욱더 대중과 멀어지고 고립될 것이라고 진단한다. MB산성처럼 전근대적인 방식으로 대중을 대하는 극단의 사건들이 생기지 않는 한 대중은 진보의 편이 될 확률은 갈수록 줄어들 것이다.

과거 어느 때보다 페북에서 북적이는 논란과 달리 거리, 사무실 풍경의 극단적 대비를 체감하며... '우리'로 상정되는 어떤 규모의 사람들이 늪에 빠졌음을 직감한다.
2013/06/18 23:10 2013/06/18 23: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