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처럼 글쓰기, 글처럼 살기'를 꿈꾸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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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부러진 화살]을 봤다. 나는 검사와 스폰서를 볼 때도 느꼈지만 사법부가 근본적으로 개혁되긴 어렵다고 본다.

사법부 얘기로 시작했지만 삼천포로 조금 빠지련다. 구정연휴에 여성 페친 중 한분이 자기가 다니는 교회 목사를 만나려다 수행원들에게 물리적 제압을 당하고 옷도 찢긴 일이 있었다. 물론 정황상 그분은 담임목사의 비리로 피켓시위도 했고 소송도 걸려 있는 상태로 보인다. 그 담임 목사는 자기 눈앞에서 여성 성도가 제압당하는 걸 보고도 교양있는 척 대꾸하다가 황급히 자리를 뜨려했고 자신을 팔을 잡고 늘어지는 그녀를 경멸하듯 쳐다봤다고 했다.

나는 목사에 대한 '은근한' 반감이 있다. 그것은 처음부터였다기 보다는 교회 안에서 오랜시간 성장하면서 '후천적'으로 습득된 반감이다. 목사는 설교자다. 성경을 해석하여 공동체 안에서 풀어내는 은사르를 가진 자다. 교회 공동체는 자신의 은사대로 그 공동체를 섬기는 만인제사장 집단이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중소 규모 교회의 목사만 되도 목사의 급여가 1억을 넘고 자녀들은 유학을 가고 그랜저급 이상의 차를 몰고 다니며 전도사나 강도사라 쓰고 수행원이라 부르는 사람들을 달고 다닌다. 교회에 전화하면 목사와 직통으로 통화할 수 없고 비서가 스케줄을 조율해준다.

이 사람은 우리가 느끼는대로, 성경을 풀어내는 만인제사장 그룹의 한 성도가 아니라 중소기업 회장의 이미지다. 실제로 그들은 목사안수를 받고 나면 아파트 단지 주변에 상가 지하에 세를 얻고 두 주먹으로 교회를 개척하여 성도들을 은혜로 이끌어 지상으로 옮기고 평수를 넓히고 주변 땅을 사고 그 위에 건물을 올려서 자수성가한 개척자다.

'하나님의 은혜'라고 말하지만 그건 수사적 표현일 뿐 교회 재산이 자신의 것이며 자기 가족들에게 돌아가야 할 무엇이라고 생각한다. 따라서 성도가 목사님, 목사님할 때 목사는 회장님, 회장님으로 들린다.

이런 이야기를 장황하게 하는 건 개인적으로 한국교회에서 목사라는 사람을 이해하기 위해 정말 열심히 노력하고 있다는 걸 알리기 위함이다. 목사가 수행원이나 비서를 왜 달고 다니며 왜 교회를 자기가 세웠다고 생각하고 성도들을 자기 회사 직원이나 아랫사람 대하듯 하대하는지 성경만 읽어서는 도통 알 수가 없다.

문제는 여기에 그치지 않는다. 앞서 얘기한 여성분의 글을 읽고 열 뻗쳐서 "이런 개새끼가 있나. 부축하며 괜찮냐고 물어봐도 시원찮을 판국에"라고 썼다. 헌데 그 이후로 달리는 댓글이 대체로 맘에 들지 않는다. 힘내세요, 신경쓰지 마세요, 주님의 위로를 류의 댓글들. 나아가서 그런 사람은 목사가 아니고 그런 교회는 교회가 아니니 맘에 담아두지 말라고도 한다.

위로의 한 측면으로 인정할 수는 있겠다. 하지만 우리가 목사가 아니라고 말한다고 해서 그 사람이 사회에서 목사가 아닐 수 없고 많은 교회가 비리를 저지르고 있기에 그 교회가 진정 하나님이 보시기에 교회가 아니라고 우리가 선포한다하여 그 교회가 눈꿈쩍이나 하는 것도 아니지 않은가. 그런 교회와 목사들이 여전히 교회질하고 목사질 하는데 '그들은 똥이니 피하세요' 라고 하는게 과연 옳을까.

나는 이런 이원론적 인식이 교회를 병들게 만들고 목사들이 '회장놀이'하는데 기여한다고 본다. 내 주변에서도 목사를 비판하는 것 자체만으로도 마음에 무거운 돌 하나를 올려놓은 것 같이 괴로운 분들이 천천이요 만만이다. 어른들 중에는 원론적으로 만인제사장임을 인정해도 정서상 우리 목사님에게 굴비도 갖다 드리고 토종꿀도 갖다드리고 미국 가시면 차비도 드리고 차도 기왕이면 좋은 차 타야 안전하실 거고, 우리 위해 새벽기도도 하시는데 자녀들 유학도 보내드리고.. 섬겨드리고 싶은 맘 간절하다.

설령 목사님을 미워하게 되더라도 그 교회를 떠나거나 피하는 선에서 그치려고 하지 목사의 적이 되고 비판을 하려고 하지는 않는다. 이 모든게 은혜롭지 못한 일이라 치부되기 때문이다. 그런 가운데 교회는 성역이 되어가고 비판도 없고 자정능력도 상실한다. 목사는 신학대학교에서 공부하고 대학원에서 안수받고 초창기 개척하느라 고생 좀 하다가 40대 전후로 중소기업 회장직에 등극하게 되면 굽신거리는 성도들로 말미암아 자기도 모르는 새에 비서도 달고 수행원도 달고 돈도 많이 쌓고 산다. 그뿐인가 자기말에 아멘아멘 하며 은혜받기 일쑤니 자기를 비판하는 사람을 보면 인내 자체가 어렵다. 자기가 고용한 교역자들 막 짤라대는 걸 보면 자기 인식이 '회장님'이 확실히다.

물론 이런 생각이 나도 너무 부정적이라고 생각한다. 가난한 목사님들도 많고 정말 어떤 소명의식에 의해 정직하게, 그리고 힘들게 사역하는 분들도 많은데 말이다. 그런데 그런 분들이 숨어서 하는 선행 대비 대놓고 이상한 짓하는 목사들이 한국에는 너무 많다. 일단 목사들이 너무 많다. 목사 하려고 줄선 신학생들이 너무 많다. 목사의 길이 좁은 길이 아니라는 것 자체가 목사직에 어떤 이익적 요소가 많다는 반증인 셈이다. 그렇지 않다면 유독 한국에서만 신학생들이 넘쳐나는 이 기막힌 수요를 설명할 길이 없다.

나는 교회도 개혁되지 않을 거라고 확신하는 편이다. 나라가 나서서 목사들을 핍박하고 잡아가지 않는 한 이 흐름을 뒤짚을 수 없을 거라고 생각한다. 작년에 예배시간에 가장 은혜로웠던 순간은 교회개혁에 대한 나의 심적 부담감을 내려놓았을 때였다. 그렇다고 비판마저 안 할 수는 없다. 대안의 길을 가되 비상식과는 타협할 수는 없다. 회피하고 묵인하는 순간 비상식은 상식이 된다. 이런 상식이 교회가 번성한 건의 상당수는 그것을 묵인, 용인한 성도의 책임이 있다. (이를테면 친구먹어도 되는 목사를 회장님으로 모신..) 자기 수행원이 제압해서 물리적 고통을 받은 성도를 보며 다친 데 없냐고 물어보지 않고 감정의 동요없이 지켜보고, 유유히 교양있게 말하는 목사. 그 목사를 비난하지 않고 당한 성도에게 신경쓰지 말라고 그 사람은 '진정한 목사'가 아니라고 위로하는 주변 성도들. 여기에서 나는 조국 교회의 미래를 본다.

쓰다보니 삼천포가 본류가 됐다.ㅠㅠ(물론 삼천포를 의도하고 쓴 글이지만) 나는 부러진 화살을 보며 사법부를 묵상하다가 교회의 목사들을 떠올렸다. 그리고 교회도 개혁되지 못하리라는 내 확신이 강화되었다. 목사가 그럴진대 검사, 판사는 더 말할 필요가 없다. 인간이 독특한 면이 있지만 인간이기에 비슷한 면이 있다. 자기가 엘리트였고 특혜를 받으면, 그것도 나이가 어릴 때 굽신거리는 사람들 사이에서 자기의 정체성을 확립하면 왠만해서는 뒤집을 수 없다. 나는 그렇게 생각한다. 사법부의 개혁도 그렇고 교회 개혁도 그렇고 개혁되어 보이는 지점이 간혹 생길 수는 있지만 근본적으로는 어렵다. 따라서 그들의 '친구'인 우리가 옆에서 계속 불편하게 해주는 수밖에 없다.



덧글.

내 페친중 적어도 20%는 목사이거나 목사가 될 사람들임을 알고 있다. 그들의 목회적 진의를 왜곡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든다. 해서 사과를 덧붙인다. 특히 내가 아는 분들 중 기독잡지 정기구독료 오만원을 낼 여유조차 안 되는 시골교회 목사님도 계신다. 거듭 그런 분들에게 사과를 드린다.

2012/01/26 18:36 2012/01/26 18:36