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처럼 글쓰기, 글처럼 살기'를 꿈꾸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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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기독교인들이 육아나 운전, 인간관계 등 일상적으로 겪는 이야기들을 적다가 마지막에 그것은 '하나님의 크신 섭리'로 환원 혹은 유추하려는 경향이 있다.

이를테면, 아이의 어리석음을 지켜보는 부모의 마음을 인간과 하나님의 관계로 환원하거나 새 한마리를 살리기 위해 많은 비용이 드는 대목은 죄많은 인간 하나의 구원을 위해 성육신한 존재가 그들의 죄를 위해 값진 희생을 치르는, 보다 고차원적인 '유비'(analogy)가 된다.

나는 모든 일상을 하나님의 사랑, 그분의 공의, 정의로 환원하는 신심을 추호도 의심하지는 않으나 사실 자주 이런 글이 불편하다. 왜냐하면 신심으로 도약하는 모든 '개별 이야기'는 퇴색되기 때문이다. 본론은, 더 고차원적인 의미는, 더 인생에서... 추구해야 할 것은, ...이런 너저분한 일상의 소소한 것들이 아니라 '하나님을 아는 것'이다!

신앙인들은 다수가 설교욕구가 있다. 어떤 사건의 의미를 신심에 비추어 조명하고 그것을 설파하고자 한다. 그 결과로 그는 신심도 검증받고 대중의 구루 지위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나는 그런 이들이 점점 현실의 디테일한 일상에서 점점 더 멀어질 것이라고 우려한다. 일상을 설교거리로 '이용'하기 때문이다.

나도 가끔 내 작은 일상의 깨달음을 신심으로 환원하고 싶을 때가 있다. 그래서 요즘엔 챙겨서 그런 욕구를 억제한다. 적어도 내 입장에서 신앙은 어떤 고차원적인 의미로 유비하는 게 아니다. 그냥 그 남루한 일상 자체를 더도 덜도 말고 신에게 드리는 것이다. 나는 그렇게 생각한다.

2013/02/06 22:35 2013/02/06 22:3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