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처럼 글쓰기, 글처럼 살기'를 꿈꾸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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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일화 결렬 소식이 들렸을 때 나는 공학도의 촉으로 안철수가 후보 사퇴를 할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아니나 다를까 불과 세시간 만에 그는 사퇴 선언을 했다.

안철수는 기성정치 세력에 대한 강한 불신이 만들어낸 국민들의 우상이다. 우상은 긍정적, 부정적 의미 모두를 함의한다. 이후 안철수는 국민의 기대에 부응하려는 결단을 했고 서울시장 때는 자신있게 나섰고 대선 때는 조금은 숙고 끝에 나섰다.

단일화 토론을 나는 세세히 지켜보지 않았다. 원래부터 게임이 되지 않는다고 봤다. 냉정한 평가를 한다는 게 오랜 정치경험과 국정운영 경험을 겸비한 상대와 맞비교 자체가 이미 불합리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나는 국민정서의 조급함을 본다. 급하게 안철수에게 기대하고 급하게 안철수에게 요구하고 더 조급하게 안철수에게 실망한다. 이 모든 일이 불과 몇 개월만에 날림공사로 이루어진다. MB식이다.

물론. 우리가 등떠밀어도 넌 나오지 말았어야지 라고 말할 국민이 있다면 나는 그들에게는 순순히 승복할 마음이 있다.

박총형의 치밀한 논리에 따라 안철수가 사퇴를 했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어쨌거나 '신의 한수'는 아니더라도 공학적 사고에 잘 훈련된 그가 사퇴를 결정하는 게 나는 자연스럽다는 생각이 들었고 그렇게 되어버렸다.

허술한 대선캠프 아래서 현실정치에서 고려해야할 노이즈 인자들을 많이 경험했으리라 생각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 개인의 인생에서 치명적인 흠으로 남을 법한 두 번의 큰 포기를 보여준 그를 나는 인간적으로 사랑하고 싶다. 나라면 그렇게 못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국민의 한 사람인 나보다 그가 더 훌륭하니 난 여전히 그의 이후 행보를 지지한다. 강산이 반쯤 변할 시간인 5년 정도 후에... 다시 한번 면밀히 그를 평가하고 이후 내 지지를 철회할 생각은 있다.

바라기는 그 때는 좀더 잘 짜여진 캠프와 보다 성숙한 정치 행보를 보여주길. 물론 굳이 다시 정치적 행보를 보여주지 않아도 상관없다.
2012/11/27 21:55 2012/11/27 21:5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