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처럼 글쓰기, 글처럼 살기'를 꿈꾸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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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매트릭스1'이 완결편이었다면 그 주제는
'우리는 매트릭스 안에 살고 있다'가 되었을 것이다.
하지만 3부작을 기준으로 본다면
'우리는 매트릭스를 벗어날 수 없다' 내지는
'우리는 기계문명과 상생해야 한다'가 될 것이다.

때때로 나는 인터넷 중독, 스마트폰 중독과 같은
말들 속에 내포된 IT에 대한 정서적 반감, 아날로그적
... 감성에 대한 지나친 향수 등이 불편하다.
실제로 사람들은 각기 다양한 이유로 인터넷에 접속한다.
'접속' 자체를 게임이나 killing time으로 여기는 것은
전자신호를 '0'과 '1' 그 자체로 치부하려는 것만큼 어리석다.

CD를 그렇게 비난하던 LP 매니아들이 이제는
보이지 않는다. 많은 예술가들도 이제는 컴퓨터로
자신의 창작물 작업을 한다.
수백년된 악기의 소리를 완벽하게 재현하거나
환상적인 photo들도 디지털 작업을 거친다.
물론 직장생활에서 만들어지는 모든 자료와 보고서
노하우들은 디지털 문서이다.

가끔 IT를 감성적으로 배척하고 비판하는
일반적인 시각은 IT를 필요악으로 설정하는 것 같다.
스마트폰을 들여다보고 컴퓨터에 앉아서 '버리는 시간'
을 모으면 휴머니즘이 되살아나리라는 기대감.

난 그 기대감도 하나의 허구라고 본다.
Homo Faber...
인간의 정체성에는 도구가 항상 자신의 몸처럼
존재해왔고 지금도 그러하다.
사람들은 IT가 인간을 인간성을 삼킬 것처럼 떨지만
IT 뒤에 숨어서 IT의 해악을 조종하는 것 또한
인간의 멘탈 그 자체가 아니던가.

인문학적 감성, 아날로그적 감성을
어떻게 기술문명 '안에서' 구현할지를 고민하는 게
나는 더 정직하고 건강한 자세라는 생각이 든다.
포드주의를 넘어 IT혁명기 깊숙한 시간을 지나는
우리 세대는 여전히 자크 엘룰이 말하는
'기술 사회'의 해악을 원론적으로 받아들인다.

그들 중 다수는 아이폰과 맥북으로 소통하고
전자책에 대해 고민하고 클라우드 컴퓨팅을 활용한다.
디지털로 터치된 음원, 포토샵 처리된 사진.
식당, 기차, 비행기, 호텔 예약에서부터 여행 사진을
공유하는 모든 과정 과정마다 IT는 스며들어있다.

나는 지금이, IT의 첨단 도구를 구현한 인간이
이제는 기능보다 더 고차원적 상상력을 발휘할
시점이라고 생각하며 이미 패러다임은 그렇게 변해간다.
그러나 아쉽게도 다수는 여전히 그 패러다임의 변화를
'변절'로 여기는 듯 하다.
2012/07/10 21:44 2012/07/10 21:4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