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처럼 글쓰기, 글처럼 살기'를 꿈꾸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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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산업도 2000년대에 들어서면서 갑을 관계가 바뀌었다. 예전에는 감독이 갑이었다가 감독이 스스로 기업(프로덕션)을 만들고 기업구조('XXX 사단' 류의)로 가다가, 대기업이 거대 배급사가 되면서 이제는 배급사가 배우도 선정하고 감독도 갈아치우는 형국이 되었다. 게다가 배급사가 멀티플렉스까지 소유하니 나아가서는 배급사에서 감독을 채용하는 일도 생기지 않을까 싶다.

음반산업은 우리가 잘 알듯 LP, 테입 시대를 지나 디지털 매체인 CD가 호황이던 시절까지는 가수가 왕이었다. 신승훈이 음반을 팔아치우면 신승훈이 부자가 되는 구조. 물론 음반사(스튜디오)도 건재했고 우리가 아는 동아기획 같은 곳에서 벌이는 잘 안 되도 음반을 내는 것 자체가 가능했다. (하다 못해 과거엔 들국화의 드러머였더 주찬권도 음반을 낼 수 있었다. 주찬권이 지금 음반을 내고 싶다고 할 때 박진영은 뭐라고 했을까...)

디지털 음원은 곧 MP3라는 포멧으로 대중에게 음성적으로 유통되었고 곧 음반사들의 수익 악화로 이어졌다. 음반은 돈내고 듣지 않는 대표적인 컨텐츠로 변질되어갔다. 이 틈새를 뚫고 들어온 사람이 스티브 잡스다. 아마도 이러한 불안감이 없던 시대였다면 스티브잡스의 아이팟은 성공하지 못했을 것이다. 결국 메이저 음반사들이 모두 아이튠즈에 음원을 한곡당 1달러에 '헌납했다'. 음반사가 완전히 망한 것은 아니지만 과거의 아성을 되찾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디지털 컨텐츠들은 점점 배급, 유통과 같은 업체로 그 권력이 흘러가고 있다. 그렇다면 도서는 어떤가. 아마존은 자기 고유의 포멧을 이용하여 이미 전자책 시장을 석권했고 '킨들'이라는 자체 브랜드의 기기까지 만들었다. 나아가 이제는 전자출판 자체를 자신들이 진행하려고 한다. 물론 여기에는 아이패드로 전자책 시장에 달려든 애플에 구글까지 전자출판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종이책의 미래는 어떻게 될 것인가. 아니 좀더 정확히 말하자면 출판시장은 어떻게 될 것인가. 나는 개별 출판사들이 점점더 힘들어질 것이라고 전망한다. 다른 문화 컨텐츠들처럼 종이책도 유통업체가 권력을 갖기 시작했고 이 흐름은 점점 커질 것이라고 생각되기 때문이다. 이 흐름은 온라인 서점에 국한되지 않는다. 오프라인 서점도 정가대비 파격할인과 행사를 해왔고 자체 브랜드로 책을 출판하기도 했다.

게다가 종이책이 전자책으로 변화 조짐을 보이면서 몇가지의 괄목할만한 변화가 있다. 물론 (지금 추세는 그렇지는 않지만) 종이책과 차별되게 전자책은 저자와 계약을 체결할 수도 있다.(구글이 그런 시도들을 해왔다) 그 말은 전자책은 포멧과 기기를 제공할 수 있는 온라인 업체가 판권 자체를 소유할 수도 있다는 말이다. 지금도 아마존은 개인출판물을 전자책으로 출판할 수 있으며 이 흐름을 국내업체도 따라가려고 한다. 가뜩이나 종이책을 대규모의 물량으로 가져가고 이익을 챙기는 온라인 서점이 마치 트로이목마처럼 출판사가 발굴한 저자들의 판권까지 넘보니 사실 심기가 불편할 것이다.

솔직히 나는 정가제 논란에서, 입지가 좁아지는 출판사들이 어떤 과거의 '향수'를 자극하는 방식으로 논지를 풀어가는 방식이 불편하다. 종이책을 정가로 팔면 악의 축, 알라딘 같은 온라인 서점들의 횡포를 막고 동네 서점들이 우후죽순으로 다시 살아날 것이다? 나는 그냥 교보문고같은 온오프 거대서점이 그 파이를 독식할 것이라고 본다. 출판계는 잠시 수익이 개선되었다가(온라인 서점에 나눠준 파이가 돌아오니) 다시 점점 추락할 것으로 본다.

교보는 내달부터 전자책 정가회원제를 제안했다. 월회비를 내는 회원들은 기본적으로 매달 3권의 책을 공급받는다. 이 부분은 출판사가 어떻게 보는지 궁금하다. 영화 컨텐츠는 그린 파일 기준 최신본은 3,500원 지난 영화는 1,500~500원 단위로 거래된다. 파일이라서 그런가. DVD는 구간은 2,000원 행사도 한다. DVD도 정가로 오프매장에서만 팔아야 하지 않을까. 영화는 상품인가, 아닌가.

도서정가제로 높아진 가격은 오래된 도서에 대한 수요 탄력성을 악화시키게 되고 이는 재고 증가와 중고도서 전락으로 이어질 것이다. 지금도 교보는 온라인으로 책을 주문하고 1시간을 기다리면 오프라인에서 온라인 할인된 가격으로 책을 주는 우회적 방법을 쓰는데, 나중에는 중고도서 부스를 만들지 않을까.

사실 도서정가제의 기본 정신에 대해 공감하는 부분이 없지 않았는데 점점 논쟁이 심화되어가면서 나는 더더욱 이런 흐름에서 도서정가제라는 하나의 대안(alternative)이 마치 진리이자 절대선인 양 달려가는 그 순수한 열정이 두려워졌다. 그렇잖아도 책을 구매하는 소비자가 줄어들고 있는 출판 시장에서, 자기 몫의 파이가 줄어들고 있다면 이 부분을 명확히 하여 불합리하게 온라인 서점이 착취하고 있는 포션을 드러내달라.

이건 어떨까. 정말 현재는 엄청난 이익을 온라인 서점이 착취하고 있어서 출판시장이 고투하고 있는 거라면, 차라리 유통사 마진에 대한 규제를 법제화하는 건 어떨까. 책값 자체가 이미 10%할인율이 감안된 상태에서 정가를 매기는 게 관례인데 차라리 파이를 나누는 비율에 대한 규제를 하는 게 더 정당하지 않겠나 하는 생각도 해본다. 물론 내가 전문가가 아니므로 여기에 대해서 강한 주장을 할 수는 없겠지만.

혹은, 유통업체가 대규모로 책을 구입하면서 금액을 다량 할인받고 재고를 다시 출판사에 떠넘기는 것을 규제하는 것은 어떤가. 출판사 재입고 시에는 감가상각에 대한 과금을 매기는 건 어떠한가. 왜 정가제만이 답이고 소비자는 10년된 누런 책들도, 혹은 이슈가 다 지난 구간들도 신간들과 동일한 가격으로 할인없이 구입해야 하는가. 그것을 왜 출판계는 출판 생태계를 동네 서점을 살리고 종이책을 살리고 제대로 된 책이 나오는 유일한 대안처럼 말하는지.

물론 정가제가 규제가능한 가장 현실적이고도 적절한 방식이라는 사실에 동의한다. 그래서 나도 도서정가제, 동의한다. 그래서 알라딘에서 도서정가제 반대서명도 안 했다. 그런데 내 동의 지점을 넘어 너무 달리는 게 보인다. 그게 내심 좀 안타깝다.
2013/01/30 22:25 2013/01/30 22: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