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처럼 글쓰기, 글처럼 살기'를 꿈꾸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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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 보고서를 쓰다보면 결과물이 좋지 않을 경우에 내용이 더 길어지고 첨부가 많이 붙는다. 변명거리를 찾는다는 말이다. 왜 실패했나, 왜 원하는 만큼의 결과를 얻지 못했나에 대한 반성, 혹은 고찰 같은 '그럴듯한' 설명이 필요하기 때문.

일상적으로도 그런 류의 변명을 찾는 때가 많다. 이스라엘에 무기개발을 위한 자금을 지원하는 것으로 알려진 스타벅스나 일본 우파를 후원하는 유니클로, 아사히 등 기업들을 선호하는 이들의 변명이 그렇다. 문제를 알고 나면 꺼림찍한 '그 무엇' 때문에 T셔츠 한장을 사거나 커피 한잔을 마셔도 뭔가 '그럴듯한' 부연 설명을 한다.

성경-특히 '열왕기상/하'나 '역대상/하'-을 읽다보면 한 사람(주로 왕)의 일생을 한 문장으로 평가하는 대목이 눈에 띈다. 간결하지만 명확한 평가, 아니 객관적이고도 냉정한 평가... '신이 보기에 옳은 길로 갔거나 옳지 않은 길로 갔다'는... 그 인생에서 자잘한 사건들이 있었겠지만 그 사람 인생을 통틀은 어떤 순종의 방향성으로, 실패와 성공을 가로지르는 분수령이 읽혀진다.

살면서 여러가지 문제들에 직면한다. 유해한 일들을 하지 않는 삶, 이를테면 스타벅스 커피를 마시는 등 보수적인 기업들의 상품을 소비하지 않는 것에서부터 직장생활에서의 업무적인 불의나 밤문화에 물들지 않는 것 등. 우리는 실패로 판단되는 일들을 방어 내지는 변명하기 위해 참 많은 힘을 쏟는다는 생각을 해본다.

어떤 것을 '하지 않는 것', 어떤 것을 '할 수 밖에 없었던 것'에 대해 변명하는 일로는 그 사람의 인생의 방향성에 대한 평가를 돌릴 수 없다. 작은 걸음이라도 어떤 것을 '하는 삶', 사소한 것이라도 바르게 '행하는 삶', 사소한 도움이라도 주는 삶의 축적이 종국에는 '객관적이고도 명확한 한 마디의 인생 평가'에 기여하는 게 아닐까.

그렇다고 보면 우리는 살면서 참 많은 에너지를 실패를 포장하는 일에 허비하는 건 아닌지. 요즘 문득, 그런 생각이 든다.
2013/05/29 23:05 2013/05/29 23: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